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006. 4. 13. 23:12ㆍ관심사
|
||||||||
내가 서 있었던 4월 11일(화), 비가 내리는 섬진강가에 물안개는 피어오르지 않았다. 가까운 산들에 잔뜩 비구름이 감싸고 있다. 물안개가 아니라도 봄비 내리는 강물의 도도함이 이렇게 마음 가득 차 오르는 것을, 나는 떨리는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안도현의 시 <겨울 강가에서> 중에서 너무도 섬세한 안도현 시인의 마음이 섬진강물에도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내리는 눈을 받아 내려고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아 놓은 강이다. 강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 깃든 시이다. 섬진강은 내리는 눈을 받아 내는 마음으로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쌍계사 계곡을 타고 섬진강에 합하여 질 땐 몸을 뒤척이며 하얗게 소리 지르고 있다. 흐르다가 바위라도 만나면 아는 체를 해야만 반가운 정이 배가 될 것을 강물은 잘 알고 있다. 쌍계사 들어가는 길을 하얀 터널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던 벚꽃은 간밤의 비바람으로 하나씩, 하나씩, 날리어, 날리어, 쌍계사 계곡 흐르는 물에 몸을 실었고, 섬진강 큰 물줄기 속으로, 물줄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화개장터에서 11년 간 개인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정한구(58세)씨는 섬진강의 수량이 줄어들어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옛날에는 수량이 많아서 강물이 깨끗했고, 더불어 쌓여진 모래에서 금빛이 반짝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섬진강 상류에 섬진강댐, 주암댐이 생기면서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이 점차로 메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들의 흐름이 늦어지면서 강물의 깨끗함이 줄어들고, 고기들도 줄어들고, 금빛 반짝이던 모래도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모래가 너무 좋았습니다. 백사장이 금빛으로 반짝이면 신발을 벗고,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요. 사실 여름이면 그 금빛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도 하였구요. 지금은 기가 죽어 있어요. 그 색을 잃어 버려서 윤기가 없다니까요."
하동군에서는 또 벚꽃길을 2차선이 비좁다고 4차선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20km 섬진강 벚꽃길을 4차선으로 확장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모든 사람들이 하동군청에 달려가 반대를 하여, 하동군청에서는 4차선 확장 공사 계획을 보류하였단다.
남도대교의 개통으로 화개장터가 활기를 찾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 김씨의 대립이 섬진강에서도 팽팽하게 이어졌는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남도대교의 교통과 양 김씨의 퇴진으로 인하여 다시 화합의 화개장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비만 맞고 왔다고 불평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특히 쌍계사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화개장터까지 4km의 벚꽃길을 걸으면서 불평을 많이 하였다는 것이다. 전날 내린 비바람으로 벚꽃이 대부분 땅에 떨어져 버려 볼품이 없는 길을 다리만 아프게 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떨어진 꽃잎이 더 예뻤다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나왔다. 큰비가 아닌 이슬비 정도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길에, 온통 하얗게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걸었던 쌍계사의 벚꽃길은 지금까지 어떤 소풍보다 좋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과는 큰 의견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학생들은 비만 맞고 다리만 아프고 재미 하나도 없었던 소풍이었다는 것이고, 선생님들은 비에 젖은 벚꽃길과 섬진강의 모습이 가슴을 저미어 오는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꽃을 보아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 세대, 만개한 벚꽃보다 비에 젖어 떨어지는 벚꽃잎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차마 그 꽃잎들이 아파할까 봐 발을 어떻게 디딜 수 있었겠는가 하며 감성을 자극하였다. 비 내리는 섬진강은 우리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섬진강의 참 모습이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숙연해지기 시작하였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보려고, 쌍계사의 벚꽃을 보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여러분은 그 곳에 가보고서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꽃을 보고, 흐르는 강물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비도 맞고 옷도 젖고 불평을 늘어놓다가 작은 꽃잎 하나에 기쁨을 얻은 것은 작은 것을 잊고 살던 우리에게 작은 것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주었다. 멋지게 흩날리는 벚꽃은 보지 못했지만 까만 아스팔트와 바위 나무기둥 사이사이 화려하게 수놓은 꽃잎이 더 인상적이었다. 좀 특별한 소풍이 오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섬진강은 정말 깨끗한 강이다. 내가 소풍을 간 곳 중에서 물이 가장 깨끗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섬진강은 정말 시원하게 흘러가는데 나는 더웠다. 자꾸만 섬진강에 뛰어들어서 시원하게 친구랑 물장난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이 섬진강에서 장난을 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한다면 섬진강은 더 이상 깨끗한 강이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