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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2. 15:18정치

북핵만이 문제가 아니다, 넓게 보자
[기고-최재천 의원] 미국의 대북 전방위적 압박...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ohmynews)   
<조선일보>(2월 2일자)의 분류에 의하면 필자는 '강성반미자주파'이다. 이런 필자가 때로는 <조선일보>에 공감할 때도 있다. 강천석 칼럼 '미국과는 밑지고 북한에겐 떼이고'(2월 4일자)나 최근의 북핵 문제에 대한 염려 제기 등이 그러하다.

두 달 전에 필자는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6자회담팀뿐만 아니라 ▲제이 레프코위츠의 북한인권특사팀 ▲WMD(대량살상무기) 자체에 대한 통제를 담당하는 핵 비확산팀은 물론 ▲WMD 개념을 확장시켜 이를 바탕으로 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를 근거로 북한의 위폐를 장기간 추적해온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조사팀 등을 동원해 북한에 대해 거의 융단폭격 수준으로 여러 정책을 가동시켜 왔다.

즉, 미 정부는 북한 문제를 북핵 문제 하나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고 관리해온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미 갈등은 곧 북핵 개발이고 이는 6자회담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단선적 해법만을 고집해온 잘못이 있다." (1월 25일)


증거는 명확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미 재무부 주도로 미국내 북한 자산을 동결했다. 같은 해 8월 17일에는 한국정부에 PSI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방코델타 아시아은행(BDA)이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작년 9월이었다.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발효시켜놓고도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미루던 미국이 대사를 정식으로 임명한 것 역시 지난해 8월이었다.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 숀 갈랜드를 '슈퍼노트' 유통 혐의로 체포한 것은 10월 초이지만 위폐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수사는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정부 책임자는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위폐·인권까지 포괄한 움직임'(<조선일보> 3월 30일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 논평은 하지 않겠다. '테러와의 전쟁'의 최종 목표는 민주주의의 확산이다. 그런데 이 목표를 종종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핵·위폐·인권'의 3중 동시다발 압박, 오래 전부터 준비됐다

▲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지난해 12월 한기총 주최로 열린 '북한동포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촛불기도회'에 참석해 앉아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국의 종합적인 대(對) 북한 압박 전략전술은 지금도 계속 중이다.

최근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폭정국가(tyranny)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중적이고 협상 결과를 잘 지키지 않는 나쁜 전력을 갖고 있다"라고 명시했듯, 북한은 미국에게 신뢰에 바탕을 둔 협상의 상대방이 못 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핵 비확산에 있어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달러를 위조하고, 마약 밀수와 다른 불법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미국은 북한인권법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난민으로 수용한 선례가 이제껏 없었다. 그동안 이런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최근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특사와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탈북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2400만달러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2천만달러는 탈북자 등을 위해, 2백만달러는 국제 인권단체들을 지원하는 데에, 나머지 2백만 달러는 라디오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쓰도록 한다. 예산집행이 시작됐다.

3월 발표된 미국의 연례 각국인권보고서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의 분배투명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지원상의 문제점, 지원식량의 전용에서 보이는 북한 정부 관료들의 부패 문제를 나름대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금융 제재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북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뉴욕타임즈>(3월 10일자)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가 그 누가 꿈꿨던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임이 증명됐다"라며 "6자 회담은 시간 낭비이며 직접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행정부 인사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는 은행들이 증가하고 있어 미국의 금융 제재가 밴드 웨건(band wagon, 타인의 선택에 따라 의사 결정이 영향받는 현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일본도 유럽도 국제인권단체도 북한에 '싸늘'

▲ 지난해 11월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찬성 84, 반대 22, 기권 62로 통과됐다.
ⓒ 연합뉴스 김계환
일본의 동참도 문젯거리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경제 제재를 사실상 연계시키고 있다. 급속도로 줄고있는 조총련의 대북 송금이나 북일 무역현황이 증거이다. 이미 대북 송금을 감시하는 '해외송금 감시팀'이 발족됐다.

미국은 '북한 인권대사'이지만, 일본은 명칭만큼은 그냥 '인권대사'이다. 하지만, 주된 업무는 역시 북한 인권 문제이다. 사이가 일본 인권대사는 이번 달 브뤼셀 북한인권대회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고이즈미 일본 수상도 참의원 결산위원회(3월 3일)에서 한국의 대북 지원정책이 분배의 투명성을 저하해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고려해봐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나섰다. 미국 강경파의 비판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납치 여학생 메구미 사건과 고이즈미 수상의 임기만료 문제로 북일 수교는 물 건너가고 있다.

유럽(EU)이나 국제 인권단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럽은 작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제안하는 등 북한인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이번 달만 하더라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3회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탈북자들을 출석시킨 북한인권청문회를 개최했다.

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약 280여 명의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수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부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 의회 부위원장인 이슈트반 센트 이바니의원은 이번 브뤼셀 인권대회를 통해 "한국 정부가 하는 것처럼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 EU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북 지원을 감시하고 통제하기를 희망한다"(조선일보 3월 23일)고 밝혔다.

유럽과 국제 인권단체들의 관심은 북핵이나 위폐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중점을 둔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처럼 위폐문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범죄라기보다는 달러라는 미국 화폐에 대한 위조범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소진됐을 때, 한반도의 위험성은 끔찍하다

▲ 지난 7일 위폐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미 대표부에서 북미간 접촉을 갖기 위해 도착해 협상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접촉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제안한 위폐문제 해결을 위한 합동 협의기구 설치를 거부했다.
ⓒ AP/연합뉴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근본책임은 당연히 북한에 있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신뢰에 답했어야만 했다. 남한과 국제 사회의 인내심이 소진됐을 때 한반도에 몰아닥칠 돌발사태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앞서 인용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는 '선제공격'과 '폭정 종식'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내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 국지적 분쟁의 야기 가능성이 염려된다.

도넬리 미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4개년 국방전략 재검토의 결정적 문제'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봉쇄작전을 취할 경우 부패하고 국내외적으로 곤경에 직면한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 단체들에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사이에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작계 5029'의 마련을 독촉하고 있는 것도 간단치 않다.

이러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북한이 혹여라도 폐연료봉 재처리에 나선다거나 부분적인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 등을 통해 반발하고 나선다면 남북한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될 것이다. 만일 이 때 발생할 지도 모를 북한 내의 급변사태는 참으로 예상치 못할 돌발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위폐 문제에 대한 북미 상호 간의 양보가 전제되어야겠지만 북한이 영변 5MWe 원전가동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6자회담의 전기를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역시 결론은 6자회담에 정식 복귀한 다음 북미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일괄타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6월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기대를 걸어보기도 한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특사 역할을 대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위폐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간에는 범죄 인도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이 때 김정일의 남한 답방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여러 가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불합리한 논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고립은 불보듯 뻔하다. 자칫 한국 정부마저 고립될 위험성도 예상된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서 파생된 일이다. 문제는 미국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박전략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06-04-02 10:0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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