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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22. 20:26정치

징그러운 것은 아베가 아니라 우리안의 식민주의자들

- 독도문제는 영토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이며 역사의 문제임을

유부

미디어 몹에서 카모밀레라는 분이 쓰신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관한 글을 읽었다. 잘 쓴, 참신하고 그럴듯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조용한 외교 재검토 시사는 대통령이 아베의 속셈을 훤히 꿰뚫어 봤다기 보다는 아베가 겨우 정치공학적 수준에서 외교를 하는, 기껏해야 머리 좋다는 소리 듣는 우익 정치꾼에 불과하다고 하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시종일관 독도문제는 영토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이며 역사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라는 뼈아픈 한국의 근세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흘린 눈물 콧물 핏물의 자취를 알지 못하면, 독도가 한국인에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차마 알리 없다.

다시말해 아베가 몰랐던 것은 한국인에게 독도가 그냥 EEZ라는, 고기 잡이 가능한 바다의 외딴 갈매기섬, 혹은 극동아시아를 관할하는 해양 군사 요충지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독도는 오래 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에 의해 인지된 섬이었다가 1900년 고종 때 울릉군수가 관할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1905년 러일전쟁 과정에서 이 섬의 군사적 가치를 간파한 일본이 조선이 내우외환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시마네현 관할로 고시하고 자기네 땅이라고 맘대로 차지해버린 곳이었다.

즉 독도의 고달픈 운명은 식민지 조선의 그것과 같으며, 해방이 됨으로써 당연히 되찾은 우리의 땅,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이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직 일본의 식민지라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제주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대통령이 독도가 주권의 문제이자 역사문제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그리고 헌법이 부여한 대로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원칙대로 한 일이 결과적으로 아베의 잔꽤를 무용지물이 되게 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베의 속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아베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 부족을 탓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베의 이런 생각이 일본내에서는 또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닌것 같다. 일본의 언론들은 대부분, 아사히 조차도 한국인의 반응을 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주권의 문제라고 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강변한다. 단지 국제법상 일본의 EEZ이기도 한 곳에서 수로를 탐사하려고 하는 것뿐이라면서. 다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왜곡 등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마당에 한일관계를 더욱 그르치는 일을 일 정부가 지금 할게 뭐냐고 할 뿐이다. 한일 양쪽 모두 머리를 식히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공자님 가운데 토막같은 말씀들을 하신다. 그나마 아사히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기가 차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본이 한국에게 독도가 갖는 의미와 역사성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동해에서 한일간 EEZ가 확정되지 못하고 중간수역을 두게 된 것은 우리 땅인 독도를 일본이 한국 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데서 시작되었다. 역사는 몰라도 좋고, 독도의 의미를 몰라도 좋다. 그러나 독도가 한국 땅이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임을 모른체 한다면 차원이 다르다. 그것이 무지의 소산이라 할지라도.

하긴 독도가 주권의 문제라며 조용한 외교를 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못알아 먹는 인간들이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의 주류 언론과 지식인 중 일부에서는 일본의 도발이 한국 정부와 대통령의 단호한 대일 정책이 일본을 자극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국제법을 들먹이며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주문을 외기에 바쁘다. 중앙과 조선 문화가 대표적이다. 자학사관이 따로없다. 징그러운 것들은 일본의 아베가 아니라 우리 안의 식민주의자들이다.

 

 

 

-노하우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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