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7. 22:42ㆍ관심사
논에 심은 벼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
우리 조상님들은 왜 쌀을 주식으로 했을까?
논에 모를 심은 지가 얼마 안 되는 듯한데, 논에 나가보니 조생종 벼는 벌써 벼이삭을 내밀고 차곡차곡 알곡을 채우고 있다. 저 만치 옆에서 자라고 있는 중만생종 벼는 신비한 벼꽃을 피우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수정을 하느라 바쁘기가 그지없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즈음부터 한낮에 숨이 막힐 지경으로 따가운 강렬한 햇볕이 벼 잎에 쏟아지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을 일이다. 벼가 왕성하게 광합성 활동을 하는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이 그렇기는 하지만, 벼도 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氣孔)을 통해 탄산가스를 들여 마시고 산소를 내뿜는 탄소동화작용을 한다. 나무가 심겨진 숲속이나 벼가 심겨진 들판을 거닐면 상쾌하고 시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물의 잎은 가히 공기정화공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를 심은지가 얼마 되지 않은듯한데 벌써 들녘에는 벼꽃이 피고 있다. 수확시기가 빠른 조생종 벼는 벌써 알알이 속이 차오르며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으려 한다. 우리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벼꽃을 보며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쌀의 에너지 어디로부터 오는가?
형체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탄산가스다. 추워지면 얼고 더위지면 수증기로 날아가 버리는 것은 물이다. 밤이면 숨어 있다가 한낮이면 세상을 밝히며 따갑게 내려 찌는 것이 햇볕이다. 이들 3가지 요소들이 합작해 만들어 내는 것이 있다. 바로 거칠거칠한 벼 잎에서 햇빛의 도움을 받아 밥과 떡의 원료가 되는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포도당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탱글탱글한 벼 알이 되어 우리의 에너지원이 되는 쌀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 한 톨의 쌀은 지구로부터 1억5천만 km나 떨어진 태양에서 온 에너지가 들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 에너지는 힘의 원천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쌀을 잘 먹어야 힘과 밝은 마음과 지혜가 생긴다. 마음이 밝고 지혜가 있으면 공부도 잘하고 과체중도 되지 않아 비만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몸에 에너지가 충만해야 공부도 잘한다.
수능을 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아침밥을 꾸준히 먹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무려 평균 점수가 20점이나 높게 받았다는 농촌진흥청의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한다. 특히 벼잎에서는 탄산가스와 물이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 내는 탄소동화작용을 왕성하게 한다. 차곡차곡 벼알에 쌓이는 포도당이 꽉 차면 누렇게 벼알이 익어 고개를 숙인다. 지금 들녘에서는 벼가 왕성한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시기이다.
쌀을 주식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몬순(Monsoon)형 기후 지대에 살고 있는 이들이 쌀을 주식으로 삼는 것은 슬기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몬순형기후대에서는 대부분의 작물이 자라기 좋은 한 여름(6~8월)에 비가 많이 온다. 따라서 이 지대의 평야는 한 여름에 물에 잠기기 쉽다. 더울 때 물에 잠긴 논에서 잘 자라면서 광합성의 양도 많은 작물이 무엇일까? 그게 바로 벼다.
벼의 겉껍질을 벋긴 것이 쌀이다. 벼는 밀, 옥수수와 함께 같은 면적의 땅에서 수량이 매우 높은 작물에 속한다. 따라서 몬순형기후대에 사는 사람들이 쌀을 주식으로 삼은 것은 자연과 조화되게 사는 지혜를 터득한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6월과 8월 사이에는 비가 많이 온다. 거기에 날씨까지 무덥다. 이렇듯 무덤고 물이 많은 곳에서 가장 잘 자라는 작물은 바로 쌀을 생산하는 벼다. 벼가 우리의 주식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가 벼를 잘 재배해 생산하는 조건을 갖췄기 대문이다.
수입 밀은 우리의 주식일 수 없을까?
우리는 근래에 와서 밀가루 음식과 동물성 식품들을 많이 먹게 됐다. 그러다 보니 쌀을 덜 먹게 됐다. 밀가루 음식이나 동물성 음식도 좋은 음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음식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연친화적인 음식이라 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는 밀가루는 대부분 미국 등 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많은 양의 밀을 먼 나라에서 운반해오려면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 한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건 자원을 고갈 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말을 쉴 새 없이 해댄다. 먹은 것처럼 사람이 살아남는 데에 절대적인 것을 먼 나라에서 날라다 먹는 것은 참으로 슬기롭지 못한 일이다.
우리 것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곡식이란 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곡식에 들어 있는 원소들은 무엇인지 아는가? 그 주된 요소가 수소, 산소, 탄소이다. 그리고 그 수소, 산소, 탄소는 물과 탄산가스에서 온 것이다.
또 그 물과 탄산가스로부터 곡식을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햇빛과 녹색을 띠는 식물의 잎이다.
우리나라 공기 중에 탄산가스가 모자라는가? 우리나라에 비가 모자라는가? 우리나라에 녹색을 띠는 작물의 잎이 모자라는가? 우리나라 땅에 여름에 쏟아지는 햇빛이 모자라는가?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 공기 중에는 탄산가스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오는 비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우리나라에 녹색을 띠는 작물의 잎도 부족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보다 그걸 훨씬 더 많은 곡식을 생산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민족과 함께 해 온 쌀.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서 에너지원이며 활력이며 문화며 생명이다. 한톨의 벼가 생산되기까지 농부의 손을 88번이나 거친다는 쌀이 지금은 그 소비가 크게 줄어 생산기반이 위축될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풍족할 때 자만하지 말고 앞을 잘 생각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쌀을 주식으로 해야 좋은 이유?
그런데 왜 우리는 많은 비용(food milage : 먹을거리를 운반하는 데에 드는 자원적, 환경적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려 하는가? 육류를 그리 많이 먹으려 하는가? 그러면서 살을 뺄 궁리에 여념이 없는가? 물론 육류의 경우도 제 땅에서 나는 거친 풀로 기른 가축으로부터 생산된 것이라면 굳이 사양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농업의 한 가닥이니 말이다.
그러나 옥수수 100kg을 많은 비용을 부담하며 수입 해다가 12kg의 고기를 얻는 것은 슬기롭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은 쌀을 주식으로 삼은 게 슬기로운 것이다. 슬기로운 이는 몸과 마음이 늘 건강 할 것이다. 그런 이에게는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그런 집 자녀들은 공부도 잘 할 것이다. 슬기롭게 사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호남평야에 가보아야겠다. 김제평야에도 가보아야겠다. 벼 잎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을 실감해 보기 위해 그래야겠다. 배가 절로 불러질 것 같아 그래야겠다. 더 슬기로워질 것 같아 그래야겠다.
미디어 다음 블로그 베스트 기자 길s브론슨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삼산리 할머니 (0) | 2010.02.13 |
---|---|
[스크랩] 비빔밥 먹으면 오래 사는 이유가 있다 (0) | 2010.02.07 |
[스크랩] 우리는 매일 먹는 쌀에 대해 얼마나 알까? (0) | 2010.02.07 |
[스크랩] 밥하기 전, 쌀을 불리면 좋은 이유 (0) | 2010.02.07 |
시 한 편 (0) | 2010.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