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3. 01:06ㆍ사람 사는 세상
- 봉하사저 거실에 걸릴 소나무그림 [32]
- 가은
강원도 춘천에서 화가로 활동하시는 분이 그린, 봉하 노공이산 님 댁에 기증할 소나무 그림입니다.
아직 100% 완성된 상태는 아니라네요.
아래 내용은, 화가 께서 그림과 관련해 쓰신 글입니다.
대작의 소재는 고심 끝에 율곡松으로 결정하고 화필을 잡았다.
시간이 촉박하고 정월달에 병풍 작업을 해본 소재인데다 율곡이란 상징성은 다른 소재를
밀어내기 충분했다.
율곡선생의 십만양병설의 예견력이라던지 높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해주에서 직접 대장간을
차리고 호미와 괭이, 낫을 벼리는 자세는 봉하에서 노공이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학문의 깊이와
언행의 일치는 해동공자라 불리운 분 아니던가. 생전엔 쌀이 떨어지는 궁핍을 마다하지 않았
으나 장례 때는 산에 함박눈이 내린 듯 흰옷 입은 문상객으로 뒤덮였다는 기록은 높은 인품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자경문은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했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오죽헌 경내에 있는 율곡선생을
추모하는 사당인 문성사 옆에서 지키는 율곡송은 봉하사저에 걸리는데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
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가로 2미터에 세로 1미터 40이 조금 넘는 한지는 화판에 붙여놓으니 드넓은 바다가 된다.
망망대해다. 그동안 축적된 능력을 최대한 쏟아부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첫 선을 그었다.
밑그림 작업 하루, 삼일 동안 먹작업을 하고 나흘 동안 채색 작업을 했다. 채색을 하며 예상했던
분위기가 안 나오고 왠지 편안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착상했던 것과는 자꾸만 달리 나오니
힘은 더 들고 진척이 더뎌졌다. 노송에 비하면 작은 바위와 진달래도 곁들였다. 우선 자료
제출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畵題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써 넣었다.
국민 애창곡이면서 노공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 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가사를 **님이 적어서 보내주었다. 화제로 썼으면 하는 의견을 낸 것도 **님이다.
공간이 적으면 1절만 넣을 것이요 넉넉하면 다 쓸 것인데 일, 2절을 다 써넣을 수 있었다.
목탄으로 밑그림을 그리며 시작한 작업에 십여일이 걸렸다. 터무니 없이 짧은 기간이다.
본격적인 구상 기간이 십여일, 차라리 결정되어 그려가면 고민은 구상 때보다 적다. 몸은
고될지라도. 사월부터 인제 등지로 노송을 찾아다니며 스케치도 하는 등 준비기간을 따지면
보름이 넘는다. 결국 한달이 넘게 걸려서 대작이 탄생한 것이다.
위 노공이산 대인 법정지[爲 盧公移山 大人 法正之]라 첨기했다. 미흡한대로 낙관을 찍었다.
16일을 훌쩍 넘겨 19일에 작품을 가지고 시내로 나왔다.
배접해 사진을 찍은 후 다시 가지고 산막골 들어가 세심한 마무리 작업을 할 것이다.
송화를 표현하기 위해 애써서 수소문해 송화가루도 한약재료상에서 구입을 해놨다.
새도 넣어야 하고 솔잎에 연두색도 입히려 한다. 송화가루로 솔꽃 핀 것도 표현할 것이고.
며칠을 더 집중해야 조금은 더 나은 작품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최선을 다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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