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4. 13:12ㆍ정치
대통령이 홍보정책 담당 공무원들에게 했다는 발언 요지 전문을 읽었다. 연합뉴스에서 읽었던 관련 기사가 전하는 대통령 발언과 얼핏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요약이기는 하나 전문을 읽으니 발언의 전후사정 맥락을 알수 있게 되면서 같은 말도 조금 다르게 들리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옮긴 대통령 발언과 청와대가 요약한 전문의 선거 관련 주요 내용을 비교해 보자.
1.
연합뉴스: "한
두번 선거로 국가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아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그 나라의 제도, 의식,
문화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
청와대 전문: "한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수준이 있다.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 캐나다의
예를 말한 적이 있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는 부분은 전문에는 없다. 이 말은 별로 안중요한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이 마치 선거 결과에 게의치 않고 있다는 늬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조중동과 경향신문까지 가세해 우리 언론이 개거품 무는 대목이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민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놓고 금방 발을 바꿨다는 것이다. 속으르는 민의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의 증거로 이날
발언이 언론에 의해 재해석되어 유포되었음을 생각하면, 누군가에 의해 첨언된 이 여덟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은 언론의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고 할
말하다.
대신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라고 한 전문 속 대통령 발언은 뉴스에서는
빠져있다. 선거에 대해 작심하고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에 쏠린 구구한 해석과 관심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은 위치와 싯점에서
대통령은 청와대 전문에 따르면 선거 그자체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정이 분리되었다고 여당의 참패가
대통령에게 즐거운 뉴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여당의 '망'과 야당의 '흥'에 대한 소회가 아니라 그 선거를 가능하게 하는 큰 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역할에 여전히 천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금 바로 그 제도를
책임지고 실행하는 공무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으므로.
사실 대통령의 '한두 번 선거...' 와 '민주주의'는 이날 발언
전체의 주제와 관련 지어 볼때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도를 직접 실행하는 이들의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한 에들립이고 양념일 뿐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 다시 선거 얘기를 끌어내며 공무원들에게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인 정책홍보시스템을 추진해 가자고
재차 당부하고 있다.
2.
연합뉴스: "역사에서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주체가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며 "선거에 졌다고 해서 역사의 역할이 틀린 것은 아니다"
청와대 전문: 없음
뉴스에는 있는 말이 청와대
전문에서는 일체 언급되어 있지 않다. 요약이니 청와대가 편의적으로 뺐을 수도 있고, 언론에 의해 임의적으로 첨가되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을 했든 하지 않았든 언론에서 인용함으로써, 이 말은 앞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언론의 첨언(전문에는 없는)에 더해 대통령이 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무시하고 있으며, 오만하게 독불장군식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언급을 했다면 청와대는 전후 맥락을 밝혀 오해를 푸는게 상식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실제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3.
연합뉴스: "나는 정치적으로 계속 역풍을 맞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됐다. 역풍을
두려워 해선 안 된다"며 "나는 정계입문 때와 종로 보궐선거 출마 때 순풍을 맞았을 뿐 대선 때도 20일
전까지는 역풍 속에 있었다"
청와대 전문: "제가 정치를 하는 동안 순풍은 13대 때 뿐이다. 호남당 했다고
선거에서 떨어지고 항상 역풍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대통령 선거 그 해에도 마지막 20일까지 역풍 속에서 헤맸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 인간
만사 다 그런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답게 자부심을 가지고...(정책홍보시스템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라면 살려가자. 공무원들이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다."
뉴스에서 전하는 대통령 발언과 전문의 대통령 발언은 의미는 비슷하지만 앞뒤 발언 순서도 뒤섞여 있고
전문에는 없는 말이 뉴스에는 포함되는 등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뉴스와 전문을 천천히 읽어보면 대통령의 발언의 늬앙스가 각각
다르고, 특히 언론의 의도가 매우 악의적임을 알수 있다. 즉 연합뉴스는 "역풍을 맞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됐다"는 발언을 맨
앞으로 빼서 강조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 기사를 읽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마치 어려움도 있었지만 제 뜻대로 해도 대통령까지 됐다는 식으로 대통령이
매우 방자하게 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뒤이어 전문에는 없는 "역풍을 두려워 해선 안된다" 를 덧붙임으로써 재차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를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문에는 없다. 일부 언론이 전했다며 덧붙인 마지막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종로선거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순서에 따라 전문을 읽어가면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문제의 이 발언을 하기 전에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자부심의 중요성을 비유까지 들어 하고 있다. 그러다가 자신의 선거 경험, 정확히는 힘들었던 인생유전을 이야기
했다. 즉 대통령은 역풍을 두려워 하지 않는 선거꾼 수준의 얘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나빴다가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라고,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니 마음먹고 하자고 격려하고자 한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날 대통령은 그
자체로 수미일관된 체계를 갖춘, 주제에 충실한 연설을 했다. 민주주의의를 이루는 정책홍보 시스템과 같은 선진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과는 당대에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마음먹고 하면 잘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거 관련 언급은 이같은 발언의 취지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예시였을 뿐이다. 선거의 일회성과 민주주의
제도의 영속성을 비교하고 힘들었던 자신의 정치 역정을 예로 들면서 공무원들에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길게 보고
정책(정책홍보시스템)을 추진하자고 당부한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일 선거 직후 나온 대통령의 코멘트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통령은 조중동 등 언론들이 눈가리고 내지르는
방망이 비난처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 언론에게 민주주의는 관심없다. 오직 선거와 선거
결과가 있을 뿐이다. 그 말 말고는 들리는 것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의 긴 발언 중에서 오직 선거에 대한 얘기만 선택적으로 듣고 옮기며 엉터리로
대통령을 비난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왜이럴까? 왜 몇 년째 이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선거는
짧고 대한민국은 오래 가야 한다. 대통령은 이걸 알지만 언론은 관심없다. 대통령은 역사를 살고, 언론은 당장 내일 밥거리(기사)가 급하기
때문이다. 오직 눈엣가시 같은 노무현 하나 거꾸러 뜨리면 제 세상이 열릴 것 같아서다.
그나저나 선거 한두번 보다 제도와
문화가 중요하다! 이 말이 어디가 틀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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