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정권교체!…할 수 있는 일 다 하겠다”
2011. 8. 3. 19:38ㆍ사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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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정권교체!…할 수 있는 일 다 하겠다” - 더 이상 무엇을 물을 필요가 있을까...문재인 이사장의 유쾌한 북콘서트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방청객들의 얼굴에는 시종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우렁찬 박수소리와 폭소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30일 오후 이화여고에서 열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회고록 <운명>의 2일째 북콘서트 광경이다. 현직 대통령의 비정(秕政)을 질타하고 ‘정권교체’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그 과정에서 문 이사장의 역할을 묻는 무거운 자리였음에도 그렇게 재미있고 유쾌했다. 이 행사가 단순히 책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날 참석한 누구나 알았다. 책은 이미 15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으로 인한 현재가 너무 괴롭고, 내년이라는 머지않은 미래마저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고 절망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 “혹시 이 사람이라면?”하는 아주 작은 희망 하나라도 찾아보자고 만들어진 자리일 터다. 그러므로 이날 북콘서트는 심각한 주제를 논하는, 무겁고 지루한 일종의 정치토크쇼가 되기 십상이었는데 오히려 유쾌하고 즐거운 자리로 반전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기획자 탁현민이나 인터뷰어 김어준이 허튼 농담이나 가벼운 신변잡기식 질문으로 관중들의 억지웃음을 자아낸 것도 아니다. 허풍에 전혀 부풀려진 느낌이 없고, 꼬고 비틀수록 더 날카로운 직설이 되는 희한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다. 그런 주무기를 종횡무진 휘두르며 사정없이 핵심을 치는 것이 카타르시스를 주었고, 그런 질문 때마다 상대를 지그시 응시하거나 허공을 응시하며 충분히 소화된 한 마디, 한 마디로 성실하게 답변하는 문 이사장의 진솔한 모습이 관객들은 좋았던 것이다. 짓궂고 집요한 질문과 진솔한 답변이 어우러진 유쾌한 ‘정치토크쇼’ “출마하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대신 출마선언할 겁니다” “언제 선언하실건가요” “당선가능성이 보이면 출마하실 건가요”에서부터 “박근혜를 몇 표차이로 이기실 건가요”에 이르는 집요한 질문에도 문 이사장의 확답을 못 끌어내던 김어준이 느닷없이 “(문 이사장에게는) 권력의지가 없어 (대선에) 나가도 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있다”고 암수를 던진다. 답변하기 거북한 질문을 가로막기 위해 나왔다는 ‘보디가드’ 양정철(참여정부 홍보비서관)이 바로 치고 들어와 방어막을 친다. “권력의지란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전제로 한 구시대적 낡은 정치잣대”임을 전제한 그는 “범민주진영이 하나 되어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에게는 거버넌스, 조정과 통합의 포용력 있는 지혜가 필요하며 (따라서) 다음 지도자의 덕목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그런 것을 따져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큰 박수를 받았다. 문 이사장 본인도 자신의 권력의지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나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내가 기여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역할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에 소속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 선수로 나서는 것은 아직 현실성이 없다. 장래에 대한 비전과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소신이 딱 서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준비를 해 오지 않았다. 어쨌든 현실정치는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를 못 내는 엄혹하고 어려운 것이어서 이를 헤쳐 나가려는 의지와 결기가 필요한 것인데 내게 과연 그런 것이 있는가, 자문하고 있다” 그러자 김어준이 “내가 꼭 해야겠다”는 권력의지가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피하지 않겠다”는 소명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라면, 문 이사장에게 그것이 얼마나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지 증명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다. “2002년 대선 때 선대본부장을 맡지 않으려 했는데 경선 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당내에서도 흔들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닥치자 선대본부장을 맡으셨죠?” “(잠깐 뜸을 들이다가) 예” “그게 첫째 증거입니다.”(박수와 환호) “처음에 민정수석 안 맡으려다 맡을 다른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소리에 맡으셨죠?” “(역시 잠깐 뜸을 들이다) 예” “두 번째 증거였습니다.”(박수와 환호) “열린우리당의 총선 차출을 거부하고 민정수석을 사퇴했으나 탄핵사태가 벌어지자 ‘할 수 없다’며 다시 돌아왔죠?” “예” 이 때 양정철이 “문 이사장이 대학 다닐 때에도 처음부터 (학생)운동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당시 다니던 대학의 운동권이 척박한 상황이어서 학생회 간부 직책 같은 것도 없이 뛰어 든 것”이 ‘네 번째 증거’라고 거들었다. “내가 꼭 해야겠다”는 권력의지 vs. 상황을 피하지 않는 소명의식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박근혜의원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질문도, 문 이사장을 야당 대선후보의 하나로 확정시키고 싶은 김어준의 안달에서 비롯된 암수의 하나일진데 그는 이 대목에서 오히려 더욱 거리낌 없이 답한다. “원칙과 신뢰를 지키고 일관성이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아주 잘못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차별화를 하고 있는 것이 또한 강점이다.” 