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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11. 20:31관심사

한 오백년 우리들도 저 나무 처럼 살아보자!
- 엉클톰스갤러리 -   


 

(소양강 니마의 內村老松圖)

古木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하늘을 향해

사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기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 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욱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피맺힌

한의 나무를 보라

한오백년 우리들도

저 나무처럼 살아보자

몸이 잘리워져 한토막의

장작이 되는 순간까지

그 누구인지 모르는

자기의 길을 가는 나그네 위해

그늘이라도 푸른 그늘이

되어주지 않겠나


N님!

멀리서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께 이 글을 띄웁니다. 다소 황당하고 무례할 수도 있는 제 글에 님께서는 관용과 해학으로 받아들여주셨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다시 붓을 드는 것은 님이 어쩌면 아실수도 있고, 알고 있으나 또 모르는, 저 역시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한 분을 소개 시켜드리기 위함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을 소개한다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고 주제 넘는 일일수도 있으나 제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라는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가 그 분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했기 때문이 첫째요, 만약 그 탐색의 과정에서 저만의 깨달음이 있다면 이를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그 둘째 입니다.

牛眼 선생이십니다. 눈이 소를 닮았다 하여 '牛眼'으로 호를 정했고 그 크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합니다. 선악이라는 단순한 구분만으로 그 분에 대한 소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美醜의 관점, 자기 신념의 시대적 역사적 정당성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두루두루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고 가고자 하는 '생의 자세'까지 엿보았기에 감히 어려운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시대와 역사가 명하는 대로 소처럼 많은 짐을 둘러 메고 가는 소양강 선생은 눈만 소를 닮은 것이 아니라 그 삶 자체가 소처럼 우직합니다.

옛 선현들은 고목을 벤 그루터기에 걸터앉는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랜 세월 한 곳을 지켜온 큰 나무를 베어내면 자연 그 그루터기엔 고목의 노기가 서려 있어 그 위에 걸터앉은 사람을 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지요. 어찌보면 인간의 논리인 "인과응보"로서 자연의 이치를 제단한 결과이지 않나 싶습니다.

소나무를 화폭에 즐겨 옮기는 우안 선생은 그런 '인과응보'의 논리로 소나무를 보지 않습니다. 대신 소나무에 귀를 기울입니다. 자연에 귀를 기울입니다. 소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물 한자락 모두 친구로 삼아 가식없는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나눴던 이야기를 인간들에게 들려줍니다.

016.jpg

- 우안선생의 허락없이 퍼나름을 우선 사죄드리며 -


때로는 웅장한 화풍으로 산수를 옮기기도 하고, 때로는 한떨기 난초의 소담함에도 귀를 기울여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합니다. 알려주면서 이러저러한 이치를 뭇사람들에게 가르치려하거나 깨우쳐 주려하는 또 다른 '욕심'으로부터 훨훨 자유인이 됩니다. 마치 우리가 그루터기만이 남았을때 나무의 그 마음을 이해하듯이 말입니다.

N형!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우리 세대가 전두환에게 저항하며 짱돌 던질 무렵, 또 다른 우리네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줬던 유행가 가사입니다. 한동안 저 노래 가사가 맞다고 생각했더랬지요. 그런데 한해 이태 지나고 이렇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내 속엔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은 있는가"

내가 쉴 수 있어야 '당신'도 쉴 수 있겠지요. '당신'이 와서 쉬면 다음에 올때 '당신'의 친구를 데리고 오고 싶겠지요. 저는 그 쉴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 상으로나마 찾은 듯 합니다. 우안 선생의 글에서, 화폭에서 그러한 휴식을 누립니다. 그래서 N형을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내가 쉴 수 있는 그 자그마한 공간도 없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휴식과 함께 눈을 탁 틔워 주게 하는 사람.

"그 누구인지 모르는 자기의 길을 가는 나그네 위해 그늘이라도 푸른 그늘이 되어주지 않겠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우안 선생에게서 그런 휴식의 그늘을 맛봅니다. N형을 데리고 그 '푸른 그늘'로 함께 가고 싶습니다.

From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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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심판》이라는 분이 소양강님을 잘 표현한 듯하여 인용한 것입니다.


▲ 우안 선생께서 대나무를 휘호한 것은 그다지 흔치 않은 일이다.



▲ 선생께서 자식같이 여긴다는 솔(松)이다. 우안선생의 소나무는
줄기 한부분만 따로 떼어네 감상해도 그 맛이 깊으며 섬세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화선지 위에 그어진 붉은 선 단위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우안선생 작품에 빠져드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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