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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7. 12:02관심사

망망대해에서 '대게' 잡는 사람들
[10시간 밀착취재] 우리나라 최대 어장에서 건져 올린 맛
텍스트만보기   김용철(ghsqnfok)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짬뽕'을 좋아한다. 중국 음식점에서 파는 짬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음식의 재료를 이것저것 섞어서 먹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양념 문화라고 할 수 있고, 쌈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생선회를 먹을 때도 무침이나 쌈을 싸서 먹는 민족이다.

그런데 유독, 원 재료의 맛만 즐기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대게! 뜨거운 김에 쪄서 아무 조미 없이 먹어도 맛있는 게 대게다. 그만큼 완전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완전한 맛! 먹고 싶은 대게! 대게 잡는 사람들과 10시간 동행 취재했다. 2부로 나눠서 게재합니다.


▲ 대게는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서 대게라 한다
ⓒ 맛객
나를 감동시킨 해오름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봤다. 우와~. 대자연이 연출하는 광경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 경이로움! 바닷물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가볍고 사나운 파도와는 격이 달랐다. 바다 전체가 움직이는 듯, 무겁게 일렁거리는 모습은 무뚝뚝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아버지처럼 무엇인가 진중함이 느껴졌다. 저 멀리 저것은 육지인가? 산인가?

▲ 검푸른 바다가 무겁게 일렁거리고 있다
ⓒ 맛객
아니다 구름이다! 검푸른 바다와 맞닿은 하늘의 구름은 마치 백두대간을 바라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알았다. '구름이 웅장할 수도 있구나'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챙겨서 갑판으로 나갔다. 심하게 흔들거리는 배로 인해 배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금세, 바닷속으로 풍덩 빨려들어가고 말리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다 위 하늘에서는 초승달이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에서 한 시간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어장이 나온다.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 드르륵! 드르륵! 선장은 벌써부터 그물을 열심히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선원 두 명이 숙달된 손놀림으로 그물에서 대게를 분리하고 있다. 어찌나 빠른지 얽히고설킨 그물에서 대게를 빼내는 시간이 10초도 안 걸린다.

▲ 선장은 대게 그물을 걷어 올리고 선원들은 그물에서 대게를 떼 내고 있다
ⓒ 맛객
잡혀온 대게라 할지라도 몸체 세로를 재어서 9cm 이하면 미련 없이 바다로 던져 버린다. 또 빨간 알을 품고 있는 암컷도 다시 돌려보낸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함이다. 갑판 한쪽에서는 수심 150~200m에서 갓 잡혀 올라온 붉은 대게 수십 마리가 검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선홍빛을 발하고 있다.

▲ 대게 몸통을 세로가 9cm 이하면 다시 바다로 보낸다. 그물에 걸려 올라온 대게가 갑판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 맛객

▲ 대게 그물에 아귀도 걸려 올라와 있다
ⓒ 맛객
이게! 저게! 해도 대게! 특히 깊은 바닷속에서 막 잡혀 올라온 저 게가 진정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먹을거리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대게만 있는 게 아니다. 옆에서는 재수 없게 걸려 올라온 아귀 한 마리가 생을 체념한 듯 미동도 않은 채 눈만 껌벅거린다. 소라도 몇 개 뒹굴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았다.

▲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뿐이다
ⓒ 맛객
망망대해! 그동안 말 쉽게 망망대해라고 표현했지, 이 순간처럼 실감난 적 없었다.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망망한 느낌에 머리가 멍해지기까지 한다. 물결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이는 배 덕분에 내 육신이 내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어지럽고 급기야 멀미까지 올라오려 한다. 그 순간 동쪽하늘 시커먼 구름 뒤에서는 여명이 밝아온다.

순간순간 화염에 덮인 듯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곧 해오름이 시작될 듯싶다. 아직 선실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정덕수 시인에게 말했다. "해 떠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나온다. 다음 지역정보시티N 강원도 리포터인 정덕수(오색령) 시인은, 양희은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한계령의 원작시를 지은 분이기도 하다. 검푸른 바닷속에서 시뻘건 쇠가 아니, 해가 솟아오른다.

▲ 구름 뒤로 해오름이 시작되고 있다
ⓒ 맛객
구름 뒤로 보이는 해가 저리도 선명할까? 육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심장이 배의 엔진소리만큼이나 빨라진다. 흥분된다. 동해바다 위에서 보는 일출이라~ 이 순간 정 시인에게 부탁드려볼까? 해를 본 느낌을 즉석에서 시로 읊어 달라고 ... 아니다!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벅차오름을 주체할 길 없는데... 사람이란 감동이나 슬픔 환희의 절정에서는 차라리 말이 없다.

어떠한 소리도 절정의 순간에는 침묵보다 나은 건 없다. 해가 드디어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차갑고 검푸른 바다도 태양빛으로 인해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저리 멋진 해오름을 우리만 보는 게 아깝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연신 디카에 담았다.

갑판에 나온 지 10여분, 어지럽다. 바다가 일렁거리듯 내 속은 울렁거린다. 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선실로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다. 경험상 누워 있으면 그나마 멀미가 덜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 육지가 그립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바다에 나온 지 2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육지가 그리워져?

역시 뱃사람은 타고나야 하나보다. 돌아가려면 앞으로도 8시간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견디지? 어지럼증과 배 멀미가 느껴져 괴롭다! 어제 오후에 부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죽변항이 보인다
ⓒ 맛객
울진과 대게취재를 내려온 우리 일행이 타고나갈 배인 '성광호' 박영철 선주님과 인사를 나누던 자리였다. 이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게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멀미약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라면서 겁을 팍 주는 것이 아닌가? 어어? 그러고 보니 드센 파도와 10여 시간 씨름을 해야 한다면 마냥 즐거울 것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안내해 주신 죽변면 심정섭 청년회장님도 멀미 때문에 고생했던 일을 묻지도 않았는데 꺼내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서 멀미 멀미 이야기를 해대니 서서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호기를 부렸다. "뭐... 멀미 정도가 무서우면 배 탈 자격도 없겠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떴다. "선장님 내일 출항 때 선원들 없어도 될 겁니다. 제가 일하죠 뭐."

사람들 표정이 "내일 배 타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봐라" 하는 식이다. 배는 새벽 3시에 출항하기 때문에 오후 11시경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잠이 들었다가 다시 확인하면 1시 15분! 2시 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대여섯 번은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서둘러 세수를 하다가 귀를 건드리는 바람에 귀걸이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 세면대로 떨어져서 물구멍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이게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내심 불안한 마음을 짓누르고 숙소를 나섰다. (기사 이어집니다)

▲ 새벽3시 죽변항의 야경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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