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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2. 9. 21:52정치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
                                                                
                                                                                                             2006/02/09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박정희를청산하지 못하고 전두환 노태우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레-
1.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한나라당이 돌아왔다. 기왕 하는 거 춘삼월 다 보내고 지방선거 한다는 유월까지 길거리에서 버텨주었으면 오죽 좋았겠냐만, 산적한 국정 현안에 눈을 돌린 것도 갸륵한 일이긴 하다. 박근혜 대표 하는 일을 진심으로 지지해보기도 처음이었지만, 한나라당 내부 행사에 관심이 쏠린 것도 처음이다. 박대표는 어이 하여 이재오 의원이 김무성 후보를 이겼는지, 대권 후보 경선에서 결과가 어찌 나올지 두루두루 고민해 보기 바란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돌아온다는데 말릴 이유도 명분도 없다만,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못 된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다.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쏟아내는 말씀들이 참 아름답기도 하다. 그나저나 장관 후보자들 사상검증 하겠다며 의욕이 높더니 이틀 하기로 한 청문회를 하루로 축소하고 미국으로 날아가신 전여옥 의원은 무얼 하시느라 그리 바쁘신가? 미국 의회 견학하는 게 우리나라 국회 인사청문회보다 급한 국사이신가?

2. 이명박과 박정희, 민주화운동보상법

지금까지 판도로 봐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거의 확실시 된다. 그럴 경우 박근혜 대표가 탈당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게 반대가 되어야 열린우리당에 좋은 일이 생길 텐데, 누가 우리당 후보로 나서든 좀 답답하겠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저돌적인 개발드라이브, 입지전적인 성공신화, 근면하고 청렴할 것 같은 분위기 등, 그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총합은 곧바로 리틀 박정희란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박정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도는 우울한 수준을 넘어 끔찍스러울 정도다. 어느 정도냐면 신념이나 지조에 따른 선택과 투쟁을 박정희 식 가치, 돈으로 환산하고 그것을 정당하다고 여긴다. 그 선택과 투쟁의 대상이 박정희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운동보상법 이야길 하고 있는 것이다.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다가 투옥되거나 고문당한 자들을 우리는 투사라고 부른다. 투사에겐 투사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줘야 옳다. 왕년에 짱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을 기리고 존중하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아름답게 여긴다면, 투쟁을 돈과 맞바꾸는 보상법 따위를 제정할 수는 없는 거다. 2년 옥살이 했으면 삼천만원, 3년 반이라고? 그럼 오백 더 쓰자고... 이게 뭡니까.

과거 투사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시간적 손실에 대해 일정한 금전 지원을 하는 걸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간난의 세월을 보내온 왕년의 투사들이 그 보상금으로 자존심도 조금 세우고 주름진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는 것을 타박하자는 것도 아니다. 정신적 가치를 오로지 금전으로만 환산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함이 싫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들의 자녀에게 국가가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외국 유학도 보내주고 가산점을 주어서 공무원 임용에 도움을 주는 식의 지원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귀족도 양반도 없는 이 사회에 그들을 진정한 귀족으로 명예로운 공화국 공신으로 대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을 기억하게 하고, 그것을 수호하는 것이 명예임을 알게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투사에 어울리는 대접이 아닌가?

박정희를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돈이면 장땡”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장했던 조국 근대화나 한국식 민주주의 따위는 물질만능주의의 다른 표현이었다. 박정희는 지금 우리 땅에 강림하고 군림하는 물신을 불러낸 박수무당이었고, 그가 불러낸 물신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우리들의 의식과 존재를 규정하고 휘두르고 있다. 박정희는 그래서 전두환보다도 더 나쁜 역사의 죄인이다.

이명박은 바로 그런 박정희를 완벽하게 재현한 인간이다. 줄기세포로 복제해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는 무식함과 청계천을 시멘트로 싸바르고 버스운행체계를 단박에 바꿔버리는 저돌성이 결합하면 조국 근대화를 위해 민주주의 따위는 유보되어도 좋다는 박정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가?

3.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박정희 식 개발독재에 대한 강력한 향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향수는 박정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전두환 노태우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가 상당한 부를 쌓았기 때문이다. 정신이 담기지 않은 물질은 반대로 정신을 부리게 된다. 혼혈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한국 사회가 하인즈 워드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부박함이 어떤 때는 우려스러운 정도를 넘어 그 어떤 극단의 감정에 가 닿기도 한다. 나 스스로가 한국인임을 자각하면서도 말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즈음해서 최장집 교수가 우려했던, 노무현의 실패는 파시즘을 부를 것이란 경고가 괜한 것이 아니다. 그 파시즘은 어떤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조종하고 조롱하는 물신에 대한 경배를 그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란 강력한 토건국가는 파시즘이란 거대한 악마의 손아귀에 갇혀버릴 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 가끔 자문해본다. 누구의 지적처럼 온 국토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란 입간판이 줄을 잇고, 사람의 가치가 그의 소유에 의해 규정되는 우리들은 정말 괜찮은 것인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야 5년 또는 8년만 견디면 그만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노하우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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