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한국에 서브프라임위기는 왜 없는가

2008. 9. 20. 16:05관심사

작성일 : 2008-09-20 11:46:44 조회 : 59
리먼 브러더스고 AIG고 사실 요즘 벌어지는 모든 금융 위기의 근원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금융이 현재 어떤 모양새로 조립되어 있는지 파악하려면 이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 블로그 만든지가 얼마 안되서 이걸 안 넣어놨더니 "왜 그건 없냐"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많아 이렇게 마저 채워 넣으려고 한다.-_-

그냥 서브프라임 설명만 하면 재미없으니, 왜 우리나라에는 아직 서브프라임 위기가 안보이는지에 대한 썰도 함께 풀어보자.

 

이 포스트는 트랜스 포머와 전혀 관련이 없다[...]


1. 서브프라임이란 무엇인가

요즘 재테크에 관심들 많으니 '모기지론'이란 말은 다들 알꺼라 생각한다.
그렇다. 모기지론은 정확히 얘기하면 '아직 사지 않은 집'을 담보삼아 은행에서 돈을 꾼 다음 집을 사는 방법이다. 적당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비정규직 근로자 장일호씨는 집을 살 요량으로 그동안 9500만원을 저축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정원에는 근사한 풀장에, 지하에는 소주창고가 딸린 환상적인 100평짜리 단독주택이 1억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복덕방에 나왔다.
이른 아침, 장씨는 복덕방 앞을 지나다가 매물 공고를 보게 된다. 갑자기 현실로 성큼 다가선 내집 마련의 꿈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일호씨. 그러나 그 집을 사기 위해서는 500만원이 부족하다. 친구들에게 손을 뻗쳐보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아.. 500만원만 있으면 되는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모기지론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오면 장일호씨는 틀림없이 집을 살 수 있으므로, 사게 될 그 집을 담보삼아 500만원을 빌리는 것이다. 이 경우 모기지론은 아주 좋은 금융상품이다. 자. 장일호씨는 이제 풀장에서 소주를 마시다 다음날 아침 풀장에 둥둥 뜬채 이웃에게 발견되는 방법으로도 인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모기지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담보로 잡히는 집의 가치 중 모기지론으로 땡겨올 수 있는 금액의 비율차이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을 사면 집값의 60~80%는 자기돈으로 메꿔야 하지만 미국은 자기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미국의 와이티엔 킴이 1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하자. 와이티엔 킴은 모기지론에서 8천만원을 땡겨오고 거기에 자기돈 2천만원을 합쳐 집을 산다. 그리고 빌린 8천만원은 최장 30년 동안 적당히 갚는다. 
아니 이런 지상낙원이 있나. 이런 식이라면 3억짜리 집도 한 5천만원만 있으면 살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 말이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런 일이 '아주 많이' 벌어졌었다.



자. 이게 미국의 모기지론이다. 근데 이 모기지론에는 등급이란게 있다.
사실 당연한거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돈 많이 꿔주는데 신용등급 봐가면서 적당히 안 값을 사람은 가려내야지.
모기지론 1등급이 '프라임', 2등급을 'ALT A', 3등급을 '서브프라임'이라고 부른다.
등급의 내용은 적당히 그 이름에도 나타난다. 1등급인 프라임등급은 신용불량이 아니고 일정한 수입이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2등급인 ALT A는 좀 빚이 있지만 뭐 큰 지장은 없는 사람. 3등급인 서브프라임은 신용등급이 더 안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프라임등급만 모기지를 받을 수 있었다.(당연한거겠지. 누가 신용불량자한테 돈을 빌려줘-_-)
근데 미국 부동산 가격이 매년 팍팍 오르면서 금융사들이 점점 모기지를 3등급까지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말 그대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1억짜리 집을 모기지론 지원을 받아 서브프라임 등급 애들이 산다고 가정하자. 그들의 신용등급이 말해주듯 은행은 언제든지 빌려준 돈을 떼일 수 있다. 그럼 은행은 뭘 믿고 얘네들한테 돈을 빌려줄까.

바로 방금 산 1억짜리 집 담보다.
담보로 잡은 집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니까 설사 100% 모기지로 돈을 빌려준들 은행 입장에서는 모기지로 빌려준 돈 떼여봐야 손해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서브프라임은 부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프라임 모기지보다 대출 금리가 3~4%높았다. 어찌보면 집값만 안정적이라면 오히려 은행으로서는 더 이익일 수도 있는 셈.
신용막장인 서브프라임 애들도 집값이 오르니깐 자기네는 어떻게든 벌어서 1억만 은행에 딱 내면 번듯한 내집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갔다.


공포의 서막은 활황을 맞았던 미국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억 이었던 집값이 점점 떨어지고 돈꿔서 집 산 와이티엔 킴과 서브프라임 친구들은 점점 눈밑에 그늘이 짙어져갔다.
평생 벌어서 1억 은행에 갚아봤자 내 손에 떨어지는건 6천만원짜리 집인 셈인데 누가 그걸 그렇게 열심히 갚으려고 하겠는가. 미 전역을 강타한 부동산 폭락이 닥치자 서브프라임 애들은 대번에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미국은 정말이지 판타스틱한 나라라서 아무리 신용이 안좋아도 파산신고를 하고 7년만 버티면 제로상태에서 다시 신용거래를 할 수 있다.-_-)

 

뭐. 이런 식이었을꺼다.



