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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0. 11:37정치

사형제 존폐가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4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대체를 골자로 하는 '사형제폐지에관한특별법안'이 계류중이다. 이 법안은 이미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증'도 마쳤다. 15명중 9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그 중 한 사람인 최재천 의원(열린우리당, 서울 성동갑)과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한나라당, 경북 영주)을 만나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동안 법사위에서 크고 작은 '교전'을 펼쳤던 두 사람은 <여의도통신>과의 쟁점인터뷰에도 기꺼이 응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보복 감정 해소 가능

격리와 구속의 다양화, 새로운 교화와 형벌을 고민해야"

최재천 의원은 "사형제 폐지가 법사위에서 최초로 논의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한 증거"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사형제 폐지는 범세계적, 보편적 기준"이라며 "이제 사형제 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사형제는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이다. 사형제는 "잘못을 저지른 네가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무식하고 단순한 형벌"일 뿐만 아니라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내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사형제를 반대할 수 있을지 두렵고 주저된다"면서도 "보복 감정보다 인간의 존엄이 더 고귀한 가치이므로 이를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 의원은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형벌권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유지론자들의 비판에 "종신형 자체가 형벌권의 행사"이며 "국가라고 해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일 뿐"이리고 답했다. 종신형이 사형제보다 더 인도적인 형벌인가에 대해서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맞받았다.
범죄자 관리에 들어갈 비용은 어떻게 부담하냐는 우려에 "사형 선고 사례가 적고 범죄자들의 노역으로 충당 가능해 큰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사 비용이 든다 해도 최소한의 존엄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땅히 들여야 하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종신형 도입과 함께 다양한 교화와 형벌 유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말구금제, 출퇴근제 등 구금 정도를 달리하고 부부 면회나 아이 양육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이 그것이다.
최 의원은 "자꾸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사회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리라고 보냐는 물음에는 "정말 모르겠다"며 "다만 모든 의원들이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헌법 정신과 양심에 충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 여의도통신 김진석  


- 사형제 폐지 법안은 15대, 16대 국회에서는 반대 여론으로 법사위 심사 없이 폐기됐다. 법사위에서 사형제가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으로서 무척 반갑겠다.
"그만큼 사회가 성숙한 것이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웃음). 우리도 이제 사형제 버릴 때가 됐다. 사형제 폐지는 범세계적, 보편적 기준이다. 인간을 죽이지 말라는 정언 명령은 모든 개인과 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사형제 버릴 때 됐다"

- 사형제 유지론자들은 사형제가 범죄를 예방하고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방이나 억지 효과 큰 의미 없다고 본다. 지금도 사형제가 있는데 범죄가 안일어나나? 갈수록 범죄 연령은 낮아지고 수법은 악랄해진다. 수십 명을 살해한 유모씨처럼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문제 아닌가?"

- 사형제를 없앤다면 피해자와 유족의 보복 감정이나 사회적 공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사실 그게 가장 두려운 부분이다. 내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사형제를 반대할 수 있을까? 무척 두렵고 주저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이 보복 감정보다 더 중요하고 고귀한 가치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존엄을 지키는 쪽, 즉 사형제를 폐지하는 쪽에 설 것이다.
보복 감정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래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주장하는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살아있다한들 편하겠나. 평생 갇혀 살아야 한다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분노가 좀 덜어지지 않겠나."



- 그렇다면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더 인도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보다는 낫다. 식물인간이라도 부모님이 살아계신 편이 낫지 않은가? 그만큼 큰 차이다.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가장 무식하고 단순한 형벌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니 네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건데 범죄자를 죽인다고 피해자의 고통이 덜어지나? 그렇지 않다.
또한 사형제는 범죄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린다. 범죄는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이 함께 작용해 일어난다. 최근 조사에서도 학대 경험이나 빈곤, 저학력 등이 범죄자들의 공통점으로 지적됐다.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고 존중했더라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형제는 원인에 의한 책임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새로운 형벌과 교화 유형 고민해야

