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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10. 10:50ㆍ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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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 선박 봉쇄에 나선 날,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인권을 거론하자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개성을 방문해 "사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렇게 엇갈리고 있다. 노 대통령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여러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 했다. 돌파구를 여는 방법은 뭘까? 이 역시 노 대통령의 말에 담겨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 주면 나도 슬그머니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돌파구를 여는 주체는 김 전 대통령이다. 바꿔 말하면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최대 목표는 남북정상회담 길을 닦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의 아스콘 타설에 앞서 자갈을 까는 역할을 한다. 전·현직 대통령이 이렇게 밀어주고 끌어주려 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일까? 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언급했다. "훈련이 단호해 북한이 보기에 따라 불안하게 볼 수 있고… 실제 불안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불안한 시각을 이해한다는 발언엔 '이해 이후의 성의 표명' 메시지가 담겨있다. 북한 내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려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성과 여부를 재는 건 불필요하다. 교류를 확대하는 것 자체가 절실한 게 작금의 상황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밀어주고 끌어주기
개성공단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이는 데 반대해온 미국이다. 전략물자 반출 금지규정을 근거로 개성공단 사업을 제한하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개성공단 사업을 저지하지 못한 데에는 '민족내부거래'라는 우리 정부의 논리를 뒤집을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 문제를 고리로 걸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정에 해당하는 문제도 인권을 내걸어 개입해온 미국이다. 북한 노동자의 인권을 문제삼으면 삼을수록 미국의 개성공단 사업 간섭 여지는 넓어진다. 우리로서는 물러설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었다는 것은 남침로를 완전 포기한 것"이라고 평했다. 어제 개성에 간 이종석 장관은 개성공단을 "동북아 평화의 진원지"로 규정하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남과 북은 개성공단 사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사를 읽을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의 집산지이자 평화의 진원지이므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 따라서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더라도 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전략적 요충지다. 개성이 무너지면 남북교류가 무너진다. 개성은 '여럿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거의 모두'다. 미국의 봉쇄정책을 뚫기 위해선 민족내부거래를 활성화해야 하고 그 여부는 개성공단의 운명에 달려있다. 봉쇄정책은 한 곳에 집중할수록 효과가 배가된다. 다시 말해 봉쇄 대상을 분산하면 할수록 봉쇄정책은 약화된다. 개성을 살리려면 '개성 외'를 개발해야 하고, 그러려면 남북교류를 확대해야 하며, 그 기폭제는 결국 남북정상회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딴죽걸기에 좌고우면할 필요 없다
이율배반적이다. 4월에 방북하려던 김 전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이후 방북을 요구해 관철시킨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선거 논리로 방북을 잰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에 맞춘 것이지만 '도진개진'이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와 남북교류가 정비례 관계에 있다면, 노 대통령이 나서 지원하는 건 당위이고 필수불가결하다. 미국과의 선긋기를 우려하는 보수언론의 시각엔 두가지 핵심 문제가 생략돼 있다. 선긋기로 보는 기준이 그 하나다. 남북교류·민족내부거래는 그동안 한미동맹의 기초 위에서 진행돼 왔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흔쾌지수'가 어떻든 미국의 '용인' 아래 진행돼 왔다. 노 대통령은 이 기조를 유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걸 선긋기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 물론 현실이 달라졌다. 미국의 대북 기조는 대화에서 봉쇄로 옮아가고 있고, 그에 따라 남북교류 '용인'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기조 변화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유통에 기인한 바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은 미국도 인정하는 것처럼 십수년 전부터 의혹을 사왔던 것으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 기조 변화의 또 다른 요인, 즉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의혹 또한 미국이 남북교류를 '용인'하던 당시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대북기조 변화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 그래서 한국 정부로 하여금 선긋기를 택하게 만든 당사자는 형식상 북한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미국이다. 그대로 나아가는 게 옳다. 우려스러운 건 야당과 보수언론의 딴죽걸기가 아니다. 노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성이다. 노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 특사가 아니라고 강조할 이유가 없다. 김 전 대통령이 원하기만 한다면 대북 특사 자격을 부여해 남북교류와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확실하게 트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 대통령의 언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괜한 트집거리를 던져줄 이유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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