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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13. 20:18정치

개혁세력은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야
                                                                       단재몽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다음의 귀절이 있다.


[기존의 체제를 개혁하여 새로운 질서에 착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그것은 성공할 가망성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가장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옛 질서의 기득권층이 모두 개혁가의 적이 되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서 이득을 볼 사람들만 그것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에서 이득을 볼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거의 기득권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이란 새로운 질서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보지 않는 한 새로운 질서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문제제기를 해 놓고만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처방을 하고 있다. 바로 무력에 의한 강력한 개혁의 실천을 말이다. 마치 중국고대 전국시대의 혼란스러움에 치를 떨었던 진의 시황이 전격적으로 한비자의 법가이론을 받아들여 중국의 통일을 이루어 내었던 방법을 알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물론 나는 이 방법에 다 동의하지 못한다. 더구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마당에 마치 ‘개혁독재’ 쯤에나 해당 할 만 한, 그런 무력이나 폭력적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문제를 여기에 거론한 이유는 바로 개혁의 어려움 자체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개혁의 어려움과 고통이 이러할 진대, 이 땅의 개혁세력들의 진중하지 못하고, 전혀 전략적이지도 못하며, 되려 그 한계와 모순에 빠져 허우적대는 현실을 개탄하며,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의 자기반성을 촉구하고자 하여서다.


오늘은 한 가지만 이야기를 하겠다. 이제 전선이 분명히 민주대 반민주의 이분구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극명하게 우리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전선이 이분구도로 있을 때는 우리끼리의 선명경쟁이 시중에서 나름으로 접목되고, 이해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조밀하게 나누어진 환경으로 진일보한 사회적 여건에서는 이제 그러한 선명경쟁에 의한 도덕적 우월싸움은 시중에 절대 녹아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착각을 한다. 그것은 개혁세력내의 명망가나 또는 리더들이 우리의 목적과 몫을 대변하는 존재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미안하게도 그들이 개혁실천의 방법론에 있어 그 헤게모니를 주도한다고 믿지만, 그들은 철저히 개혁세력의 시각에 의해 조종되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스스로의 존재를 확약하는가에 대해 그들은 예민할 뿐이며, 그것을 기준하여 주제를 끌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선명경쟁에 다시 내몰릴 뿐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개혁세력의 리더들은 개혁세력의 입맛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현실의 냉철한 요구도, 중요성도 배제하고, 개혁세력의 구미에 맞는 역할과 선명성, 그리고 도덕적 우월감에 다만 몰입되어, 싸우며 정체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지 세력이 선명경쟁과 이상적 요구만을 하게 되니 자연 그리 될 밖에.... 문제는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미안하게도 이 책임은 철저히 개혁을 추동하는 제 세력 자신들 모두에게 있다. 내몰지 말라. 이제는 우리스스로 뒤 돌아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스스로 선명경쟁 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내 쫓으며, 개혁의 의미와 가치를 단순화 해 놓고서, 무슨 자격으로 그들은 분열을 일삼고, 일은 안하며, 무능력하다고 탓 할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제도, 그리고 권력을 만들어 놓고도, 우리를 대리할 사람들이 그것을 기반으로 개혁의 실천에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했는지 스스로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각자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추동,견인하는 것이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자세임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실용적 가치가 되었든, 강한 개혁드라이브가 되었든 거기에 맞는 각자의 역할과 능력이 따로 있을진대, 그것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허구한날 개혁의 가치를 단순화 해 놓고, 그 기준으로만 평가를 해 대고, 거기에도 모자라 그 기준으로 맘에 차지 않으면 동지를 되려 원수 보듯 하니, 누가 과연 각자의 역할대로 합리적이며, 협력의 마음으로 개혁을 제도적으로 실현해 낼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되니 서로 물고 물리며, 자중지란만 벌어지고, 결국은 대중일반으로부터 그들뿐만 아니라 개혁추동의 제 세력 모두가 돌멩이를 맞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 자기모순과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행태와 모양은 아직도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화된 콘크리트마냥 단단한 석고상으로만 버티고 있어야만 하는가. 이게 말이 되는가.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개혁이 쉽지 않다고 선각자는 말하지 않는가. 더구나 민주주의라는 아주 지랄같은(?) 조건 속에서 우리는 그 어려운 개혁을 실천하고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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