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7. 12:17ㆍ[펌]그림의 떡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 창틈마다 새어 들어와 덜컹덜컹..
며칠 한파라더니 정말 춥다.
나는 자취방에 혼자 앉아있다.
하늘은 깨질듯이 반짝 쨍 파랗고 하늘만큼 날씨는 춥고...
이런 날 전기난로를 쬐며 책을 읽는 것도 좋고 귤껍질 말리는 것도 좋고
옥장판(무려 옥장판. 전기장판 아님!!ㅋ)위에서 이불을 감고 조용히 자판을 두드리며 일을 하는 것도 뭐 괜찮다.
암, 혼자라는 것이 더욱 고즈넉하게 다가오는 게 겨울이지.
그런데 끼니때가 되면 조금은 사정이 달라진다.
평소 혼자라도 잘 먹어야지 생각하던 나도 이불속에서 기어나와 찬기운 냉랭한 주방불을 켜려면 좀 심란해진다.
그럼 나는 다시 뜨뜻한 난로 곁으로 돌아가 늦은 아점을 더 늦게 오후로 미루고
늦은 점심을 다시 저녁으로 미룬 채 우유나 빵조각을 입에 달고 있기도 하는데- 오늘이 딱 그렇다.
며칠을 사람 만나느라 바깥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했더니 주방이 멀게 느껴지기만 한다.
이 마음을 알았는지 어쨌는지 근처에 있던 친구가 같이 밥이나 먹자며 연락을 해왔다.
또 다시 바깥밥을 먹기엔 속이 너무 난리난리속이고 날씨도 춥고 해서
집으로 오라고, 오는 길에 굴이나 사오라고 해서는 굴밥을 지어냈다. 함께라면 냉랭하지 않으니까. ^^
마땅히 다른 반찬 없어도 밥상 참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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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굴밥 (3인분)
재료 불린쌀 2+1/2컵(전기밥솥용 계량컵으로~), 굴 2봉지(135g짜리...), 무와 당근, 양파 합해서 1줌,
양송이버섯 2개, 느타리버섯 1줌, 다시마 2장(5*5cm)
양념장 쪽파 2대, 간장 4큰술, 고춧가루 1큰술, 청주 1큰술, 설탕 1/2작은술, 참기름 2큰술, 깨소금 2큰술
* 굴밑간 참기름 1작은술, 청주 2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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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을 미리부터 넣어 밥하면 굴은 질겨지고 밥은 검어지기 때문에 뜸 들 때 넣어 익히는게 좋아요~
전기밥솥에 밥을 할 때에는 미리 굴을 한 번 삶고,
삶은 물로 밥물을 잡아 밥을 해서 삶을 굴을 얹어 내는 방법이 좋구요~
참고하세요 ^^
+ 재료는 냉장고 사정이 되는대로 준비해주세요.
계량에 별 의미가 없어서 자세히 쓰지 않았어요.
무와 버섯종류, 미역은 굴맛과 잘 어울리니 참고하시구요..
당근과 무가 만나면 비타민 손실이 있다지만
어차피 가열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
당근, 무, 양파, 양송이버섯은 7mm~1cm 정도로 깍뚝썰고, 느타리버섯은 가닥가닥 찢어서 준비한다.
굴은 연한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빼고, 밑간 재료로 밑간한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시마도 가위로 5*5mm정도의 크기로 잘라놓는다.
양념장을 만든다.
불린쌀과 채소, 다시마를 섞고, 평소 밥물보다 적은 양의 물을 잡아 밥을 한다.
(저는 재료가 자박자박 잠길 정도로 부었어요~)
센불에 뚜껑 덮어 냄비를 올리고 바글바글 끓으면 한 번 뒤적여주고,
뚜껑 덮어 중불->약불로 서서히 줄여 밥을 짓는다.
뜸 들일 때, 굴을 넣고 뚜껑 덮어 뜸들이면 된다.
뽀얗고 오동통한 굴과 감칠맛 나는 밥, 채소와 양념장을 비비면~~
구수하고 달큰 담백하다~ :)
유별난 재료 안 들어갔어도 이게 바로 영양밥이다. ㅎㅎ
그리고 이건 전에 만들었던 굴밥... 작은 수삼뿌리와 미역, 무가 들어있다.
영양밥 한 그릇에 각종 바깥음식과 어설픈 끼니들로 지쳐있던 몸에 온기가 생기는 듯 하다.
굴영양밥이 괜히 영양밥이 아닌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온기 덕분이겠지.
혼자 지내는 게 좋다.
대답을 기다리며 말을 종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고,
나는 또 쓸데 없는 말을 뱉고 신경쓰이지 않아서 좋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외에 신경쓰이는 잡음들에서 벗어나니 좋고..
쓰던 컵에 물을 먹어도 내가 먹던 컵이니 괜찮은 편안함이 있다.
그러니 나는 혼자 지내는 생활을 포기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절대적으로 혼자일 수는 없어서 또 영양 듬뿍 담긴 온기를 찾는 모양이다.
찾아와줘서 고맙다 친구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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