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9. 08:54ㆍ사람 사는 세상
Roh moo hyun Love Story(러브스토리)- [주제영상] 노무현 대통령 탄생 65주년 기념 봉하음악회
아내 양숙씨는 고향 진영의 한 마을에서 같이 자란 사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가끔 만나면 마음이 설레곤 했던 처녀였다. 아내를 처음 몇 번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결혼해 달라고 졸라댔으니, 일이 잘될 턱이 없었다. 지금 다시 아내와 연애하라면, 결혼 따위의 말은 입 밖에도 내지 않고 오히려 아내 쪽에서 결혼하자고 조르도록 할 수 있을 텐데......몇 킬로미터나 이어지는 둑길을 걸으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함께 돌아다녔다. 늦여름 밤하늘의 은하수는 유난히도 아름다웠고, 논길을 걷노라면 벼이삭에 맺힌 이슬이 달빛에 반사되어 들판 가득히 은구슬을 뿌려 놓은 것만 같았다. 마치 동화 속의 세계 같은 그 속을 거닐며 아내는 곧잘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우리는 2년 가까이를 커피 한 잔 값 안 들이고 순전히 맨입으로 연애를 했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했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고향에는 아직도 그 둑길이 그대로 있다. 가끔 나는 아내와 함께 그때의 기분을 내보곤 한다. 물불 안 가리고 서로 좋아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이런 우리를 보고 끝내 손을 들었다.판검사, 변호사가 되면 시골에 별장도 하나 갖고 모양 나게 산다는 게 두 사람의 합의된 꿈이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내가 사회 운동을 시작하면서 깨뜨린 것이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정치와 아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아내를 선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데. 여보 양숙씨, 우리 같이 한번 미쳐보자. 응?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이제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를 우리가 함께 지켜드리겠습니다.
※ 봉하음악회에서 네 개의 주제영상이 상영됩니다. Roh moo hyun Love Story(러브스토리)는 그중 두 번째 주제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