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春情實錄-배반의 봄1

2006. 3. 26. 11:58관심사

春情實錄 - 배반의 봄1
   

                                                                              -땡순이-

칼슨상이라꼬 이웃동네에 홀로 사는 아자씨가 있다. 정식 호칭은 칼가리이다. 슨상의 단골 밥집 여주인이 칼 잘 갈아준다꼬 붙여준 별명이다. 올해 쉰여섯. 이혼 팔년차. 칼 갈러 다니는 사람이냐꼬? 전통 목검 만드는 장인(匠人)이다. 코 크고, 어깨 넓고 가슴 두툼하고, 전쟁영화에 나오는 육군중사처럼 선량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이다. 글라디에이터의 럿셀 크로우를 상기해주기 바란다. 일단 럿氏를 서너 군데 심하게 찌그러뜨린다. 그 다음 한시간쯤 숯불 연기에 까슬린다. 그러면 대략 칼슨상이 나온다.


인상만 닮았남. 럿氏가 한 호색하는 잉간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우리 칼슨상도 만만치 않다. 門派는 쩜 다르다. 럿氏가 비너스만 골라서 즐기는 미식파라면, 칼슨상은 뭐든지 주워먹는 色道無門派이다. 쉰여섯이면 대략 빌빌거릴 나이다. 칼슨상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그 나이에도 칼슨상은 소개팅狂이다. 묻지마관광에도 적극 참여하는 눈치다. 칼슨상의 핸펀 주소록을 훔쳐본 적이 있다. 처자들의 이름이 고봉으로 담겨 있었다. 다방마담도 있고 초딩여교사도 있고 심지어는 무당도 있었다. 오십대부터 삼십대초반까지 나이 분포도 화려했다. 그러면서도 칼슨상은 나만 보면 징징거린다. 나 지금 배고퍼. 너무 오래 굶었어. 아임 헝그리 나아아우! 벼룩의 간을 내먹지.


칼슨상은 재작년 봄 동네 까페에서 알게 되었다. 칼슨상이 이사온 지 얼마 아니되어서다. 그 까페의 나이든 주인아주미가 인물이 고운 여인이다. 그래서 눈독을 들이는 사내가 많았다. 칼슨상은 아예 눈이 뒤집힌 케이스였다. 종일 까페에 죽치고앉아 아주미의 궁둥이 공략에만 골몰했다.


“함 조라.”
“멀 조.”
“거시기.”
“거시가 머시기야?”
“뒤로 함 주어.”
“못 조”
“함 조.”
“안 조.”
“조.”
“아파. 손치워.”


그러다가 궁둥이에 퍼런 기스까지 났는데, 그 기스를 아주미가 서방님한테 들켰고, 그래서 일어난 한바탕 소동이 굉장치도 않았다.

적다보니 칼슨상이 기냥 주책맞은 오입쟁이가 되고말았다. 나름대로 匠人다운 탐미의 세계가 있는 양반이다. 어느 가을날 저녁 한번은 슨상의 집에서 마주앉아 色道를 논하던 일이 기억난다. 잠시 말을 멈춘 슨상이 석양이 비끼는 창문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윽한 눈길과 구성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었다.

“난 말여. 사실 거시기 그 자체에는 벨루 관심이 엄써.”
“그람 멋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껴?”
슨상은 벽에 길린 장검을 가져와 칼집에서 조심스럽게 칼을 꺼내들었다.
“이 칼날을 함 바바.”
“......?”
“직선같아 보이줴?”
“미묘한 곡선이네여.”
“그러췌. 잘 본겨. 내가 그래서 당신을 좋아하는겨.”
“그 곡선하꼬 슨상님의 색도하꼬 무신 관계가 있다는 말씸입니껴?”
“이 곡선이 칼의 생명이거등. 기계로는 못 깎는겨. 손재주만으로도 안되는겨. 안목과 영감이 있어야 허는 대목이라는거쥐. 그걸 어데서 얻느냐?”
“......?”
칼슨상은 뱀장수처럼 나를 노려보면서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여체여... 여체.... 츠자들 엎드린 모습있잖어. 목에서부텀 쭈욱 흘러내려서 궁뎅이까정!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미묘한 곡선이 거기 있는겨! 그거시 나으 영감과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는거쥐. 난 얼굴 안봐. 나이도 안봐. 앞도 안봐. 거시기도 안봐. 오로지 그 선! 그 선만 보는겨!”


당시 칼슨상은 서른아홉의 보험설계 이혼녀의 집요한 구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칼슨상의 주장이 그랬다. 내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보험외판 작업으로 보이더구만... 글타고 면전에서 슨상으 존심을 상하게 할 수는 엄꼬.... 암튼, 칼슨상은 외판녀에 대해서 의외로 시쿤둥했다. 그날도 이야기 도중 보험외판녀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그 보험설계사아주미도 지금 말씀허신 거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그리여 ~ 나이도 좋고 얼굴도 그만허문 괜찮아. 그런데 선이 엉망이란 말여. 선이...”
“손수 점검을 해보셨습니껴?”
“우리 같은 사람은 척 보문 알어.”
“그람 그냥 가끔 요기만 하시문 되찮겄어유?”
“결혼 안한 남자한테는 안 준댜.”
“열녀났네욤! ~ 그랴두 여러가지 편법이 있지않겄어유?”
“난 아무리 굶어두 사기꾼이 되기는 싫거덩.”
“흐미 까다로우시기는... 그란디... 그람 까페아주미 거시기는?”
칼슨상은 침통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쥑이지.”


