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7. 17:32ㆍ정치
주민소환제를 생각함
- 참 이 나라 수수께끼 같은 나라 같습니다
단재몽양
다산 정약용, 우리 역사에서 ‘목민관’에 대하여 그 만큼 잘 설명하고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역사를 관통하며 지식인이나 지성인들, 소위 상층계급이 흔히 가졌던 건방끼 드높고, 거드름이나 피우며, 말장난에 가까운 언어의 성찬과 형식에나 소용되던 그 ‘목민관’에 대하여 그가 얼마나 가슴 깊이 분노했는가를 잘 설명해 주는 시가 하나 있다.
‘인두세’의 학정에 시달리다 못해 더 이상 자식을 낳지 말자며 자신의 성기를 절단 해 버린, 젊은 남편을 통곡하는 아낙의 한 서린 마음을 피맺히게 읊어 낸 그의 시 ‘애절양’. 그것을 읽노라면 과연 다산을 왜 베트남 혁명의 아버지 호지명이 자신의 아버지 기일은 잊어버려도, 다산의 기일 만큼은 잊지 않고 반드시 기념하였다는 그 이유를 알만도 하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오히려 허덕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그가 200 여 년 전에 목 놓아 설파하고자 했던 그런 ‘목민관’의 의미와 메시지는 여전한 것일까.
50 여 년간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해 온 노인이 있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2006년에 발견된 이 극악한 사태를 바라보는 논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여기서 어줍잖게 값싼 연민의 정 같은 것이나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고질중의 하나인 중앙정부로의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견제키 위해 시행하는, 분권정치의 상징인 지방자치제와 단체장의 역할을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며, 그 역할이 불량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소위 자치단체장들의 무책임성과 목민관으로서의 그 불성실함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러한 명백한 직무유기나 방기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을 반드시 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행히도 그동안 논란만 되어오던 자치단체장들의 강력한 견제 장치인 ‘주민소환제’ 가 너무 늦게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지만 꼭 해야 할 일을 이루어 낸 것에 대해 무량한 감사를 한다. 나는 이 법안을 통과 시킨 이번 국회의 모양이 비록 의장의 직권상정이 되었든, 한나라당의 표현처럼 날치기가 되었든, 나는 그것을 통과시킨 그들을 칭송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어이없게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이라는 국회법 자체에 대하여 또 무슨 딴지를 거는 모양인데, 정말 이들은 어떤 자들일까. 지방자치 10년 세도를 누린다는 한나라당, 나는 이들에게 이 노인의 굽은 허리와 그가 입고 있었던 완벽히 헐거워지고 찢어져 있던 팬티, 그리고 그가 먹었던 음식쓰레기, 그가 세면을 하던 하수구 물, 그리고 그가 잠자던 폐가 등, 노인이 그간 살아온 환경에서 꼭 그렇게 하루만 체험했으면 한다. 너무 악담인가.
내가 너무 악담한다 반론하지 말라. 그간에 한나라당은 전국의 거의 대부분의 목민관을 자처해 오고 책임져 오지 않았는가. 주민소환제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핑계로 그간 방해하고, 반대해 온 한나라당, 그들을 나는 이 사태와 관련하여 다시 한 번 질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 되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협심하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아직도 소수여당에 머물고 말았다면, 또는 개혁적 의석을 다수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러한 위대한 일들을 과연 꿈이나 꾸고 있을까. 전시 행정이나 하는 목민관들은 필요가 없다.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 그들의 노복을 자처하고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여 고통에 처한 힘없는 서민과 국민을 살피지 못하는 목민관은 쓸쓸한 허깨비에 불과하거나 되려 국민을 잡아먹는 악귀에나 불과하다.
더불어 나는 이 땅의 국민들에게도 한마디쯤은 걸쳐야겠다. 대통령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이제 할 말은 해야겠다. 아무리 괭이질을 해도 묵정밭을 면치 못하고, 고작해야 잡초나 깜부기 정도 밖에 소출하지 못하는 이 못난 땅을 언제까지 갈아야 하나. 노인의 동영상에 분노만 하면 그만인가. 그렇게 된 연원의 끝을 따져봐야 되는것 아닌가. 과연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이유를 냉정히 따져봐야 되는것 아닌가. 그래서 그러한 것을 고쳐 내고자 노력하는 자들과 , ‘아니다 그대로 놔둬라’ 하는 자들은 최소한 구별해 주어야 하는데... 아, 이 끝 모를 수수께끼는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분배, 평등, 이런 것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음은 결국 가망 없는 묵정밭이요, 불구의 현실에 불과함을 그렇게도 모를까.
대통령과 개혁적 정치인들이 모진 여건 속에서도 나름으로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서민을 위해, 힘없는 일반을 위해 끝없이 노력을 해도, 전혀 그 지지 치수가 올라가기는 커녕 오히려 반대로 욕이나 퍼붓는 이 절망과 한심함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욕하기 전에 제발 국민이여, 차분히 이 참여정부 출범이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이루어 낸 성과들, 이를테면 성장은 성장대로, 그리고 개혁적 법안들의 성공들은 또한 그것대로,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얼마나 해 왔는지 좀 양심껏 보고 평가하라는 것이다. 이웃집 김서방 따라 생각없이 허방짚다 댓돌에 코박지 말고 말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과실은 딴 놈이 챙긴다더니 지지와 성원은 오히려 반대하는 자들에게 가고 있으니 이 맹추 같은 국민들을 어찌해야 된다는 말인가.
주민소환제, 강력하게 시행하길 바란다. 대통령에게도 탄핵이라는 견제 장치가 있고, 그래서 어이없는 일까지 저지르는 일도 벌어지는데, 단체장의 견제장치가 아직까지 없었다니... 그리고 한나라당은 아직도 그것을 반대하고 있다니... 이번 노인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단체장은 즉각 사과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길 바라며, 관련 공무원은 즉시 파면하라. 너무 심한가. 하지만 이렇게라도 일갈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구나.
아, 지자체 선거가 목전인데, 여전히 한나라당이 더블스코아로 열린우리당을 앞서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아직도 40% 초반이다니, 이 한심함을 어찌 할거나. 정말 가망 없는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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