- 국가의 생명박탈권을 부정하는 것이 국가의 형벌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사형제 유지론자들은 그런 논리대로라면 징역은 국가의 자유권 침해고 벌금은 국가의 재산권 침해냐고 반문하는데.
"종신형 자체가 형벌권의 행사다. 형벌권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국가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거다.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우리가 가두고 죽이는 것만 형벌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는 범죄학마저 신자유주의적으로 흘러가는 최근의 경향과도 맞닿아있다.
일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은 형벌이 아닌가? 우리 어렸을 때를 떠올려봐도 손 들고 있는 것만 벌이 아니지 않나. 반성문 쓰는 것도 고역이다.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은 비슷하다.
우리가 인식 구속과 사형이라는 기존 형벌 관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격리와 구속은 18세기적 사고방식이다.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교화와 형벌 유형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새로운 교화나 형벌의 예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
"형벌 체계를 개편해 정도에 따라 구금 방식을 달리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교도소를 등급별로 나누어 중범죄자는 중구금 교도소에 가두어 철저히 격리시키고 경범죄자는 경구금 교도소에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경구금 교도소는 담장이나 철조망도 필요 없다. 주말에만 교도소에 가두거나 교도소에서 살되 공장에 출근하면서 기술을 배우게 할 수도 있다. 교도소에서 기술 가르쳐준다고 해도 얼마나 배우나? 공장에서 기술 쌓았다가 출감해서 자립하면 된다. 부부면회제도 허용하고 여성 재소자들은 아이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대신 중범죄자들은 면회나 서신 교환도 제한하고 가석방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노동 댓가로 번 돈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수도 있다."

- 사형제도 유지하자는 판에 이런 주장은 매우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웃음). 무엇보다 범죄자들을 평생 가두어 관리하는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을 것같은데.
"사실 범죄자들이 노동하면 그들을 먹여살리는 데 드는 돈 정도는 벌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그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별도로 청구한다. 우리는 그게 안된다. 상여금이라고 몇 천원 지급하는 게 다다. 15년쯤 살고 나오면 자립할 수가 없다. 그래서 또 다시 범죄에 빠져들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사형을 선고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 극악한 범죄가 아니면 사형 선고 안하고 18세 미만이면 또 사형 선고 안한다. 그러니 1년에 10여명 될까말까다.
비용 부담이 클 리 없고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 해도 최소한의 존엄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땅히 들여야 하는 돈이다."



"헌법 정신과 양심에 따라 의원들이 결단 내려야"

- 사형제 폐지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10년 지난다고 특별히 사형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유지론이든 폐지론이든 더 이상 새로운 논거나 이론이 제시될 게 없다. 결단의 시점인 거다."

- 국민의 2/3가 사형제 폐지에는 반대하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결단 내리면 좋겠는데(웃음). 프랑스도 반대 여론이 60% 이상일 때 사형제를 폐지했다. 지금 사형제 부활시키자는 얘기 안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태어날 때부터 사형제를 접했기 때문에 사형제를 찬성하는 측면도 있다. 만약 사형제가 없는 상태에서 사형제 도입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다. 없애놓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텐데 있는 걸 없애자니 어렵다(웃음).
의원들도 국민 정서나 여론을 의식해 결단 내리기 쉽지 않을 거다. 만약 사형제 폐지했는데 그 시점에 흉악한 범죄가 일어났다고 해봐라. 그 비난을 어떻게 다 감당할 건가."

- 그래서인지 조심스러워하는 의견이 많은 것같다. 175명이나 발의에 참여했는데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꾸 미루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통과 안시킬 거라면 빨리 결정내려야 사형제 폐지 단체들도 2년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국회에 또 법안 발의하자고 운동하지 않겠나."

- 법사위 분위기는 어떤가? 위원 15명 중 7명이 발의에 참여한 만큼 법사위 심사는 통과하지 않겠나?
"그럴 것같다. 이건 법사위에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국회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아마 본회의로 넘겨 표결 붙이지 싶다."

- 본회의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정말 모르겠다. 다만 모든 의원들이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헌법 정신과 양심에 충실해 표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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