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난 그것이 알고 싶다.

2009. 11. 20. 13:44정치

"4대강 구체자료도, 예산도 꼭꼭 숨겼다." 기사를 읽고…
(한토마 / 삼겹줄 / 2009-11-19)


난 그것이 알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딘가로 침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IMF를 능가하는 이 엄청난 경제난 속에 저소득층은 물론 청년들과 서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들과는 괴리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알 수 없는 집단으로 점점 더 강하게 각인되고 있다.
 
더욱 아연실색게 하는 것은 대형 언론사들의 행태이다.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야 할 의무를 진 이들 언론들이, 오히려 정부를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주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에 비판은커녕 무조건적인 찬성과 선동을 하고 있다.

언론의 좌·우파 선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이에 따른 민심 또한 좌우로 분열되어 이제는 지역이기주의로 까지 치닫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왜 이토록 갑작스럽게 진전되고, 한마음 한뜻으로 그 어려운 국가적 난국도 극복해 낸 국민들이 공중부양되어 허공에 맴돌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소중한 생명의 보고 4대강

세계적으로 모든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강과 대동강의 고구려, 금강의 백제, 영산강·낙동강의 신라와 가야…

더욱이 한강은 주인이 몇 번 바뀌었는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건국의 중심선은 언제나 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강을 하나도 아닌, 4개씩이나 가진 우리는 복 받은 민족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의 4대강은 범람하여 국가적 위난을 가져온 적도 없고, 썩거나 물이 고갈되어, 환경과 국민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다. 4대강은 지금도 유유히 흐르면서 대한민국의 자연과 인간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의 보고인 것이다. 4대강은 금수강산의 젖줄이자 국민들의 생명수이고, 농업용수로써 우리나라 농업의 천혜의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준설과 보의 폐해
 
이렇게도 소중한 자원 4대강을 정부는 "살리겠다", "정비한다."라는 시답지 않은 명분으로 파헤치고 있다. 강바닥의 모래와 점토는 각종 미생물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며, 이들은 썩어가는 모든 것들을 분해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함부로 건드릴 경우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이전의 정부들은 이러한 강의 토사 채취를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강을 근본적으로 보호해 왔고, 토사가 많이 쌓여 유속이 현저히 느려졌을 경우에만 일부 준설을 허가함으로써 청소를 겸해 물의 흐름을 조절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이다. 4대강 역시 항상 많은 물이 흐르지는 않는다. 장마철, 태풍의 계절에는 일시적으로 많은 양이 흐르지만, 그 이외의 시기에는 넓은 강에 곡선을 그리듯 낮은 곳을 굽이돌아 적은 일정량의 물만 흐른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강바닥 8m를 파내고 보를 설치한단다. 그것이 강을 살리는 길이고, 강을 정비하는 방법이라며…
 
우선, 조그만 개천의 보를 생각해 보자! 주로 주변의 농수를 확보하거나, 유량이 많을 경우 유속을 줄이기 위해 설치된 것들이 태반이다. 우기에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산에서 떠내려온 나무들과 낙엽, 각종 생활 쓰레기 등이 흙탕물과 범벅이 되어 엄청나게 내려온다.

더욱이 농촌에 비닐하우스 재배가 널리 보급되면서 바람에 날렸거나 미처 수거하지 못한 비닐 조각들도 함께 떠내려 오는 것이다. 바로 이것들이 보에 걸려 물을 머금으며 아래로 가라앉는다. 아주 낮은 보이지만 바로 아래에는 깨진 병 조각과 날카로운 각종 쓰레기, 심지어는 낚싯바늘도 얼마든지 널려 있어 발조차 담글 수 없다. 건설 당시 아무리 안되어도 2m 깊이는 족히 되었을 듯한 보가 무릎 정도면 바닥이다. 어린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자칫 발이라도 딛는 순간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이러한 곳은 주위의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잡은 물고기는 그냥 버리고 간다. 낚은 물고기는 피부가 상해 있거나 기형인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있는 개천의 보는 설치 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심지어 준설되지 않은 보 때문에 개천이 범람하여 피해를 입는 곳이 흔하지 않은가.
 
개천 보의 실정이 이러한데 강줄기의 보는 어떠하랴. 우기에 개천의 보를 넘긴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 강이다. 깊이가 8m… 파헤쳐진 강바닥에 이미 미생물의 터전은 없어지고, 떠내려 온 쓰레기가 차곡히 쌓일 것을 생각해 보라.

