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달래 꽃전 하는 날

2009. 4. 3. 15:32사람들

 

진달래가 생각보다 일찍 폈다. 

본교로 출장 다니는 길에 진달래 무더기가 있는 곳을 살펴놨다가 왕선생님 트럭에 모두 올라 타고 따러 갔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진달래 따러 간다고, 트럭 뒤에 탄다고 신난다는 생각만 하고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산골 바람이 트럭 속도와 만나서 얼마나 차갑고 매서운지 혼났다.  그래도 아이들은 모자도 뒤집어 쓰고 트럭 벽으로 몸을 붙여가며 바람을 만났다. 

나랑 안산에서 전학 온 재영이 둘만 어쩔 줄 몰라 차가운 바람 다 맞아가며 추워서 덜덜 떨며 타고 갔다.  그래도 신나기는 신난다.  그 틈에 현석이는 트럭 뒤에 누워서 책까지 본다.  대단한 녀석.

학교에서 트럭타고는 10분쯤 되는 곳인데도 뭐 한참 온 것 같다.  지난 길에 비료를 꺼내는지 경운기 여러 대와 동네 어른들을 만났다.  "너거들 어디가노?" 하고 보는데 대답도 채 하기 전에 차가 지나가서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대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만 했다.

전교생 열 다섯명이 (우리 아이들이 좀 없어 보인다.) 콧물 흘려가며 트럭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가니 길 가는 사람에게는 정말 이상해 보였지 싶다.

진달래가 많다.  꽃만 살짝 뜯어라고 하는데도 괜히 미안하다.  먹을 만큼만 따서 가자고 했는데 직접 뜯으니 ,,.  그래도...

 장난 많이 치는 건이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명기는 불안해서 트럭 앞 자리에 태웠더니 건이는 불만이 많다.  입이 툭 튀어나왔다.  자세히 보고 그리기용으로 가지채 꺾은 진달래와 아이들이 딴 진달래 바구니를 건이와 명기보고 가져 가라고 쥐어 줬더니 그제서야 활짝 웃는다. 

 

 

 

 

 

 

 

 

 

 

 

 

 

 

 

 

출처 : 한데가꿈
글쓴이 : 오은경 원글보기
메모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8(삼당분교 꼬마 15명 읍내 진출하다)  (0) 2009.04.20
[스크랩] HIGSA 14BOX 개인전...  (0) 2009.04.04
[펌] 때늦은 인사를 전한다  (0) 2009.03.20
바다는 상기도 푸르더이다  (0) 2009.03.20
송별식2(2/17)  (0) 200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