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참여정부는 실패했는가 - ⑤ ‘문재인의 운명’으로 되돌아본 오해와 진실
참여정부는 실패했는가. 문재인 이사장은 <증언>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참여정부 성찰과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의 희망, 2012년 대선의 희망을 말하려면 우리의 현주소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5년, 더 나아가 민주정부 10년의 성공과 좌절에서 우리 역량과 한계를 따져보고 거기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있는 힘을 다했다. 능력이 모자라거나 생각이 미치지 못한 점이 있을지언정, 늘 열심이었고 사심이 없었다. 문재인 이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국정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민정수석실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열심히 하고 사심 없이 일하는 것으로 주어진 상황을 감당하고자 했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 자세가 모두 그럴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진보로부터도 진보진영 전체를 추락시킨 장본인인 것처럼 비난을 들었다. 문 이사장은 한때 그 회한 때문에 ‘우리가 바쳤던 노력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든 게 허망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참여정부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차분하게 성찰하고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이사장의 주문이다. 성찰과 복기로부터 성공과 좌절의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휩쓸림이나 감정으로서가 아닌 냉정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참여정부 5년을 포함한 민주정부 10년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더욱 참여정부 5년에 대한 복기를 강조한다. 엄두가 나지 않고, 주저되면서도 그가 ‘문재인의 운명’을 펴낸 이유다. 정권을 운용한 참여정부뿐 아니라 범야권, 시민사회 진영, 노동운동 진영, 나아가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업을 통해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 참여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극복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의 희망을 말하려면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참여정부 끝날 무렵에는 뭐든지 ‘참여정부 탓’이나 ‘노무현 탓’으로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다. 제대로 된 성찰이 있을 리 없었다. 노 대통령 서거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고 좋아지니, 이제는 성찰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이 대목에서 문 이사장은 질문한다. 다음 희망을 이야기하고, 집권을 위한 방법론을 말하고 있는데, 집권을 말하기 전에 진보․개혁진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2003년 참여정부 집권 시기에 비해 현재 진보․개혁진영의 역량과 집권능력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진영전체의 역량을 함께 모으는 지혜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이를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는 2002년 대선의 노 대통령 당선조차, 우리 진영 전체의 실력이나 능력으로 된 게 아니라고 본다. 모두의 노력이 의미가 컸지만, 대통령 개인이 국민들에게 받은 소망과 지지를 참여로 끌어낸 요인이 크다는 것. 천운이 만들어낸 듯한 드라마틱한 과정과 우연한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진보․개혁진영의 역량에 의한 당선으로 판단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래서 2012년 대선의 희망을 말하려면 우리 현주소를 살펴봐야 하고, 그 성찰과 반성의 맨 앞자리에 정권을 운용했던 참여정부 사람들이 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깊은 성찰. 국민으로부터 정권을 위임받았을 때,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참여정부 때 청와대가 과연 그랬는지를 묻는다면 겸허하게 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정권 혼자는 할 수 없다
이어 그는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모으기를 주문했다. 우리 정치지형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혁과 복지국가를 정부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증명한 것,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도도한 보수적 풍토와 여론을 주도하는 강고한 보수세력 속에서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마치 ‘고립된 섬’ 같았다. 개혁은 도처에서 보수세력과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쳤고, 가로막혔다. ‘작은 정부가 선이고 큰 정부는 악’이라는 보수 이데올로기가 굳건한 현실에서 복지정책을 펴는데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다 합쳐도 소수를 넘지 못하는 진보․개혁진영조차 힘을 모으지 못하고, 헤게모니 싸움 속에서 분열했다. 참여정부는 좌우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았다. 진보진영도 외면하고 욕했다.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또 묻는다. 그 ‘저항’과 ‘벽’이 지금은 없어지거나 크게 낮아졌을까?
“이명박 정부가 워낙 목하고 지지받지 못하니 그런 듯한 착시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정권을 잡는 순간 그 ‘저항’과 ‘벽’은 다시 선명해지고 높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보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스스로의 대답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보수적인 정치지형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며,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정부는 어떻게 추진하고, 시민사회진영은 어떻게 지원하면서 정부를 견인할 것인가? 많은 개혁과제 가운데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시기별로 해야 할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리고 연대를 외쳤다. 이런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그것을 연대의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그래야 집권 후에도 분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