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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13. 22:59ㆍ정치
한나라당의 선택은 읍참마속이 아니다
- 정말 코메디가 따로 없다. 이것들이 국민을 졸로 보나.
단재몽양
泣斬馬謖 (읍참마속), 촉의 제갈 량이 가정 전투에서 그와 친숙하던 장수 마속의 실수를 두고 사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기강 확립을 위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고사다.사적 감정은 버리고 엄정하게 법을 지켜 기강을 제대로 세우겠다는 정도의 이 고사의 비유를 세간에서 종종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사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집단이래야 무슨 힘없는 서민들이 아니고, 항상 힘께나 쓰고 기득권을 행사하는 무리들이나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원래의 고사가 상징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것을 두고 꼭 읍/참/마/속/ 이라 강변을 한다. 과연 읍참마속일까.
아무리 보아도 정의롭고 당당한 자기반성과 차제의 잘못을 경각하는 읍참마속이 아니라, 다급한 위험을 피해서 화급하게 도망해야 하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 가 분명컨대 말이다. 뭐가 그리 다급하고 구린 것일까.
한나라당이 시끌시끌 하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선거가 목전인데 중진의원 둘을 검찰에 고발한다니 시끄러울 수밖에... 김덕룡, 박성범이 된코로 걸린 모양이다. 잘코사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진진하다. 쓸개 빠진 부패한 인간 한 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감추어진 빙산의 하부를 노려 볼 때, 읍참마속을 짓부르며 구렁이 담넘어 가려거나 아니면 일종의 거래로 비춰지는 부패한 연기를 감상하자니 정말 코메디가 따로 없다. 이것들이 국민을 졸로 보나.
자, 그러니 따져 볼 밖에... 한나라당, 얼마나 화급하고 초조했기에 이렇게 우리 정당사에 일찍이 없었던 자당의 의원을 검찰에 고발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부패사건으로 말이다. 한 번 물어보자.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적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 그래 자당의 중진의원을 백주 대낮에 고발을 한다? 최연희 의원의 사퇴 결의안이 포도시 가결되는 현실과, 입에 담기도 싫은 수천억의 차떼기라는 경험을 가지고도 뻣드지름한 태도와 안하무인, 그리고 적반하장의 놀라운 내성을 가진 집단이 그래 4억, 2억 정도의 뇌물성 공천장사에 자당의 의원을 검찰에 고발까지 한다? 놀라울 일일세. 대한민국 이제 살게 되겠네....흠.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 난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안 되니 그 안에 분명 보다 중차대한 다급함이 내재되어 폭발 직전에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음이 확연하다. 이것은 분명 차떼기 후유증보다 더 큰 뭔가가 그 안에 숨겨 있다는 것을 유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의 의식 수준과 상승하는 GDP 와 비례하는 심리적 보수성, 그리고 거친 외적 환경(신자유주의등)을 고려 할 때, 또한 옳고 그름에 앞서 우선 약자를 비호하려는 우리 국민의 천성을 감안해 볼 때, 집권당이나 정부가 국민요구를 다 담아 내지 못하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차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때에 반사적 이익을 담보하는 야당, 한나라당의 지지율이야 냉철히 보았을 때, 그것은 일종의 거품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 ‘홧김에 서방질 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마치 차기 정권을 이미 쟁취라도 한 것 마냥 그들은 아주 기고만장을 해 왔다. 억지에 떼쓰기, 그리고 거만과 사치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행티를 부려 왔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부패의 전형인 소위 공천과 관련해서 이들의 부정과 부패가 과연 김덕룡, 박성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 아닌가. 영남 어느 지역구에서는 현역의원의 동생이 백주 대낮에 허허벌판 저자의 다방에서 지자체 예비후보들을 면접했던 당이 한나라당이다. 은밀히도 아닌 아주 대놓고 작태를 벌일 수 있는 당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이다.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한나라당은 김덕룡과 박성범을 자르고서라도 화급히 도망질 할 수밖에 없었을까. 대저 그 까닭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라는 것을 믿어 달라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면 더 이상 검찰의 촉수를 감당키 어려워 일종의 면죄부를 의탁하려는 의도에서 일까. 이런 거래가 만일에 그 근저에 있고, 부패의 뿌리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보자는 데에 김덕룡과 박성범이 활용되어 진 것이라면 이것은 용납키 어려운 것이다. 절대 용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여기에는 혹여라도 검찰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김덕룡과 박성범의 지역구가 수도권일진대 이 정도의 부패가 오갔다면, 한나라당 명암만 걸면 허수아비도 당선이 보장되는 영남의 상황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검찰의 촉수가 거기까지 미치는 것에는 용납이 안 되는, 한나라당의 텃밭 보호의지가 또한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여하간 지켜볼 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이 사태를 분명히 직시하고 있자. 자, 김덕룡, 박성범이 나왔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더 진행되어 백기를 반드시 받아내야 될 것인가. 검찰은, 역설적이게도 참여정부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조직인 검찰은 이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재미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읍참마속’이 아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도마뱀 꼬리 자르기’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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