미국인구가 불법체류자 빼고 2억 5천명 정도다. 그중에 모기지에 가입된 사람은 5천만명. 1가구당 4명 꼴로 계산하면 미국 인구 전체가 다 가입한 셈이다. 경제적 규모로 따지면 모기지 금액은 총 우리나라돈으로 1경원.
1경원. 쉽게 쓰이지 않는 단위니 감이 잘 안올 수 있겠다. 10000000000000000. 아라비아 숫자로는 이렇게 쓴다. 실감은 안와도 저 연속된 0이 주는 압박감은 느껴질꺼라 믿는다.


이 중 서브프라임 등급의 가입자는 전체의 약 20%. 이들에게 투입된 모기지 금액은 약 6,000 억 달러(586조 원)정도다. 6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잠정적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배째라는 애들 머릿수를 모아 환산한 피해규모액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모기지 관련 대출업체들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2007년 4월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8월에는 미국 10워귄인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가 파산 보호신청을 하면서 금융업체의 도미노는 점점 빠르게 쓰러지게 된다.


단순 모기지 업체만 무너지는게 아니다. 현대의 금융은 여기저기 복잡한 투자망으로 얽혀있다. 쓰러진 모기지 대출업체에 돈을 대준 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또 금융기관에 돈을 대준 더 큰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연쇄 파산효과가 일어났다.

세계 3위 은행인 HSBC는 서브프라임 관련 업체에 투자한 107억 달러(약 10조 1,000억 원)를 회수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홀딩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출로 312억 엔(2억 6,2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자동차회사 GM도 산하 모기지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으며, 크레디스 스위스는 일찌감치 자빠진 모기지회사 뉴센추리 파이낸셜에 투자한 5억달러를 날려먹게 된다.
잘먹어야 5천원짜리 점심을 먹을 한국의 대학생에게는 몇 억달러 몇 십억 달러가 역시 또 감이 잘 안올 수 있다. 참고로 한국 대학생의 취업 선망대상 중 하나인 '삼성전자'가 한참 잘나갈때 일년 순이익이 60억달러(5~6조원)정도 된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위기의 정말 무서운점은 피해가 정확히 얼마고, 언제쯤 그 피해가 끝날껀지 예측이 안된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하나같이 자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우려해서 정확한 피해액을 밝히지 않는다. 올해 3월에 거꾸러진 베어스턴스가 그랬고, 얼마전에 엎어진 리먼 브러더스도 마찬가지였다. 경제는 불안정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이건 뭐 언제 뒤통수를 후려칠지 알 수가 없으니.

때문에 리먼 브러더스가 다시 상기시켜준 서브프라임 후폭풍은 아마도 상당 기간동안 투자자들의 마음을 다시금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2. 그래서 왜 한국에는 서브프라임이 위기가 안터지는 건데?

뭐. 이정도면 설명이 됐으리라 본다. 이정도 알고보면 한국에서 아직 서브프라임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주택 담보로 은행이 돈을 얼마나 많이 꿔주었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집 가격의 80~90%를 은행이 떠맡아 내주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크게 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오히려 주택담보관련 대출을 엄격히 관리했다. 아래 기사를 보자.

 
 
여기서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잡힌 집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지를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가령 LTV가 50%라고 가정하면, 1억짜리 집을 담보로 잡고 집값의 50%인 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DTI(Debt To Income ratio, 총부채상환비율)는 연간 총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LTV처럼 주택 가격에 비례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뜻이다.
LTV만 가지고 규제를 할 경우, 실질적인 경제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도 집만 자기 소유로 될 수 있으면 해당 비율에 상당하는 돈을 빌릴 수 있지만 DTI도 규제 내용에 포함시키면 대출 할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게되는 효과가 있다.

연봉이 5천만원인 장일호씨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국가에서 주택담보대출에 LTV 40%를 적용하면 장일호씨는 은행에서 최대 10억원 대비 40%인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DTI 40%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액은 크게 줄어든다. 1년간 상환해야 할 원금 + 이자가 연봉의 40%이내여야 하기 때문.
연봉 5천만원 중 장일호씨가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40%인 2천만원. 여기에 고정금리 6%로 1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법으로 돈을 빌리면 약 1억 5천만원 가량을 빌릴 수 있게 된다. 20년 만기로 만기를 10년 늘려도 장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2억 3천만원 정도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이후로 이 규제는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현재 1금융권의 DTI는 40%, LTV는 60%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브프라임이 닥치지 않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의 적당한 규제로 미국처럼 주택담보를 받고 돈을 많이 꿔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차단되어 있었다. 요즘은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주택가격이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주택가격이 폭락하지 않고 서서히 연착륙하는 이유는 그만큼 주택시장에 물려있는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LTV, DTI 규제를 미리미리 하지 않았다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주택가격의 하락은 아마 이렇게 점잖은 모양새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요즘 MB의 정책은 위험한 구석이 많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 풀고, 주택공급 늘린다고 하는데. 아마도 망치질 소리 전국에 울리고 집좀 올라가기 시작하면 LTV, DTI풀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집 마구 사게 하고 경기 활성화 노릴 것이다. 굳이 안봐도 뻔한 시나리오다. 자칫 재수없으면 다른 나라는 다 서브프라임 극복한 때에 우리나라는 뒷북치면서 서브프라임 수렁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거품 꺼지면서 경기침체 닥치면 정말 답이 없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벗어나는데 20년 이상 걸렸다.


이런 때는 정말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그 양반은 부동산값 튀겨서 경기 활성화 시켰어도 마지막까지 지켜줘야 할 선은 지켜줬으니깐. 나는 집도 돈도 없는데. 아놔.-_-
빨리빨리 5년 지나갔으면 좋겠다. 흑.



polymorph 님 글을 펐습니다


   http://blog.ohmynews.com/heaneye/rmfdurrl/21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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