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한 점 한 점을 모아

2009. 9. 30. 07:20사람 사는 세상

우리 마음 한 점 한 점을 모아
추천 : 53 반대 : 0 신고 : 0 조회수 : 1518 등록일 : 2009.09.29 11:32
이해찬 前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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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한 점 한 점을 모아

 

 

이해찬 前 국무총리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입니다.

 

올 가을은 햇살이 너무 좋아 사과, 배, 밤, 감 그리고 메론 모두 꿀맛입니다. 머지않은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 맛있는 송편도 먹고 좋은 보름달을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은 소박하고 작은 소망 속에서 느껴지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 두 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 우리는 메울 수 없는 슬픔과 가눌 수 없는 분노로 뜨거운 여름 한철을 다 보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김대중, 사랑하는 두 분의 이름을 마음에 간직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마음과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함께 즐겁게 잘 사는 것’이 가치공동체의 삶입니다. 삶은 사람이 사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가장 소중한 우리의 터전이요, 광장이요, 공동체입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9월 23일 발족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함께 할 것입니다.

 

정희섭 시인의 시(詩)입니다. 시는 사람의 말(言)이 정제된 절(寺)입니다.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이 모여듭니다.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서성이며 울고 있습니다.

아아, 천둥번개 비바람 지난 뒤에도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숲이 되어 서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으로 끝나고 말지만 많은 사람이 숲이 되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좌절하지 않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강물은 끝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다에 이릅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가장 넓습니다. 모든 것을 두 손으로 감싸듯 포용합니다. 그 바다에서 온갖 물고기가 떼 지어 뛰놀고 갖가지 해초가 무성하게 자랍니다.

 

바다는 빛과 소금을 내어 줍니다. 뜨거운 햇살과 마주치면 빛을 내어줍니다. 자신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말려서 소금을 내어줍니다. 빛과 소금은 역사의 나침반이요, 역사의 지킴이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역사의 바다 위에서 그렇게 발전해 왔습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온라인 인프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만들고, 오프라인 인프라는 노무현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대통령님이 잠드신 봉하마을을 추모의 성지로 조성하고 대통령님의 말과 글, 그리고 삶을 담은 영화와 전기를 만들고 대통령님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할 노무현 스쿨을 세울 예정입니다.

 

우리의 마음 한 점 한 점이 모여 민주주의 바다를 이룰 때 노무현은 깨어나 춤을 출 것입니다. 노무현의 가치가 깨어나 죽비처럼 우리의 등을 두들깁니다. 마침내 통곡은 포효가 될 것입니다. 김정란 시인이 노래했듯이.

 

함께 합시다. 앞으로, 미래로, 다 함께 나아갑시다. 손에 손을 맞잡고.

 

2009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