[펌] 누가 우리당을 죽었다 하느뇨

2006. 5. 23. 18:45정치

마레의 횡설수설5. 누가 우리당을 죽었다 하느뇨

- 역사란 옳음을 구현하는 과정이기에, 우리가 기어이 이길 것을 확신합니다

마레

지방선거 진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년 12월에 있을 대선마저 내준다고 갑자기 공안정국이 돼서 노하우에 글 쓴 사람 다 잡아가서 물고문 비녀꼽기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대통령 된 다음에 만일 미국이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을 제한적으로 타격한다면, 순순히 그러세요. 저희는 구경만 하죠. 할 것 같습니까?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른 방법으로 가겠지만,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는 정도의 상식은 갖췄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긴 것은 독재세력 극우수구세력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들이 강제하던 문법이고 문화고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군인들의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노조 만들었다고 잡아가두고 매를 때리지도 않습니다. 영장 없이는 인신을 구속할 수 없고, 자신이 게이란 사실을 밝혔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은 아닌 그런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북한이 딱하기도 하고 통일비용 생각하면 지금 좀 도와주자는 국민들이 대다수인 그런 세상을 만든 것, 그게 바로 우리의 승리 아닙니까.

물론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개혁세력의 집권을 통해 구시대적 관행을 지워나가야 하고, 저들의 집권으로 역사의 반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죠. 하지만 설령 저들이 권력을 가져간다 해도, 우리가 눈 부릅뜨고 아니요, 반대요 라고 나선다면, 우리의 앞길이 엉망으로 망가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합의했고, 무엇을 추구하느냐란 동의와 선택입니다. 우리가 합의를 통해 작위/비작위의 한계를 명확하게 긋고, 그런 설정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이냐란 선택이 개혁과 진보, 통일과 민주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우리는 권력을 누가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옳습니다. 그리고 저는 역사란 옳음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가 기어이 이길 것을 확신합니다.

피습사건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초반에는 40% 이상 격차를 보였던 대전시장 선거도 한나라당 후보가 한자리 수자로 따라붙었다고 합니다. 저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박근혜대표 피습사건이 없어서 처음처럼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다고 칩시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대전도 건지고 전북도 건지고 서울에선 선전했고... 그래도 면피는 했으니 다행이야"라는 판단착오를 하게 하느니, 완전히 망해버리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누구를 지지하고 그래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금실? 좋은 자원입니다. 김근태? 역시 좋은 자원입니다. 유시민이나 정동영이나 김두관이나, 그 누구라도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후보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 "누구"를 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개혁을 지지한다는 우리는 마음속의 선호를 떠나서 누구를 마음에 저장하지 않고 원칙과 신념의 사람, 헌신과 희생의 인간, 지도력과 비전의 지도자를 가르고 골라야 합니다. 우리가 그럴 때만이 저들이 그렇게 변모할 수 있습니다.

영남 유빠나 호남 난닝구를 비난하는 당신은 그래서 안 됩니다. 노사모의 열정이 어떤 당파적 이익으로 변질됐을 때, 이미 노사모는 정당의 한 부분이 되고, 그래서 정쟁의 단초를 제공하는 구시재적 정치문법에 젖은 겁니다. 오직 원칙에 어긋나는가 준수하는가를 따지고, 그 행동이 저 말이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는가만 따지고, 설령 비겁해 보이더라도 그 행동과 말이 결과적으로 당당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지지해줄 수 있는 우리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 간 공희준님의 탁견과 혜안에 계발 받은 바가 많았습니다만, 오늘의 저 발언은 차마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당의 사망은 지지도의 급락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당이 추구하는 바를 동의하고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얼마인가로 결정되는 겁니다. 열린우리당의 뻘짓에 분노하면서도 우리는 아직 기대와 지지를 버리지 않습니다. 당신 말처럼 사망한 거 아닙니다.

그러나 그 지지와 기대는 열린우리당이 스스로를 불사르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냉정함과 비판 속의 지지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지기를 바랍니다. 아주 철저하게 깨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절체절명의 백척간두에 서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 백척간두에서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감한 과거 부정과 미래 대안 제시라는 변증법적 통합을 이뤄내길 바라고, 그렇게 되라고 마음속에서 별표를 긋습니다.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디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될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쓰을 곳이 없느니다

우리는 끝내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 정의와 평등과 자유와 민주가 봄버들로 휘날리고 천둥우레로 울부짖고 만산홍엽으로 붉게 젖어 마침내 흰 설산의 장엄한 모습처럼 세상에서 드믄 아름다운 나라가 될 때까지는, 개혁과 진보에 대한 지지와 희망을 접지 않습니다. 누구라서 감히 이러한 우리의 의기를 꺽으려 합니까. 이번 지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죽을 것이지만, 그럼으로 개혁과 진보는 다시 살아날 것을 믿습니다.

읽어주신 님들의 평안을 빕니다.
마레 근서

-노하우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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