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외통부 장관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

2008. 7. 27. 13:35정치

"참여정부 설거지론? 그릇 깨놓고 남 탓 한다"
[인터뷰②] 외통부 장관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
유성호 (hoyah35) 기자김태경 (gauzari) 기자황방열 (hby) 기자
  
참여정부에서 마지막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
ⓒ 유성호
송민순

 

송민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 쇠고기협상과 관련, 최근 한나라당 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참여정부 설거지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송 의원은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9일 부시 대통령과 통화해 국제수역사무국(OIE) 판정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 쇠고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자고 말했다"며 "이는 일본·대만·홍콩 등의 수입 조건을 보면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상황과 노무현-부시 통화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수첩을 꺼내 들고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은 무조건 풀겠다고 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특히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지난해 11월 17일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문건에 대해 "아마 '설거지론'을 걸어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그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참여정부 실무진은 미국 내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이행되기 전에는 30개월 미만에서만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올 4월 30개월 월령 제한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합의를 해버렸다"며 "여기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와 관련된 사안인데 자기 임기 안에 다 해버리면 다음 정부는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고, 차기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릇 깬 사람들이 남 탓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와 관련된 사안인데 자기 임기 안에 다 해버리면 다음 정부는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고, 차기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유성호
송민순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설거지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릇 깬 사람이 왜 그릇을 놋쇠로 안 만들고 사기로 만들었느냐고 하는 것 같다. 쇠고기 문제는 사기그릇처럼 민감하게 다뤄야 할 문제인데, 자기들이 그릇을 깨 놓고 남 탓을 한다. 여권이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절망상태에서 해답을 못 찾으니까 근거 없는 설거지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한테도 분명히 얘기했다. 작년 3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통화할 때 나도 옆에 있었고, 통화 전에는 다른 수행원과 함께 내용도 준비했다.

 

노 대통령은 국제수역사무국(OIE) 판정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 쇠고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자, 그런데 미국 쇠고기는 일본·대만·홍콩 등이 한국과 함께 주요 수입국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의 수입 조건을 보면서 균형을 이루도록 하자, 타결시점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전략적으로 추진하자고 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 노 전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금지 해제를 약속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비판인데.

"(그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첩을 꺼내 들면서) 노 대통령은 무조건 풀겠다고 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광우병 발생 사례 약 19만건 중 99.97%가 30개월 이상 소에서 발생했고, 또 광우병 소들이 동물성 사료를 먹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과학적 판단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요소들과 타국의 사례를 '합리'와 '균형'의 기준으로 생각했다.

 

한나라당은 총리실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개최결과 - 2007년 11월 17일)가 설거지론 주장을 걸어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참여정부 실무진은 미국 내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이행'되기 전에는 30개월 미만에서만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올 4월 18일에 30개월 월령 제한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합의를 해버렸다. 여기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

 

작년 말 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각료들이 사료금지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30개월 미만에 뼈를 포함해, 특정위험물질(SRM)은 제외하고 - 이것도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기준이다 -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자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미국이 쇠고기 문제는 더 말하지 않고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각료들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와 관련된 사안인데 자기 임기 안에 다 해버리면 다음 정부는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고, 차기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한미FTA에 도움된다면 부담 안고 가겠지만..."

 

-노 대통령이 '선거에 진 나한테 이런 것(쇠고기 수입)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말도 했나?

"당시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는 한나라당도 반대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국내적인 부담이 있더라도 30개월 미만으로 하여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한미FTA 비준에 도움이 된다면 부담을 안고 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국 내 사정을 보면서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그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풀었으면 지금 한나라당은 '생색은 자기가 내고, 부담은 다음 정권에 넘기고 한미FTA와 관련한 카드는 없애버렸다'라고 했을 것이다.

 

- 한미FTA의 4대 선결과제 가운데 하나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우리가 쇠고기 문제 풀자고 한 것은 합리적 수준으로 하자고 한 것이지, 현 정권처럼 무제한 풀자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현 정부는 분위기에 휩쓸려 간 것 같다. 전 정부에서 대통령·총리·부총리·외교장관·농림장관·통상교섭본부장·청와대 수석들이 몇 차례씩 회의를 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인데, 이번에 왜 그렇게 불과 며칠 만에 협상을 끝내고 미국산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와)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는 분위기로 가는 과정에서 쓸려간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 유성호
송민순

-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수입이 미 의회의 한미FTA 비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엄청난 판단 착오다. 이미 3월과 4월에 올해 말 대선 전에는 미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미FTA를 위해서도 4월에 할 게 아니라 이명박-부시 회담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선에서 조기 타결되도록 하자는 정도로 정리하고, 실무 협상팀은 시간을 정하지 말고 착실히 협상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와)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는 분위기로 가는 과정에서 쓸려간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 쇠고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미 동맹은 엉망이 되버렸다. 

"국가 지도자들은 임기 끝나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국민들 생각은 오래간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네 쇠고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불안하게 생각해서 안 먹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또 한국 사람들이 미국 쇠고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한미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

 

-한미FTA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특히 내년에 버락 오바마가 당선될 때 어떻게 전망하는지?

"한미FTA 자체가 양국의 이익 균형 위에서 성사됐다. 협상이 잘됐다는 것은 양쪽 입장이 5:5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6:4면 타결이 안 된다. 어느 한 쪽이든 타결된 협정에 대해 변경을 요구하면 부서진다. 미국 내에 반(反) 세계화(antiglobalization) 분위기가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올해 말 미 대선 이후에 이러한 기류가 바뀔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2008.07.25 16:56 ⓒ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