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대세?…“누굴 진짜 바본줄 아나!”

2012. 12. 3. 12:32정치

박근혜가 대세?…“누굴 진짜 바본줄 아나!”

              강기석(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은 일상사에서 부지기수로 벌어진다. 생각도 안 했던 일, 심지어는 하고 싶지 않았던 일도 친구들 여럿이 시작하면 덩달아 들썩거리는 경우다. “이웃이 장에 가면 거름지고 따라 나선다”는 속담도 있다. 부화뇌동하는 거다. 누구나 어렸을 적 신나는 가위소리에 실린 엿장수의 구성진 육자배기에 홀렸던 기억이 있을 터다. 동동구리무를 파는 잡상인의 북소리에 가슴 설레던 누이의 심정도 영락없이 그랬을 거다.

 

새상품을 잔뜩 실은 수레에서 들려 오는 북소리, 나발소리에 혼이 나간 채 동네사람들이 무리지어 쫓아 다니는 풍경은 미국 서부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러다 한 두사람이 물건을 사면 다른 이들도 덩달아 지갑을 연다. 이것이 ‘밴드웨건 효과’다. 가장 두드러진 군중심리의 하나다.

 

엿장수와 동동구리무의 추억…‘밴드웨건 효과’

 

새누리당이 나발을 불어대자 수구언론, 관영방송들이 박자를 맞추어 일제히 북을 울린다. 이들이 요란하게 불러 대는 노래의 곡목은,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박근혜 대세론’이다. 이미 18대 대선은 초반에 승부가 났단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박근혜 후보의 초반 기선제압을 확인해 준다고 주장한다. 선거일 한 달쯤 전에 형성된 여론은 좀처럼 바뀐 적이 없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근거를 들이댄다.

 

조중동매 종편들은 시청자 눈치볼 것도 없이 24시간 박근혜 띄우기에 여념이 없으며, 철저히 정권에 장악된 지상파 관영방송들은 교묘한 영상편집으로 박 후보의 유세에 몰린 관중들의 뜨거운 지지열기를 전하고 있다. 조중동 수구언론은 박 후보에 유리한 사안을 크게 키우고 불리할 듯 싶은 것은 가차없이 묵살한다. 때로는 대선 선거판 자체를 네거티브로 몰아가기도 한다. 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트려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노림수다.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최근 중요한 보도를 했다. 한 마디로 언론사의 여론조사 자체가 믿을 수 없다는 거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1000명에서 2000명 사이의, 유효답변율이 1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유선·무선조사 비율을 밝히지도 않는 그런 여론조사로는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낼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식의 조사로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방송3사 여론조사, 오세훈 50.4%-한명숙 32.6%, 실제 득표율은 오 47.4%-한 46.8%),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동아일보, 엄기영 45%-최문순 28%, 실제득표율 엄 46.6%-최 51.1%), 같은 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문화일보 나경원 47.7%-박원순 37.6%, 실제득표율 46.2%-박 53.4%) 때처럼 엉터리 결과가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오세훈-한명숙 때는 오류편차가 17.2%, 엄기영-최문순 때는 무려 21.5%, 나경원-박원순 때도 17.3%에 이른다.

 

20100524142618428.jpg

 

 

편차가 커도 너~무 큰 여론조사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무선통신기기 보급률이 100%를 넘었는데, 집전화 가입자는 5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동통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무선통신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무선전화만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여론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조사가 이루어지는 오후4시부터 9시까지 집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주부, 노년층,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대표성이 부여된 표본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도 충분치 못한 여론조사 기관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만들어 낸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유․무선조사 비율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거대 언론사가 정파성에 따라 자신의 권위와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언론사와 이들 언론사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지금 독자들에게 여론의 향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며 독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나발에 맞추어 열심히 북을 쳐 대면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작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고 얼마나 많은 조직이 동원되고 있는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칠 수 있을 텐데 저들은 지금 정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최면에 빠져 두려움을 상실한 것이다. 아니면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너무나 큰 두려움 때문에 이성을 잃은 것이거나….

 

여론조사 서비스 아닌 여론조사 빙자한 선거운동

 

박근혜 후보가 찾아 간 한 절의 스님이 "이번엔 선거가 초박빙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기울어져 가지고 선거가 재미없어졌다"고 덕담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자 김무성 선대본부장이 손사레를 치며 "아직 안기울어졌다"고 짐짓 눙을 쳤다. 기자들이 잔뜩 모인 상황에서 스님이나 김무성이나 대단한 연극실력을 뽐냈다.

 

박근혜 후보는 후보 등록날에 맞추어 ‘대통령직’이 아닌 ‘국회의원직’을 과감하게 사퇴했다. 한 재벌회사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가 이길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고 슬그머니 언론에 흘린다. 인수위 구성을 시작한다는 흰소리도 나온다. 소가 배꼽을 잡을 일이다. 하나하나가 잘 짜여진 ‘대세론 유포작전’의 소품들이다. SNS 알바단을 조직해 트윗수를 조작하고 택시기사들을 동원해 구전여론을 퍼트린다해도 전혀 놀랄일이 아니다.

 

원래 돈 많고 힘센 이들이 말발이 센 것은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이나 그 후보인 박근혜, 재벌, 언론, 대사찰 스님 등은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힘 세고 돈 많은 사람들이다. 벌써 몇 년전 줄서기가 끝났는데도 새삼 줄서기에 다시 나서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대세론 연극의 액스트라로 동원되는 고위 관료들이나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술잔을 부딪히며 “이대로!”를 외친다는 기득권자들이다.

 

스님에 재벌까지, 기득권자들이 총동원된 ‘대세론 연극’

 

돈많고 힘센 사람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마련이다. 이렇게 반대편이 침묵하기 시작하면 힘센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서 그것이 지배적인 여론이 된다. 초보 미디어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생각이 분명치 않았던 사람들은 ‘밴드웨건’에 올라타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조사 결과,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남자보다 여자가, 배운 사람보다 덜 배운 사람들이 먼저 마차에 올라 탈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정확히 새누리당이 노리는 집토끼들이다.

 

문제는 이들과 맞서야할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의기소침해 지는 것이다. 사기를 잃어버리면 말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행동에 활기가 빠진다. 더 큰 문제는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가 잘못했네, 너는 잘 한 게 뭐가 있느냐 상호비난의 아우성이 난무하고 겁에 질린 나머지 어처구니없는 악수가 속출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세몰이’가 노리는 것이 대략 이런 것이다. 안철수 박사의 재등장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원의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꼼수까지 숨겨져 있다. 이럴 때 문재인 캠프의 맹장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자만은 금물이되 위축되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

 

안철수 효과 사전차단의 꼼수까지?

 

‘뉴스타파’는 11월 28일과 29일, 방식을 달리 한 2개의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선으로만 조사했을 때는 문재인 46.1%-박근혜 41.1%, 유선과 무선 반반일 경우 문 42.7%-박 39.9%(무선만 문 46.9%-40.6%, 유선만 문 38%-박 39%) 의 지지율이 나왔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스스로 자신의 조사결과 역시 민심을 100% 정확히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너무나 분명하다.

 

문재인 후보와 담쟁이 캠프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기세가 좋다. 민주당 쇄신의 돛을 더 높이 올리고 민심의 바다에 배를 띄워 안철수 박사 세력과 함께 키를 단단히 잡고 역사의 흐름을 타고 흔들림없이 나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