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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2. 15. 15:49정치

나는 이런 사람을 뽑고 싶다

                                                                           - 마레 -

                                                                                                

                                                                                                  2006/02/15 13:11:09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가

 

우리가 얼마나 평등의식이 강한 국민이냐면, 지도자란 단어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정도다. 누가 누굴 지도한단 말야? 왜 언론에 흔히 나오는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작자들 행태를 보면 우리가 지도해줘야 될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감히 사회 지도층이 어째?

 

그럼에도 지도자와 지도층은 필요하다. 설령 모든 사람들이 철인의 반열에 들어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시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론을 만들고 주도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이란 조용한 사람(음인)과 떠드는 사람(양인)으로 나뉘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떠드는 사람의 말이 맞으면 그 의견대로 사람이 모일 것이고, 그가 바로 지도자가 된다.

 

노무현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지조와 강한 소신(장인이 빨갱이면 마누라 버려야 됩니까? 그렇다면 나 그런 대통령 안 합니다.라던 사자후를 잊을 수가 없다), 민주화 운동 이후 정치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원칙을 지키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님들도 그렇지 않수?

 

지금도 만족한다. 그는 과연 기득권세력과 비타협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다. 경제문제는 빼고. 그런데 바로 그 경제야말로 백성들이 하늘로 삼는 것 아닌가(民以食爲天). 그러나 양극화 문제와 내수 부진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지도자를 원망하는 백성들 소리가 높은 게 당연하다. 내 비록 진성 노빠이긴 하지만, 노무현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에게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큰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기대가 적어야 실망도 적은 법이니.

 

다음 대통령 선거가 2년도 남지 않았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사회 양극화를 해결할 단초나마 마련하기를 바라며, 차기를 이야기할 때가 됐다. 독재자라면 박정희 전두환을 실컷 겪었고, 부패한 대통령은 노태우로, 머리가 빈 대통령으론 김영삼을, 정권 기반이 취약하기론 김대중을 이미 경험했다. 이러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내 기준은 이렇다. 첫 번째,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 두 번째, 비전을 가진 사람. 세 번째, 사회통합적인 사람. 네 번째, 콘텐츠가 있는 사람.

 

도덕성은 진부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부정부패에 물들었다거나, 밤마다 마누라와 아이들을 두들겨 팬다거나, 음주운전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면, 그건 자격상실이다. 저 자신을 사랑할 줄도 통제할 줄도 모르는 인간이 어떻게 남을 이끌겠다고 나설 것인가. 봉사가 소경을 인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게 일정한 도덕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도덕성이 죽은 도덕성이 아니라 자기를 긍정으로 나가도록 부추기는 상아 있는 도덕성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예가 바로 거짓말이다.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꾸미게 돼 있다. 정치인이라면 거짓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 정치인에겐 편두통이 없다고 한다. 편두통은 양심적인 사람에게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거든.

 

따라서 우리는 대선 후보의 자질 검증에서 그가 말바꾸기를 얼마나 해왔는지, 과거의 실수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사과를 했는지, 자기 소신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 다들 한두 번이라도 했다면, 상대적으로 덜 한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비전, 꿈을 가졌는지의 여부다. 여기서 비전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서 그가 어떤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고 싶은지, 그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계획이 뜻하지 않게 좌초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사하는 선생님의 걸쭉한 입담을 빌자면, 말로 떡을 빚으면 배고픈 놈이 없고, 말로 X을 하면 온 세상에 내 자식이라고 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그 말을 실천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대통령 후보자만 볼 게 아니라 그의 브레인과 참모진을 봐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진지한 사람들인지, 야심가나 떡고물 바라는 좀팽이 간신배에 둘러싸인 자는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꿈은 남북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포함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은 시달리고 침략당하고 내몰렸지만 살아남았고,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나는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부여한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인지야 모르겠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민족이 중일민족과 더불어 평화롭게 공존할 때, 그 공존이 지속적이며 체계적일 때 비로소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도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세 번째는 사회통합성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처럼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세력을 끌어안아 달라는 것이다. 단, 그들이 가져야 할 몫만큼만 권력을 배분한다는 조건에서.

 

나는 삼성이 좋다. 이건희와 이재용은 싫다. 나는 신문 읽기를 좋아한다. 조중동은 싫다. 난 돈을 좋아한다. 6억 주고 산 아파트가 2년 만에 11억이 됐다는 이야길 들으면 우울해진다. 가진 자들이라고 이 사회 사람이 아닌 건 아니다. 대학 다닐 때 돌맹이 던진 사람만 뭔가 발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다 우리가 사는 사회 구성원이다. 다만 그들이 가진 것만큼만 누릴 수 있게 해 달라. 못 가진 자들도 기본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달라.

 

가진 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권리를 내놓은 사례가 있었는가? 그렇다. 서구라파에서 있었던 사회대타협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는 기본적으로 가진 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 시대는 그것을 설득하고 강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요구한다. 그런 힘을 두고 사회통합능력이라 부르고, 지도력 또는 정치력이라 부르는 것이다.

 

네 번째로 내용이 좀 있어야겠다. 알려진 것과 달리 케네디 대통령이야 말로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단정한 마스크와 화려한 언변, 천사 같은 아내의 미소, 빵빵한 그의 집안 등이 케네디를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위 미디어 대통령의 폐해를 말하는 것이다.

 

김공삼씨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거덜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리지 못핟다는 그의 말은, 빌릴 머리가 어떤 것인지를 구별할 머리 정도는 갖춰야 한다로 수정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과거 민정당 세력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다시 나라를 말아먹자고 덤빌 것 아닌가.

 

말빨에 속지 말고 그의 머리 속, 회백질의 꼬불꼬불한 주름 속에서 어떤 내용의 전기적 스파크가 왔다 갔다 하는 지를 좀 들여다보자. 대학교 어디 나왔나만 보지 말고, 그의 즉석 발언에 문자향 서권기가 흐르는지도 좀 살펴보자. 그의 세계관에 문사철의 향기는 나는지, 자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간만 누릴 수 있다는 유머를 갖췄는지도 살펴보자. 그리고 과거의 명성이 아니라 현재의 능력으로 미래를 보여주는 사람인지도 따져보자.

 

적다 보니 제기랄이다. 이런 후보가 있기는 한 거야?

 

읽어주신 님들의 평안을 빕니다. 마레근서.

 

 

-노하우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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