안타깝게도 아주미를 향한 칼슨상의 단심은 결국 헛방구로 끝나고 말았다. 칼슨상의 비극은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다. 아주미는 내가 잘 알았다. 겉은 강남 가오마담 출신이로되 속은 수절과 소녀의 낭만으로 똘똘 뭉친 여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새봄이 되자 강력한 경쟁자들이 떼거지로 나타나는 재앙이 겹치고 말았다. 그중에는 인근 골프장의 단골손님이나 저 먼 동네의 감자탕집 주인 같은 사회지도층급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골 관리차원에서 칼슨상의 추파를 너그럽게 받아주던 까페아주미도 야무지게 안면몰수를 선언했다. 칼슨상은 더이상 아주미의 궁둥이에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칼슨상이 궁둥이쪽으로 손을 붙여오면 아주미는 쌍심지를 돋우며 손작두를 꺼내들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호시절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아주미는 아예 칼슨상이 곁에 앉는 것조차 노골적으로 눈꼴사나와했다. 실의에 빠진 칼슨상은 애꿎은 나만 붙들고 신세한탄을 했고, 三春이 다 가기도 전에 까페에 발길을 끊고 말았다.


봄이 가고 여름도 가고 지붕처마를 기던 박넝쿨이 뙈창 아래 돼지감자꽃 위로 은근슬쩍 궁둥이를 갖다대던 어느날 저녁이었다. 칼슨상이 아담한 중년의 여인을 대동하고 까페에 나타났다. 칼가리아 - 칼슨상 새 애인의 예명 - 는 짧고 우아한 헤어스타일에 얌전하게 생긴 방년 마흔둘의 중년부인이었다. 초중딩 두 아이의 학부모란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칼슨상이 너스레를 떠는 동안 칼가리아는 수줍고 정다운 표정으로 칼슨상의 말에 다소곳이 귀를 기울였다. 칼가리아 앞에 앉아 칼가리아를 바라보던 카페아주미의 득의어린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이 세상의 미소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미소는 어떤 것일까. 첫번째는 당근 부처님의 엄화시중의 미소이겠다. - 예수님은 세상에 사는 동안 한번도 웃으신 적이 없다. 끔찍하게시리. 내가 알기론 아마 공자님도 - 그다음 두번째로는, 자신보다 못생긴 여자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미소가 아니겠는가.


두 연인의 가을은 뜨겁고 정열적이었다. 처음에는 러브호텔에서 만나더니 보름도 못되어 칼슨상의 집으로 접선장소가 바뀌었다. 횟수도 일주일에 한두번에서 매일로 바뀌었고, 오후에 한시간 잠깐 다녀가던 것도 점심 직후부터 석양낙조까지로 대폭 연장되었다. 칼가리아는 칼슨상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팔년만 기다려주오. 그때 이혼하고 달려오겠나니다. 칼가리아가 뜨거운 뺨을 칼슨상의 가슴에 대고 쌔근거리며 토해낸 대사였다. 칼슨상의 전언이다. 그 전언이 진짜인지 칼슨상의 상투적인 허풍이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서리맞은 뭣처럼 시들새들했던 칼가리아의 얼골이 봄비 머금은 수선화처럼 활짝 피어났다는 사실만큼은 내 두 눈으로 지근거리에서 여러번 똑똑히 목도하였던 바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헉헉헉헉. 글이 마냥 길어지고 있다. 정작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인데 벌써 분량이 한참 초과가 되었다. 웃기는 것은 달려오다가 내가 왜 이 글을 시작했는지도 까먹었다는 사실이다. 맨날 이 모양이다... 앞에를 올라가보고 왔다... 기렇다. 이 횡설수설의 원인은 다북쑥늼 때문이었고나! 아아. 졸립다 몇줄만 더 추가하고 자야겠다. 나머지는 내일 어떻게 해바야지... 오늘은 넘 피곤한 날이었다. 부대찌게에 넣은 라면을 과식한 게 실수였다. 앞으로 한달동안 부대찌게 먹을 때 라면넣지 말아야지. 아무튼 그래서 가설라무네.


나는 칼슨상의 아끼는 대화상대였다. 내게는 뭐든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칼가리아와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기쁜 얼굴로 칼슨상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었다. 방사에 대한 자문에도 심도있게 응해주었다. 칼슨상은 타고난 절륜에 완력가였지만 섬세한 터치가 부족했다. 나는 고금의 전거를 뽑아다가 칼슨상에게 제공해주었고, 칼슨상은 겸손한 마음으로 나의 우정을 음미하고 적용했으며, 그 효험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호의에 찬 교류는 어디까지나 외양일뿐이었다.


두 연인의 밀회를 바라보는 내 심사는 솔직히 개한테 습격을 당한 닭장 속처럼 심란했다. 불륜에 비분강개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방면으로 윤리보담은 미학과 유물론을 앞세우는 입장이다. 유물론은 적절한 다른 표현이 안 떠올라서 일단 둘러대는 말이다. 거창할 거 없다. 밥은 굶주린 자의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사흘 굶은 사람이 부잣집의 밥 한그릇을 훔쳤다면 그 정상을 충분히 참작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칼슨상은 배꼽이 등거죽에 붙어있는 위인이었고 칼가리아로 말할것같으면 무심한 남편의 몰지각한 방치로 그 “꽃다운 나이” - 유명한 어떤 色道 전문가의 말 - 를 하릴없이 낭비하고 있던 터였다. 가엾게도 그녀의 허벅지는 바늘자국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워쩔것이여.


내 심란한 심사는 두 연인탓이 아니었다. 내 처량한 사정때문이었다. 나 역시 早失妻妾한 뒤 어물쩡거리다보니 어느새 독수공방 오년차에 접어든 외롭고 곰팡내나는 처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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