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6. 10:12ㆍ관심사
제가 살고 있는 영월군 북면 소재지에는 약 60여년 역사의 마차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북면은 60-70년대에 탄광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어서..
배출된 학생수가 엄청 났던 모양입니다..
애드벌룬을 띄우며 해마다 치루는 동문회 행사 규모를 보면..
이래저래 한가닥~날렸던 규모(?)를 가늠케 하지만..
지금은 여느 농촌의 학교처럼 학생수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북면사무소 옆의 '떡방앗간'과 '수정슈퍼'사이의 골목길을 따라..
학교앞까지 약 200여미터의 주택가 담장에 정겨운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올 여름 면사무소의 젊은 총무과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벽화사업이라고 합니다만..
실은 몽객님이 살고 있는 마을 덕상리의 벽화를 보고 힌트를 받은 모양입니다..ㅎㅎ
한번 다녀와야지~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늘 지나치곤 했었는데..
방앗간에 고추 빻으러 갔다가 작심하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ㅂ
어릴적 한강변 너른 들판이 있던 마을에서 자란 한 40줄의 여자 하나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추억속의 정겨운 모습과 풍경들속에서..
따스한 가을볕을 머리에 이고 한산한 골목길을 그림 따라 걸어 봅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동그란 시계그림속에 모범생스러운 '생활계획표'를 그려놓지만..
정작 '공부와 숙제'는 뒷전인채..
들로 산으로 강으로 쏘다니면서 볼이 빨갛도록 놀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어릴적엔 왜 일케 아이들이 많았는지..
얼굴이 새카맣게 타도록 동무들과 노는 일이 주요 일과였던 방학인 탓에..ㅎㅎ
개학 하루이틀전쯤에 밀린 일기를 쓰기 위해 '날씨정보'를 교환하며 똥줄이 타 들어가던 것들이 생각납니다..
각종 학원을 뺑뺑이 돌며 입시경쟁에 올인하는 요즘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던 시절..
방과후에는 참새 쫒으러 논에 나가 깡통을 두드리기도 했었는데..
중고등학교때는 농번기라는 게 있어서..
모내기철과 벼수확철에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2-3일씩 휴교하기도 했었습니다..
(고약한건 그 방학이 끝나면 꼭 중간고사를 치루게 하드라~ㅎㅎ)
담장속의 그림을 보며 등하교를 할 '요즘 학생'들이..
'전설속의 풍경'같은 이 그림을 보며 공감을 할까..
그저 아름답고 예쁜 그림으로 보지는 않을까..싶었습니다..
밋밋하고 단조로운 벽면에 불과했을 곳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 주고..
낡고 허름한 건물의 외벽도 멋진 화폭이 되었습니다..
우체통에 꽃을 꽂는 설정도 재미 있습니다..
팔월 땡볕속에 옛추억을 만끽할 수 있게 붓을 잡은 화가도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분인가 봅니다..
단지 아쉬움이 조금 있다면..
옛날에 유명했다는 탄광촌답게 그 시절의 풍경 한 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
아마도 화가 양반이 탄광촌 출신이 아닌가 봅니다..ㅎㅎ
지금도 교문앞에 줄지어 서 있는 '선도부'들이 있는가 몰라..
자아~학교에 다 왔습니다..ㅎㅎ
(마차 중고등학교..)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촌 울린 민주콩고 난민 소녀, 엄마 찾았다 (0) | 2008.11.20 |
---|---|
[경제원로에게 길을 묻는다] <1>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0) | 2008.11.10 |
식초비법 (0) | 2008.10.08 |
그림 (0) | 2008.09.26 |
[펌] 한국에 서브프라임위기는 왜 없는가 (0) | 2008.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