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6개월 맞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2009. 11. 12. 23:21정치

"내가 좌파? 무상급식이 좌우문제인가
정부와 싸움만 한다고 하면 억울하다"
[인터뷰] 취임 6개월 맞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박상규 (comune) 기자권우성 (kws21) 기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김상곤

"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보니, 사람들이 '일은 안 하고 싸움만 한다'고 생각할까 걱정이다. 언론이 정부와 대결 양상에만 관심을 가져 조금은 억울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경기도 교육자들에게 변화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꼭 남겨주고 싶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취임 6개월을 맞았다. 김 교육감의 말대로, 그는 6개월 내내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 교육감은 "조금 억울하고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전부터 영어 몰입 교육, 특목고 확대 설치 등 경쟁과 수월성 교육 강화 정책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 "반MB 교육"을 정면에 내건 김상곤이 '덜컥'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됐다. 사람들이 급이 다른 이명박 정부와 김상곤 교육감을 비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 유보로 다시 전국적인 시선을 끌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곧바로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하고, 감사와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엔 김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예산이 도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과연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경기도의회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 교육감은 부담스럽겠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김상곤 교육감을 같은 위치에 놓고 비교할 것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며 "예산 문제 등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육청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줘 무상급식, 교사업무경감 등 20대 핵심 정책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육감은 앞으로 남은 임기 8개월 동안 "교육자들에게 경기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면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과 자존감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한 교과부와 빚는 마찰에 대해서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법률 검토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으로 다시 출마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지금 그걸 이야기 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내가 한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고민돼야 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지난 7일 김 교육감과 성남의 한 사찰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6개월은 탐색기 거치지 못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접목시키는 시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김상곤

-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다. 무상급식 추진 때부터 전국적인 이슈의 중심 인물이 됐는데.

"예상 못했던 일이다. 처음 경기도 교육위원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이 깎일 때는 경기도만의 이슈였다. 하지만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다 깎았을 때는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어느 한 주제가 그렇게 민감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사실 내가 뭘 요구하거나, 크게 히트를 치지 않았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교사 징계문제 등 나는 늘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이었다.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나로서는 다소 억울한 점도 있고, 부담스런 점도 있다. 언론의 관심이 나에게 도움 됐다, 안 됐다는 지금 평가하기 어렵다."

 

- 지난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상 임기 4년이면 처음 6개월은 탐색기간이다. 하지만 내 임기는 1년 2개월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탐색기를 거치지 못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접목시키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예산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교육청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줬다. 예산이 삭감된 정책은 예산 없이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과제들은 각 부서별로 대안을 만들며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교육청 직원과 교육 가족들이 새 교육감이 하고자 하는 철학과 정책을 짧은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보니, 늘 정부와 대립되는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한다. 사람들이 하는 일도 없이 싸움만 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잘 추진되고 있다.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교사업무 경감, 교복 공동 구매 등 20대 핵심과제는 지금 부서별로 모두 자기 과제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 6개월 일했는데, 교육 자치를 위해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하는 제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교육감 주민 직선 체제가 됐지만 내부 인사제도와 업무 인수인계 등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 등을 원활히 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더라."

 

- 취임 전이었지만, 관료들이 업무 보고를 하지 않는 등 관료들과 마찰이 있어 보였다.

"이제 6개월 됐다. 지난 과정을 보면, 약 100일 정도는 서로 탐색도 하고 경계도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니 함께 호흡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8월 중순부터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또 경기도 미래 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등을 교육청 직원들이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다. 이제는 함께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본다."

 

- 사람들이 김 교육감을 두고 "많이 외로울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도교육위, 도의회,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로 대표되는 정부쪽과 의견차가 있었고, 대립 양상도 있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뜻을 모아주고 있다.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예전부터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경기도 교육국 설치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와 같은 대학에 다녔고 '후진국사회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도 같이 했다. 함께 공부하고 학생운동도 같이 했다. 1년 선후배 사이라서 가깝다. 김 지사는 훗날 정치권에 입문했고 도지사까지 되는 등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기도청이 교육국을 구상했으면, 경기도교육청과 어떤 형태로든 협의를 했어야 했다. 법과 제도 차원을 떠나서도 그동안의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협력 관계를 봤을 때 당연히 우리에게 의견 물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일체 생략됐다. 나중에 김 지사와 직접 이야기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경기도의 교육국 설치를 교육 자치의 훼손으로 보는 것인가. 

