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19:58ㆍ관심사
멍청한 놈, 그대 이름은 장닭!
갑사동네서 어우렁 더우렁 살기 2011/10/10 21:25 이프
겁쟁이(백설이 동생)가 8월 초순에 얻은 다섯 마리 병아리 중에 한 마리가 시름시름 하더니 떠나 버렸고, 며칠 뒤 또 한 마리가 떠났다. 봄부터 수십 마리가 태어났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장배추를 보호하느라 한 달 이상 가두어 키웠다는 것? 닭장 안엔 닭털들이 난무하고... 그렇다면 원인은 그것일 터이다. ‘갇혀있음’, ‘아비규환’
갇혀있는 공간에서 아비인 장닭은 4월돌이를 가만 두고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나 추격전이 심했는지 4월돌이는 합판과 철망사이의 좁은 공간에 끼어 나오지도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세상에, 얼마나 다급했으면...
장닭은 자기가 오로지 경쟁자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광분하여 닭장 안을 휘저으며 난리를 치는 동안 암탉들이나 어린 자식들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멍청한 놈!
어리석은 장닭이 야기하는 공포분위기를 해소하려면 새벽부터 닭장 문을 열어 저들에게 자유를 주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배추를 포기하는 수 밖에.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예뻤지만 닭의 번식력이 이렇게 왕성한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산아제한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이랬던 배추가...(좌) 다음 날 이렇게 되었다. 닭들아, 30포기 정도는 남겨주면 안 되겠니?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세요
한 달 전쯤 아주머니 한 분이 침을 맞으러 들어오는데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긴 손톱에 메니큐어, 짙은 향수냄새, 번쩍이는 귀걸이 목걸이. 뒤로 넘긴 짧은 머리카락은 스프레이로 고정시켰다. 음 보통이 아니시네.
다른 곳에서 두 달간 침을 맞았으나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안와사(口眼蝸斜). 입과 눈이 달팽이(와蝸)처럼 비뚤어진다. 한쪽의 안면신경이 마비되면서 성한 쪽으로 근육이 당겨져서 얼핏 보기에는 성한 쪽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차가운 다듬잇돌을 베고 자다가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육체적으로 고된 데다가 정신적 피로, 스트레스가 도를 넘으면 발생한다.
화려한 외모의 사람에게 선뜻 친밀함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랴, 내 직업이 그러니 슬슬 그녀에게 다가 가야지.
“몸이 말을 하기 시작했네요. 이제는 다르게 살라고요. 고맙고도 감사한 표현입니다. 이제 몸의 말, 몸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솔직한 성품의 그녀는 매일 치료를 받으러 오면서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다. 지인이 벌써부터 이곳 한의원을 소개했지만 여자원장이라는 말에 기분이 동하지 않아 이 동네로 이사를 온 뒤에도 먼 곳으로 다니며 침을 맞았다고 한다.
침을 꽂은 채 조용한 음악을 듣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오가는 동안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다. 사연 많은 인생. 그러나 사연 없는 인생이 얼마나 되랴. 중요한 건 현재를 충만하게 보내는 것이고 그래야 밝은 미래가 온다. 매섭고 화려했던 첫 인상과 달리 그녀는 명상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스폰지가 물 빨아들이듯 빨아들인다.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내 자신에게 콩! 콩! 콩!
요즘엔 새벽에 나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는 것이 행복하고, 없는 반찬이지만 식사가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없단다. 밥을 먹는데 “요즘 나 너무 행복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 내가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는 밤을 삶아오고 오징어 젓갈이며 고들빼기 김치 담은 것을 가져다 주신다.
그래요. 짜증내고, 빈틈없이 계산하고, 신경 곤두세우며, 질세라 날카로운 말로 맞받아치고... 그런 삶은 당신의 내공을 높여주지 않아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지요. 마음은 ‘먹는 것’이니, 마음메뉴판 저 꼭대기에 쓰여 있는 평화, 고요함, 축복, 기쁨, 자비, 존경, 포용, 희망, 낙관...을 골라 드세요.
간혹 명상을 한다는 건 현실도피, 고립적 자기폐쇄, 좋은 게 좋다며 모든 것에 눈 감는 태도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랑과 감사를 강조하면 부정의한 것에 눈을 감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우리 몸에 있는 두 개의 사람 / 肉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사람(肉)이 존재한다.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나,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나이고, 안에 들어앉아 보이지 않는 다른 하나는 참나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나를 위해 드레스를 입고 턱시도를 입는다. 명품 핸드백을 들고 뼈를 깎는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통해 해석되는 ‘껍데기 나’다. 속에 있는 ‘참 나’는 아기 예수, 아기 부처, 아기 천사다. 신의 속성, 신성을 가졌다. 생명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모든 존재에 다 깃들여 있다니 신이여, 감사합니다. ^^
명상은 ‘껍데기 나’에 가려져 있던 ‘참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그 신성을 키우는 것이다. 예수의 속성, 부처의 속성, 천사의 속성, 신의 속성을 키우는 것이다. 무한한 사랑과 자유와 평화의 속성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이다. 내공, 에너지를 높이고 지혜를 키우는 일이다. 인간의 격이 달라지는 일이다. 격이 달라지면 문제를 보는 관점,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달라진다. 그러니 그것은 현실도피나 자기폐쇄나 부정의에 눈 감는 것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 않는가.
최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행한 명상 수업은 놀라울 만한 변화를 끌어내었다. 한 학기만 지났을 뿐인데도 학생들의 자존감, 삶에 대한 적극성이 크게 향상 되었다. 인성교육으로 이처럼 훌륭한 것이 있을까? 다른 지자체의 교육기관에서도 급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울증, 화병, 분노, 폭력적 언행,... 자기 자신의 격을 끌어 올리면 해결책이 나온다. 격이 달라진 개인이 모인 사회, 국가의 격도 당연히 달라지게될 것이다. 격이 높아진 대중은 격이 높은 대표를 뽑게 될 것이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격이 달라질 것이다. 우와~ 이건 조용하지만 힘이 있고 아름다운 혁명이 아닌가.
▲감나무의 감빛이 점점 더 선연해진다. 이곳에 온지 벌써 일 년이 되었음을 일깨워준다.
-고은광순
http://blog.ohmynews.com/feminif/389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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