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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3. 30. 16:07정치

강금실이 말하는 '관계의 리더십'은
'조직·권력·결과·머리' 아닌 '관계·역할·과정·몸'이 키워드
텍스트만보기   박형숙·이종호(xzone) 기자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9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조건`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valign=top 강금실 "내가 사회에 눈을 떴을 때" / 김윤상ㆍ박정호 기자
valign=top [녹화방송]강금실 전 장관, 대학생과 일문일답 / 김윤상ㆍ박정호 기자

'강금실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들은 많다. 법무부장관 시절, 젊은 여성 변호사가 '대한민국의 대표 남성조직'의 수장으로 들어가 조직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대체 저 여자의 리더십의 원천은 뭐야'라는 호기심을 던져줬다.

이번엔 강금실 전 장관이 직접 입을 열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열린 대학 강연에서 리더십을 설파한 것. 29일 연세대 리더십 센터에선 연속기획으로 '한국지도자 특별초청강연'을 개최해왔는데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이번엔 강 전 장관이 초청 대상이었다.

강 전 장관은 "대중강연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말도 잘 못하고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한 뒤 말문을 열었다.

[조직→관계] 강 전 장관은 리더십의 본질적 개념을 깨뜨렸다. 피라미드처럼 수직계열화된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통상적 개념을 깨고, 리더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리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을 거느린 한 사람을 연상하게 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친구, 가족, 이성 등 다양한 관계에서 그 사람의 최선의 상태를 이끌어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이해할께, 너의 요구는 뭐니, 나의 입장은 이건데' 라면서 공유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 따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서 모두 리더인 셈이다."

모든 관계맺는 과정에 리더가 있다는 얘기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로펌의 대표변호사와 사무국장 중 누가 리더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런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고 요구하며 배려하는 '과정'에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더 어렵다. '너 이거 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쉽다. 그런데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 많이 부족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력→역할] 피라미드 조직의 리더가 '권력'을 지녔다면 강 전 장관이 말하는 미래지향적 리더는 '역할'을 지닌 사람이다. 강 전 장관은 "리더는 상대의 의사를 결정하고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고 발전시켜나가도록 도와주는 창의적 능력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권력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역할로 바뀌고 있다. 로펌 대표가 사무국장보다 더 권력자가 아니라 각자 역할이 있을 뿐이다. 남을 장악하는 권력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결과→과정] 권력 중심의 리더십을 깨고 관계에서의 역할로 리더를 정의한 강 전 장관은 유난히 '과정'을 강조했다.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삶'을 말하는 것.

"오래 사실 줄 알았던 어머니가 어느 날 감기에 걸려 보름만에 돌아가셨다. 항상 내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없어진 것이다. 항상 있을 것 같지만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모든 건 과정으로 존재한다. 불가에 '색즉시공공즉시색'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는 마음이 열린다. '이것만이 나다, 이것만이 전부다'라는 게 아니라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다음을 열어가는 여유가 생긴다."

그는 "인생이 기쁘지만은 않다"며 "기쁨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머리→몸] 강 전 장관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체감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갈등 상황에서 그의 선택 기준은 몸이 원하는 것, 마음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펌 지평이 탄생하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4년 정도가 지난 뒤 12명의 후배 변호사들이 찾아와 나더러 로펌의 대표를 맡아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이틀만에 후배들을 찾아가서 같이 하자고 했다. 돈 계산도 안 했다. 그냥 내가 그 후배들을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되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관계를 잘 지켜와 오늘날 온전하게 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의 선택이다. 어느 쪽이 나을까 고민될 때, 나는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한다. 무모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자기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후회가 안 생긴다. 또 그런 사람들이 아름다운 성공을 거두더라. 구호활동전문가 한비야씨가 마음의 결정대로 선택한 모범적인 사례 아닌가."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읽었다는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언급했다.

"꿈꾸는 만큼, 다른 사람들과 지구와 내가 교감하는 만큼 내 삶이 만들어져 갈 수 있다."

▲ 강연이 끝난뒤 강 전장관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금실이 말하는 "내가 사회에 눈을 떴을 때"

▲ 대형강의실 좌석이 모자라 학생들이 좌석 사이 통로에서 서서 강의를 듣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 대학생이 '나라가 살아야 국민이 산다, 그 반대되는 의미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는데 강 장관은 어느 쪽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금실 전 장관은 "나같이 수신이 잘 안 되는 사람이 나라 일을 해도 되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웃음)"라며 자신의 대학시절을 언급했다.

"내가 국가를 우선시한다기 보다는…, 대학 1학년 때였다. 사회의식이 분명치 않았던 시절인데 유신 때라 학생 데모가 많았다. 신입생이 되고 3월에 탈춤반에 들어갔는데 4월에 데모가 많아지자 휴교를 하고 선배들이 붙잡혀 갔다. 1학년생끼리 모여 선배들 접견다니고 그랬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눈을 떴던 것 같다.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구나. 같이 사는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해야겠다. 사회적으로 소수인 인텔리 계층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공감, 그런 것들이 나에게 오늘날까지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다. 성격도 게으르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가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오랜 고심 끝에,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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