그런 강점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그런 강점들의 정체가 폭로되지 않은 채 다음 대선에서 작용한다면, 이명박에게서 박근혜에게로 정권이 넘어가도 ‘정권교체’라고 부르대는 한나라당류, 조중동류의 억지가 그대로 관철되는 통탄할 사태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짙은 우려가 그의 답변에서 배어 나온다. 문 이사장이 대선출마 여부를 떠나 우선 야권통합에 힘을 다 하겠다는 거듭된 다짐은, 그가 곧이어 지목한 박근혜의 단점이 우리를 또 한 번 불행에 빠트릴 치명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절박해진다. “(박근혜 단점의) 하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다는 점, 둘째는 현실에서 일반사람들의 삶에 대해 잘 모를 것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안 해본 것이 없거나, 해 본 것이 거의 없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 이명박과 박근혜는 민주주의에 관한 한 영락없는 ‘도플갱어’인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단점에 대해 문 이사장은 “정치 바깥에 있으면서 좋은 역할만을 해왔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이고, 정치인의 필수조건인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혜안이 분석한 두 사람의 장점과 단점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 말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배신당하지 않고 마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며 문 이사장이 스스로 지적한 단점을 일축한 그는, 대신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가진 강점을 거론했다. 주목할 만한 그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은 사사롭지 않다, 약속을 지킨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이 대선에서 붙는다면 ‘사사롭지 않음’의 싸움이 될 거다. 다만 박근혜의 사사롭지 않음은 사사로울 필요가 없다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아버지(박정희)의 유산이요, 그의 정치는 아버지에 대한 효도이며 제사다. 경제적으로도 (박근혜는) 대빵 부자다. (나라를 수익모델로 생각하는 이명박처럼) 사사로울 필요가 없다. 반면에 문재인은 (얼마든지 사사로울 수가 있는데도) 품성과 지성의 힘으로 사사로움을 벗어나고 있다. 그런 차이가 있다.” 박근혜가 ‘사사롭지 않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부자가 사사롭지 않다는 추론은 전혀 검증된 바 없으며(오히려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를 더 많이 목격해 오지 않았는가), 정치하는 것을 아버지에 대한 효도로 보는 것이야말로 사사로움의 극치가 아닐 런지. 이명박‧오세훈의 포퓰리즘, 도플갱어 박근혜 서울시장 오세훈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었다. “산사태하면 서울보다 부산이다. 오래 전부터 그래 왔다. 지형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이번 폭우에도 부산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천재가 아니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서울시는) 수해방지예산까지 줄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밖으로 잘 보이려는 정책에만 집중한다. 보수 쪽에서 말하는 포퓰리즘이란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럼 (오세훈이) 포퓰리즘을 왜 할까?” “그런 성공사례(이명박의 청계천)를 쭉 봐 온 것 아니겠나.”(폭소) 이런 강경한 정치적 발언을,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야권통합에 신명을 바치겠다는 인물의 격정적인 토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가 ‘문재인’이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문재인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거론하더니, 문재인은 삶 그 자체로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자문자답한 바, 그 검증된 문재인은 여전히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지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더 이상 그의 대선출마의지를 묻고 확답을 얻으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무례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번 북콘서트 행사의 총기획자이며 이날 청중들의 질문을 대신한 탁현민의 클로징멘트가 가슴을 울린다. 그 역시 문재인 이사장을 현실정치로 끌어내려는 ‘악당들’의 하나에 틀림없는 인물이다. “(행사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키우던 닭 한 마리가 없어졌다며 닭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길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계곡에 임해 있는 아름다운 (시골)집이었다. 문득 내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분이라면 나 역시 그냥 그대로 거기 있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 운명은 무엇인가 행사의 순서가 바뀔 때마다 무대 뒤편에 마련된 스크린에는 “운명은 …다”라는 문구들이 맞춤한 영상과 함께 계속 흘러갔다. 청중들이 보내 온 문구들을 골라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운명은 너와 내가 그린 그림이다’ ‘운명은 아침이다’ ‘운명은 거울이다’ ‘운명은 수학문제다’ ‘운명은 눈물이다’ ‘운명은 너다’ 보낸 이마다 생각하는 운명의 뜻이 제각각 따로 있을 것이고 문 이사장도 마지막 인사로 “제가 책에 쓴 운명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 운명이 무엇인지 아직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처음 힐끗 스쳐 간 문구 하나가 계속 잔상으로 남아 있다. “운명은, 그것을 거스르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 사진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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