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봄
2006. 2. 22. 22:49ㆍ하루하루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