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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24. 12:52정치

최재천이 당원 동지께 드리는 편지(첫째 날)


누가 우리를 테러리스트라 하는가?


오늘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짧다면 짧은 반세기 동안 이루어 낸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가 폭력과 테러, 고문과 공포를 이겨낸 지난한 역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민주주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야당대표에 대한 테러가 있었습니다.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지금 ‘정치적’ 테러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정치인이었다는 것 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줄 알았던 우리 사회가 이토록 취약하다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이번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지켜왔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번 테러의 희생자는 박근혜 대표입니다. 하지만 이번 테러의 가장 큰 희생자는 폭행과 감금, 고문과 협박 속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한 평짜리 독방에서 죽음으로부터의 공포를 견디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인간의 존엄을 외쳤던 분들입니다. 이번 테러의 가장 큰 희생자는 국가폭력의 한 형태인 독재, 특히 군부독재로부터의 자유, 민주화를 외쳤던 5․18 광주영령이며 박종철이며 이한열입니다. 이번 테러의 가장 큰 희생자는 그들이 꿈꾸던 세상을 위해 애쓴 우리당의 당원들이며,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입니다. 누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 민주주의의 증인들에게 테러의 멍에를 씌우려 합니까?

배후를 이야기합니다. 사주를 이야기합니다. 교사를 이야기합니다. 조직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대명천지에, ‘음모’와 ‘공작’을 주장하는 밤의 세력이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를 살아왔고 참여정부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유신의 밤거리를 배회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테러든 결단코 반대합니다. 민주개혁세력과 열린우리당원의 이름으로 이번 테러를 격렬하게 비난합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표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고 당시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두 번 세 번 생살이 베이듯 쓰라립니다. 누구에게나 이번 테러는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테러의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 자신이 나치즘의 희생자였으며 여성이었던 한나 아렌트(Hanna Arendt)는, 분노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불의가 아니라 위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불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위선은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상입니다. 왜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지금 심각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합의의 과정이 지루할 수도 있고, 합의한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불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독재자와 ‘臣民’만이 존재하는 국가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테러와 공포를 이겨 낸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 신념보다 허약하다 해도 아끼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주의 세력이 무능하고 보수주의 세력이 권력욕만 가득할 때, 그리고 사회주의 세력 또한 대안이 되지 못할 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인 전체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당이 민주주의를 지키며, 시민을 섬기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은 바로 민주주의를 만들어 온 이들의 뜻을 기리고 우리 시민의 명예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국민들과 대화하는 정치, 위선이 아닌 정도의 정치, 용서와 포용의 정치를 펼치겠습니다. 모든 사안을 당파적 프리즘으로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과도 낮은 자세로 얘기하겠습니다. 우리는 비폭력과 민주주의만이 인간의 존엄을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또 그들과 함께 하려는 우리들이 답답하게 보일 지라도, 우리는 찢긴 민주주의의 깃발을 들고 서 있겠습니다. 시민들께서 쉼 없이 찢긴 깃발을 다시 깁고, 부러진 깃대를 끊임없이 새로 세워나갈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각오이자 고난 뒤에 올 새로운 희망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중히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해치는 모든 테러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국회의원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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