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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0. 08:27정치

다시 반동의 세월을 살 수 없다

- 한국 현대사의 투쟁은 이념투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단재몽양

사실 지난 시절 고통스런 투쟁의 순간들을 되짚어 보자면, 그 시절을 두고 우리는 좌파적 돌담 쌓기, 또는 특정 이념을 쟁취하기 위한 특정한 투쟁의 세월이라 규정 할 수는 없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한반도 이남의 현대사가 좌파를 논하거나 이념투쟁을 할 수 있을 만큼, 또는 그것이 허용 될 만큼 사치스런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두 번의 연속된 정권을 장악하고서도 소위 민주세력은 대단히 위기에 처해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나는 오늘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와 또는 과거 민주세력의 투쟁에 대한 왜곡된 평가와 규정으로부터 출발하는, 전도된 가치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한 번 따져보아야겠다.

부정한 집단이 그 본색의 탄로로 인해 스스로 명맥 유지가 불가해 지면 그들은 항상 외적 도구를 유입하여 그것으로 부정한 본색을 감추고, 외투를 입는다. 그리고 그것이 곧 본색인냥 강한 포장을 한다. 우리 역사에서 그것에 대한 상징적인 사건은, 과거 친일세력이 미국을 등에 업고 반공세력으로 둔갑했던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비극은 단순히 그들이 새로운 외투를 입었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그 외투를 입고, 극적인 연기를 한다는데 있다. 그들이 의도하는 그 연기의 핵심이란 말 할 것도 없이 대중의 냉철한 판단력을 망가뜨리고, 그로인해 대중의 가치 지향점에 혼선을 준다. 그래서 결국 대중의 사회적 가치판단의 선악 구분은 모호 해져버리고, 이미 그로 말미암아 부정한 집단의 목적 달성은 확실해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적 도구의 이용으로 생존에 성공한 이들은 곧바로 2차 전략에 진입한다. 그것은 대중의 삶과 관련하여 침착하게도, 또는 용의주도 하게 그동안 부당하게 착복한 물리적 힘으로 대중의 경제적 생사여탈을 주관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이제 대중은 사회적 가치나 또는 온당한 자존에 대해 회의하게 되고, 결국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이 부정한 세력의 목적은 거의 달성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더불어 부수적인 것까지 얻게 된다. 해방 직후 그렇게 해방에 대해 환호했던 대중이 더욱 힘들어지는 현실에 목 놓아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대뜸하게 된다. ‘차라리 일제 때가 더 좋았다’ 이렇게 말이다. 실제로 현대사를 공부하다 보면 당시의 화면에 이런 대목들이 종종 나온다. 그러니 이제 과거에 부정하게 친일로 날을 샜던 세력들이 과거 행위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까지 흐르는 사회상을 바라볼 때, 얼마나 흐뭇하였겠는가. 존망의 기로에서 숨이 껄떡껄떡 하던 그들이 말이다.

현대사 투쟁의 40년을 바라볼 때, 나는 지난 해방 직후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게 흘러 온 것을 발견하고서 놀라곤 한다. 특히 일정하게 민주투쟁의 성취결과가 제도권에까지 드러난 80년대 후반 이후의 우리 역사는 과거의 해방직후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민주세력의 힘에 사회적 헤게모니를 잃어가게 된, 과거 친일세력에 뿌리를 둔 군사독재 반민주 세력은 그 생존의 활로를 찾는데 심각한 위기감에 봉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반민족 죄명도 사푼히 건너 온 사람들이다. 여기서도 거침없이 이념공세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념공세로 자기 정체성을 꾸며 놓고, 그 반대의 정체성도 가공한다.

그래서 양자 간 이유 있는 대립으로 몰고 가며,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을 이념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존재의 정당성을 대중으로부터 확보하게 되고, 그리고 결국은 생존의 활로를 확보 받는 것이다.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는게 아니다. 이들은 역시 그들이 부당하게 착취한 물적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되치기에 나서는데, 그 방법이 바로 ‘산업화 이론’이다. ‘니들 배불렀구나, 니들 배고파 봤냐’ 이거지. 이쯤 하면 미안하지만 대중은 그만 손을 들고 만다. 우리 역사는 이렇게 악순환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악순환의 정점에 있다.

그렇다. 반민주 반민족 세력의 이 기만에 역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악순환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악순환 속에서 대중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의 가치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변명을 하자는게 아니라 정말 민주정권이라는 것이 뭘 좀 해보고자 해도, 외적으로 밀려드는 압박에,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과거세력들의 강력한 저항과 물리적 공격, 그리고 물타기... 한 군데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대중은 부정한 세력들의 공격에 녹아 나 있고, 나아가 ‘빠른 속도와 결론, 그리고 형식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군사문화에 아직 익숙하여 민주세력의 본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기모순에만 빠져 있으니....

나는 감히 말하고자 한다. 이 정부의 잘, 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의 이 한심한 역사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전도된 가치판단이란 이 역사의 악순환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생산된 것이다. 이제 이것을 끊어야 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일정하게 상식에 접근하고 나면 그 나머지 상식이 온존하게 유지되는 것에도 책임을 지고 지켜내야 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흐리멍텅하게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그 어떠한 민주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우리의 희망은 무망한 일이다.

분명히 전제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투쟁은 이념투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가짜로 만들어진, 조작된 현실에 속아 넘어가 전혀 본질을 잃고 부정한 세력의 전략에 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막지 못하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 악순환에 허덕이고 말 것이다.

민주정권이 해 놓은 것이 없다고 하기 전에, 민주정권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고 하기 전에 내 밥그릇이 허접해진 그 본질에 제대로 접근해서 본성에 다가서길 바란다. 또 다시 반동의 세월로 되돌아가서야 되겠는가.

이번 지자체에도 최선을 다하자, 마침 어제 강금실의 명동유세에는 굉장한 인파가 모였다 한다. 희망이 보인다.
 
-노하우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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