"정치적 의미가 있는 행위라고 짐작한다. 김 지사는 과거부터 '행정 통합론'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즉 도교육청이 도청 아래 편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법률 개정이나 공개적 논의를 통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생략됐다. (교육국 설치는) 다른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교육감 직선제 등 절차적인 교육 자치는 시작됐으나, 교육감이 의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무상급식 등 김 교육감의 핵심 정책도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 자치는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1년부터 이뤄졌고, 점차 확대돼 교육감 직선제까지 왔다. 지금은 교육 자치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여러 애로 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구제도의 관점 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는 초대 교육감이 각 지역에서 해야 할 역할이다. 어쨌든 지금은 처음이라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 개선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김상곤

- 경기도의회 등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 교육감이라고 하더라.

"이야기했듯이, 도교육위나 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깎은 뒤 여론을 접하고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수혜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아, 이 정도로 학부모들이 경기 교육에 관심이 있구나' 하며 놀랐다.

 

그동안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뭘 부담하라고 하면 잘 따랐다. 오히려 부담을 못하면 미안해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도교육청이 주장하니 '아, 내가 학교에 요구할 사항이 있구나'하는 걸 느낀 것 같다."

 

- 이번엔 도교육위에서 무상급식 예산이 통과됐다. 도의회에서도 잘 처리될 것 같나.

"아직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예전과 달리 소통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상급식 등 예산 문제로 도의회와 구체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 시국선언 교사 징계 유보가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의 마찰로 이어졌다.

"시국선언 서명 교사 문제로 오랜 기간 검토하고 고심했다. 7월 중순 변호사 5명과 법학자 4명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그중 7명은 징계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 문제로 교과부가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하고 고발 등을 한다고 하는데,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법률적인 검토는 물론이고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할 예정이다."

 

- 보수 쪽에서는 '좌파'라는 공격을 많이 하는데.

"선거 때부터 그런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물론이고, 이번 교사 징계 문제 등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우리가 챙기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처방하는 데 이념적 접근은 필요 없다. 교육 개선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어떻게 공교육을 정상화할 것인가,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학부모가 가슴앓이를 하는데 이걸 어떻게 고칠까 하는 문제에 무슨 이념이 필요한가."

 

- 외고 폐지 및 전환이 논란이다. 교육감의 생각은 어떤가.

"외고를 포함한 특목고는 그동안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면들이 상당히 있다. 특히 외고는 사교육을 부추긴 배경이 됐다. 입시 학원화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 이런 외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경기도교육청도 외고 등 특목고 문제를 공론화 하려고 한다.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 지금 말할 수 없다. 이는 중앙 정부와 함께 계획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경감의 정도이고 기본"

 

-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무엇인가.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모델에는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도 포함돼 있다.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경감의 정도이고 기본이라고 본다. 또 한편으로는 학원의 부정과 반칙을 더 강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사교육을 높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교육 경감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기는 골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서민 정책을 펴며 그걸 보완하려고 하고 있다. 양자가 상충되는 점이 있고 여러 한계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잘될지는 미지수다."

 

- 6개월밖에 안 지났지만, 앞으로 임기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만은 꼭 남겨 놓겠다'는 게 있나.

"경기 교육의 당사자들에게 경기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면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과 자존감을 갖게 해주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자신감과 자존감은 짧은 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들이 초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한 번 해보자'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 싶다."

 

- 많은 사람들이 김 교육감이 내년에 또 출마할 것인가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지금 그걸 이야기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고민돼야 할 문제다."

2009.11.12 14:29 ⓒ 2009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