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사장 인터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

2011. 7. 23. 14:23사람 사는 세상

[문재인 이사장 인터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
조회수 : 1668
등록일 : 2011.07.21 18:53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
- 문재인 이사장 “정권교체 이루려면 총선 꼭 승리해야”


※ 7월 21일 <중앙일보>에 「문재인 “박근혜 대세론 무너뜨리기 위해 최대한 힘 보태겠다”」라는 제목의 문재인 이사장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해당 기자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면에 싣지 못한 내용을 포함해 ‘4천자 버전’의 인터뷰 문답을 다시 올렸습니다. 이를 해당 기자의 동의를 얻어, 사람사는 세상 회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금 ‘대망론’의 중심에 서있다. 범야권 대선 예비주자들의 지지도가 10%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등장은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은 한달새 15만권 넘게 팔려나갔다. 특전사 시절 그의 사진은 지난 주말 인터넷 검색순위 1위를 기록했다.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문 이사장이 야권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과연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직접 주자로 나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19일 부산법조타운에 위치한 법무법인 부산에서 문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책이 많이 팔렸다.

“당초 기대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 고마울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여전히 강하다는 걸 느꼈다.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커서 그 대안을 찾으려는 관심이 반영된 측면도 크다고 생각한다.”

-특전사 사진도 인기를 모았는데.

“어찌보면 민망한 일이다. 군대는 다들 가는 거잖나. 전혀 특별할 게 없는데 요즘 우리 사회 상류층에서 군대를 제대로 갖다오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보니 이런 것조차도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문재인 대망론’이 화제다. 느낌이 어떤가.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고맙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그럴 만한 자질이나 능력ㆍ경륜을 다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면 자신없다. 그런 기대를 받는다는 게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없을 거란 우려와 이번엔 꼭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절박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건가.

“나는 총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만약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박근혜 대세론이 그냥 굳어질 수 있다.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총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부산ㆍ경남(PK)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야권이 이곳에서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깨고 의미있는 약진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전국적인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며 총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했다.

-부산ㆍ경남 분위기는 어떻다고 보나.

“부산은 전통적인 야도였다. 부마항쟁으로 유신독재를 끝난 곳도 부산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단행한 뒤 오로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한나라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민주당은 호남당이라 지지할 수 없다는 지역주의가 여전히 조금은 남아있다. 노 전 대통령도 끝내 넘지 못한 벽이었지만 내년 총선은 분명 다를 거다. 야권이 힘을 모아 좋은 후보를 내면 충분히 아성을 깰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정도 의석을 예상하나.

“한나라당과 거의 근접한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설 의향이 있나.

“(잠시 뜸을 들인 뒤) 아직,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다.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재ㆍ보선에서 일대일 구도만 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범야권의 통합 또는 연합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거다 싶다. 이게 안된 상태에서는 특정인이 출마한다 해도 효과가 그 지역구에 국한되고 말 것이다.”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큰데.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쪽 후보들 모두 훌륭한 분들인데 박근혜 대세론이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나가면 박 전 대표를 이긴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잖나. 나 개인은 대안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야권이 통합되고 단일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일 야권후보를 찍겠다는 여론이 더 많지 않은가. 지금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생각할 단계가 아니라 통합에만 전념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후보 논의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진보 정당들의 선(先)통합론이 민주당의 대통합론과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단계를 이미 벗어난 것 같다. 현실적으로 기정사실화된 것 아닌가. 대통합 측면에서 봐도 진보 진영이 먼저 통합하는 건 좋은 일이다.”

-민주당 입장은 좀 다른데.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내년 대선 승리가 어렵다. 민주당이야말로 진정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다른 정당들과 반드시 힘을 모아야 한다. 가장 몸이 달아야 하는 곳이 바로 민주당이다. 그런 만큼 힘의 우위와 기득권을 다 던져버리고 좀더 통합에 대해 진정성있고 열린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진보진영 원탁회의를 추진 중이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원로ㆍ중진들이 26일 첫 모임을 열 계획이다. 1차 목표는 2013년 정권교체 이후 체제의 내용과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내년 대선 전략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시민 대표에 대한 견해는.

“정말로 아주 능력있는, 국정 전반에 걸쳐 거의 준비가 돼있는 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나 가치를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본다. 지난 재ㆍ보선 때 조금 상처를 입긴 했지만 현실정치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침체됐다가도 다시 회복하고 약진하는 것 아닌가. 워낙 자질과 능력이 있으니까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다.”

-문 이사장과 유 대표가 지지도 측면에서 제로섬 관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부분이 내겐 좀 불편하다. 내가 유 대표와 경쟁하고 그 분의 지지를 잠식하는 듯한 모습이 불편하다. 그걸 넘어 나에 대한 대망론까지 나오는 상황이 늘 걱정된다. 우리 둘에 대한 기대가 박근혜 대세론에 맞서 야권 전체의 힘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어쨌든 지금 제1야당의 대표이자 우리쪽에서 가장 유력한 대표선수감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서 조금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없지 않은데 민주당에 온 지도 오래됐고 이명박 정부와 앞장서서 싸워온 분이다. 분당 출마 결단도 내리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야당 지도자로서 어떻게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해나가느냐는 본인에게 달린 문제다.”

-또다른 예비주자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내년 대선 불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김 지사는 우리 정치에서 보기 드문 분이다. 정치에 뛰어든 뒤에도 보통사람의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분이다. 도정도 아주 휼륭히 해내고 있다. 그분이 내년 대선에 나서느냐, 다음을 바라보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도지사로서의 첫 임기를 마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찌됐든 차기나 차차기나 본인이 뜻을 세우고 나서기만 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 될 분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세론이 거품이라고 보진 않는다. 굉장히 막강하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총선 승리가 첫째고, 범야권의 대통합 또는 통합에 맞먹는 수준의 연합이 필요하다. 이게 충족되면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지금처럼 안이하게 임해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야권통합이 결국엔 가능할 것으로 보나.

“나는 통합이 연대보다 더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이뤄낼 집단으로 야권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차이가 큰 것이지, 야권 정당간 차이는 국민들 보기에 크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연대와 단일화의 현실적 어려움은 이미 몇차례 선거에서 증명됐다. 통합은 이를 단숨에 극복해낼 수 있다.”

-문 이사장도 어느새 현실 정치인이 됐다는 말에 동의하나.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를 계속하고 싶은 게 내 희망이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어려운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은 해야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도 그런 길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의 개인적 꿈이 있다면.

“허허, 전혀 예상 못한 질문인데. 음…. (잠시 생각한 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자유인 문재인으로 살고 싶다. 수염 기르고 마음대로 여행다니는 것, 매일 면도 안하고 사는 것. 내 별명 중 하나가 하얀 털보였다. 넥타이 안 매고 정장 안 입어도 좋은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공수부대원 문재인보다는 자유인 문재인이 더 멋있지 않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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