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은사이자 <노무현재단> 고문이신 리영희 선생께서 그동안 지병인 간경화로 투병 중이었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돼 지난 5일 새벽 0시30분경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끝내 영면을 맞으셨습니다.
우리는 암울한 시대 그를 통해 이 땅에서 지식인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군부독재 치하에서 그가 내놓은 저서는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여명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리영희 선생의 영면에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길게 보면 노 대통령과 리영희 선생의 인연은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노 대통령, ‘전환시대의 논리’에 깊은 인상
노 대통령은 80년대 초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부산지역 대학생, 교사, 회사원 등이 공안당국에 의해 참혹하게 고문당하고 간첩으로 조작된 이른바 ‘부림사건’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노 대통령은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는 인권 변호사로 변모, 민주화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노 대통령은 이후 노동사건과 시국사건을 변론하면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부조리에 대해 근본 원인을 알고 싶었습니다. 주변 청년들이 사회과학 서적을 소개해줬고, 그 책들을 읽고 숱한 밤을 지새우며 토론했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들 가운데 베트남전쟁에 대한 리영희 선생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에 특히 깊은 인상을 받으셨습니다. 또한 언론인으로서 리영희 선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03년 3월 6일, 노 대통령은 리영희 선생을 비롯한 이돈명, 강만길, 박형규, 송기숙, 임재경, 조준희 등 각계원로 열 두분을 청와대로 초청해 남북문제, 북핵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노무현재단>은 리영희 고문의 영면에 조의를 표했습니다. 한명숙 이사(전 국무총리), 이해찬 이사(전 국무총리), 정연주 이사(전 KBS 사장), 이재정 이사(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 출판위원장(참여정책연구원장), 백원우 운영위원(민주당 의원), 안희정 운영위원(충남도지사), 김두관 자문위원(경남도지사), 문성근 운영위원(국민의명령 대표) 등은 빈소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이재정 이사는 트위터를 통해 “리영희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영원하신 스승이십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그토록 염원하셨는데 처절한 분단과 무력대결의 상황에서 가시다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선생님이 못 다하신 그 뜻을 반드시 이어가겠습니다, 편히 쉬소서.”라고 남겼습니다.
유시민 출판위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리영희 선생님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사셨습니다. 멋진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의 자유로운 정신과 무거운 책임의식, 흉내라도 제대로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빕니다.”라고 명복을 빌었습니다.
‘토건’과 ‘반공’이라는 구시대의 낡은 우상이 다시금 돌아온 막막한 현실에서 리영희 선생이 일깨운 위대한 이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하여 그의 영면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리영희 선생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습니다. 입관은 6일 오전 11시, 발인은 8일 오전 6시입니다. 장례는 민주사회장(4일)으로 치러지며, 8일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광주 5.18민주묘지에 영면하게 됩니다.
삼가 리영희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