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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3. 16. 10:58관심사

봄꽃도 진주 비단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
<그 품에 안기고 싶다 56> 고운 물결 위에 나비가 춤추는 듯한 옷감의 황제 '진주 실크'
  이종찬(lsr) 기자
▲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진주실크
ⓒ 이종찬
실크, 중국 황비 '시링치'가 처음 발견하고 처음 만들었다

아름답고 고운 꽃들이 수없이 피어난 부드러운 물결 위에 호랑나비가 훨훨 춤추고 있는 듯한 눈부신 옷감의 황제 실크. 지금으로부터 무려 2천년 앞,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라는 땅길과 바닷길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지구촌에서 널리 알려진, 성숙한 여인의 속살보다 더 신비스러워 보이는 실크. 실크는 언제 누가 처음 발견하고 만들었을까.

자료에 따르면 실크는 BC 2600년쯤, 중국의 황비였던 '시링치'가 발견하고 만들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황비 시링치가 정원을 거닐다가 나방의 유충 같은 벌레가 빛나는 실을 입에서 토해내 하얀 빛이 흐르는 타원형의 고치로 제 몸을 감싸는 것을 보면서 실크를 처음 발견했고, 그 고치를 감싼 실을 뽑아내 처음으로 실크를 만들었다는 것.

좀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그때 황비 시링치는 고치가 하도 신기해 자신의 방으로 가져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그만 실수로 고치를 찻잔에 빠뜨리고 말았다. 근데, 뜨거운 찻잔에 빠진 고치에서 하얀 실오라기가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황비는 무릎을 탁 치면서 가늘게 반짝이는 이 실오라기를 이용해 옷감을 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비단을 짜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일까? 한나라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 '기자'가 고조선으로 건너와 양잠과 비단 짜는 법을 가르쳤다고 씌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앞 중국과 고비사막을 지나는 실크로드가 생기기 훨씬 앞부터 비단을 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쉴새없이 돌아가는 머리카락처럼 얇은 실오라기
ⓒ 이종찬

▲ 저 가느다란 실로 어떻게 옷감을 짤 생각을 했을까
ⓒ 이종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무지개빛으로 휘돌고 있는 실오라기

"우리 나라에서의 본격적인 의복혁명은 문익점 선생이 중국으로부터 목화씨를 붓통에 숨겨오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그동안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 옷감 삼베에서 면화로, 더 나아가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크로 바뀌기 시작했지요. -진주시 관광진흥담당 박용덕 과장

지난 1월 13일(금) 오후 2시. '진주 한류상품 팸투어' 일행들과 함께 찾았던 실크전문생산회사 '카리스 실크'(경남 진주시 상평동 201-5). 이 회사는 40여년째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고운 색상과 물결처럼 부드러운 촉감이 여인들의 마음을 마구 설레게 하는 세계적인 명품 실크를 쉴새없이 만들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실크 제품은 우리나라 오천 년 전통의 맥을 잇는 고고한 아름다움과 현대감각의 세련된 멋을 살린 한복지와 실크 고유의 고급스러움에 실용성을 더한 양장지, 아름다운 디자인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사람들이 눈길을 끄는 스카프, 남성만의 중후한 멋과 세련된 디자인의 넥타이 등이다.

나그네와 일행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수 만개의 실타래에서 무지개 빛을 띤 실들이 물레처럼 펼쳐진 기계를 따라 정신없이 휘돌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들이 순식간에 끊어지거나 마구 뒤엉켜버릴 것 같지만 기계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눈부시게 빛나는 오색실들이 저마다 제 갈 길을 미리 알고 있다는 투다.