겉으로 보기에는 호수 같아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강바닥 깊은 곳은 고스란히 폐기물 적치장이 된다는 얘기다. 쌓이는 폐기물로 미생물은 생겨날 겨를조차 없다. 현재의 강물은 바로 이 미생물 덕분에 깨끗함을 유지하며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닌, 18~22개(정확한 개수도 숨기고 있다)의 보를 4대강에 설치할 경우, 기존의 준설비용은 그만두고라도 정기적인 폐기물 수거 비용만도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강가는 시멘트로 벽을 칠 것이 아닌가. 추억의 갈대 숲이 사라지는 건 둘째 치고라도 강가에 서식하는 수많은 토종 어류와 동물, 보금자리를 잃은 철새들은 다 어디로 가야하나.


다시 보는 청계천
 
이명박 후보자가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청계천을 들여다보자. 흙이라곤 밟을 수 없고, 물이라곤 수돗물이 전부인 서울 시민들에게 청계천 복구는 큰 선물이 되어 준 것이 분명하다. 얼마나 자연이 그리웠으면 개천 하나 복구한 것에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흥분하였겠는가.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청계천이 아닌, 청계리조트였단 걸 알게 되었다. 반딧불이 아닌 호화로운 불빛과 놀이터, 산에서 내려오는 시냇물이 아닌 한강에서 길어오는 인공적인 물이란 것과 이 리조트 하나 운영하는데만 매년 수백억의 유지비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수년이 지난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시민들은 정작 뒤통수 맞은 이 기분을 이제는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들의 흥분이 당선으로 거듭나게 하였기에….

결국, 시민들은 세금이란 입장료를 내고 이 리조트를 이용하는 셈이 되고, 서울시는 청계천이 있는 한 세세토록 매년 수백억의 유지비를 꼬박꼬박 지출해야 하는 이상한 모양이 되어 버렸다. 매년 사라지는 수백억이면 서울시내 결식아동 문제만이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청계천과 4대강의 시너지효과
 
결국, 4대강도 청계천공사와 같은 방법으로 시행하고, 치장하고, 운영하려 할 것이다. 이미 청계천에서 너무나도 큰 시너지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장 시절에 남들 못하는 청계천복구공사를 했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강줄기 정도야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청계천 하나로 대박 당선되었는데, 4대강이면 혹여나 대박 영구집권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몸쓸 미련 하나에 목숨을 걸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왜 임기 중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걸 완료하겠다 하겠는가. 많은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리라는 것도 이미 꿰차고 있었다. 잠시 나왔다가 요즘은 들어간 얘기… 연임제로의 개헌은 늘 머릿속에 맴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없던 미디어법 만들어 국민들 눈부터 가리고. 달래 가면서, 법을 근거로 추진되던 세종시 사업마저 백지화하여 그 예산을 4대강으로 돌리고, 4대강 추진하면서 절대다수 한나라당의 독과점 사업으로 몰표 개헌해버리고, 임기 중 4대강 사업만 별 탈 없이 완료한다면… 그야말로 청계천의 수십 배, 수백 배의 시너지 효과를 등에 업고, 또다시 대박 영구집권이 가능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으로서, 정당성과 명분을 갖추고 있다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친서민 정책이나 저소득층의 복지, 결식아동 등에 사용될 예산마저 삭감하지 않고도, 별도의 추경예산을 떳떳하게 세워 추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내년도 예산 곳곳에 숨겨진 알 수 없는 돈, 은닉된 수조 원의 사용처를 야당에 추궁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보조차 완성되기도 전에 서둘러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로 언론과 국민들에게 얻어맞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론
 
치수 사업은 한 나라의 존망과도 직결된다. 대통령도 그 자리를 떠나면 한 사람의 개인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은 한 사람의 욕심 채우기 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남은 임기 3년 안에 거대한 국책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간교한 자에게, 영원하여야 할 4대강의 백년대계를 절대 내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허황된 욕심과 교만, 그동안의 독단과 과오를 인정·사과하고, 현실로 돌아와 민생 안정에 주력해 주길 바란다. 4대강에 철심 박고 시멘트 처바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죽음으로써도 속죄할 수 없는 역사의 대역 죄인이 되었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cL) 삼겹줄


출처 :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politics:001001&uid=275036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97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