▲ 실크공장 안에 들어서면 수백 수천 대의 물레가 한꺼번에 돌아가는 듯하다
ⓒ 이종찬

▲ 무지개빛으로 탈바꿈한 가느다란 실오라기
ⓒ 이종찬
진주는 세계 5대 실크생산지이자 국내 실크 80% 이상 생산

"실크생산업체가 진주에만 120여 곳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 실크의 80% 이상을 진주에서 생산하고 있고, 진주가 세계 5대 실크생산지지요.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진주실크도 80년대 중반부터 값싼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90년대 중, 후반기부터는 사양길에 접어들었지요."

나그네가 넋을 잃고 머리카락처럼 얇은 무지개빛 실들이 한 올 한 올 모여 아름답고 고운 실크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진주시 관광진흥담당 박용덕 계장이 한 마디 툭 던진다. 이어 "진주실크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활발한 해외시장개척과 박람회 참가 등 꾸준한 홍보전략을 통해 점점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박 계장은 "옛 말에 '진주 비단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현금을 싸들고 와도 하룻밤 자면서 기다려야만 한다'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주실크가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어려웠다"라며,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생사로 실크를 만들기 위해서 진주 실크공장에서는 전국 누에농장에서 나오는 누에고치 90% 이상을 가져온다"고 되뇐다.

우리나라에서 '실크' 하면 곧 진주로 통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시월에 개천예술제가 열릴 때면 진주 실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의상페스티벌'도 연다. 세계 50개국 주한외교사절을 통해 홍보하는 '세계의상페스티벌'은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여는 행사로 세계전통의상쇼, 대사부인한복쇼, 전문한복쇼 등을 다채롭게 펼친다.

▲ 잘 짜여진 실크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는 공정
ⓒ 이종찬

▲ 실크 위에 꽃과 나비가 춤추는 듯 하지 않는가
ⓒ 이종찬
피어나는 꽃 속에 호랑나비떼 춤추고

"진주가 질 좋고 아름다운 실크 생산지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염색 때문입니다. 염색은 기후와 물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진주는 1급수를 자랑하는 진양호를 끼고 있고, 사계절이 또렷한 곳이지요. 일본에서도 똑같은 기계와 기술로 실크를 만드는데, 진주에서 만드는 실크에는 못 따라오지요."

눈이 황홀할 정도의 무지개빛 실오라기들이 가지런하게 돌아가면서 실크로 탈바꿈하는 공정을 지나치자 그 다음 공정은 잘 짜여진 실크에 무늬를 새기는 과정이다. 여러가지 빛깔이 새겨진 실크가 천천히 돌아가다가 잠시 멈춰 설 때마다 기계가 철커덕 하고 내려서는가 싶더니 어느새 또 하나의 새롭고도 고운 무늬가 새겨진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실크 위에 금세 여러가지 꽃이 피어나는 듯하다. 아니, 그 피어나는 꽃들 속에 호랑나비떼들이 춤추며 날아오르는 것만 같다. 어떻게 이렇게 고운 천에 이렇게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질 수 있을까. 이는 모두 이 회사 디자인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디자이너들의 지혜와 노력에서 나온 땀방울이다.

이 회사 디자이너들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들을 비교 분석하고, 서로 겹쳐보기도 떼어놓기도 하면서 새로운 색깔과 무늬를 창조해낸다. 신의 손이랄까. 디자인실을 나와 마지막으로 실크제품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거기 새로운 색깔과 새로운 무늬의 세상이 아까부터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 실크의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는 디자인실에서 개발된다
ⓒ 이종찬

▲ 모든 공정이 끝나고 제품으로 탈바꿈하기 직전의 실크
ⓒ 이종찬
산과 들녘 곳곳에서 온갖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대자연이 피워내는 꽃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대자연이 피워낸 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꽃도 있다. 사람이 피워낸 꽃! 그 꽃은 비록 향기는 나지 않지만 대자연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숨어 있다. 그 꽃은 진주실크이며, 그 꽃을 찾는 나비는 사람이다.

▲ 실크로 만든 멋진 넥타이와 세련된 스카프들
ⓒ 이종찬
2006-03-15 17:59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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