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인질과 국격

2007. 7. 31. 23:35정치

냉정하게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자 한다.
일단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대명제에는 동의한다.

우리끼리 안에서 지지고 볶는 것은 상관없지만 적어도 정부에 대한 일관적인 지지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단순한 명제도 동의한다.

협상이란 장사와 비슷하다. 당신이 필요한 것과 내가 필요한 것을 서로 적절한 값어치를 매겨 교환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적절한 값어치를 매기는데 밀고당기는 협상이 필요한 것이고.

그들은 이제 20명 남짓한 생명을(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죽을지 모른다. 또 2명이 죽었다고 단정짓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20명 남짓으로 표현한다.) 상품으로 지니고 있다. 임상옥이 청나라 상인들의 카르텔에 발끈하여 인삼에 불을 지르듯,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상품을 하나씩 폐기처분하여 그 희소가치를 더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그들이 매긴 상품가치에 대한 계량이 아직도 우리쪽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또 흥정할 물품이 우리에겐 부족하다.

정말로 그들은 수감탈레반 포로와 교환하려 하는 걸까? 아니면 돈이 목적인걸까? 그도 아니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계속해서 세계에 알리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내부 결속용이면서 조직 확대용으로 마켓킹 사업을 펼치는 걸까?

아마도 이 네가지 모두가 혼재되어 있겠지.

상대는 무식한 군벌이 아니다. 이제 슬슬 종교 문제로 관점을 옮겨가려한다. 관중의 어떤 부위를 긁어주어야 시원함을 느끼는지까지 잘 알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협상의 주도권이 없다. 중재를 서줄 적절한 거간꾼도 없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지도 못하다. 그들도 우리를 모르고 있기는 매한가지이지만, 말그대로 세계최강 미국을 상대로 별별짓을 다하는 놈들이고 반면에 우리는 대충 미국 비위 맞추어가며 살던 측이니 사즉생 생즉사 각오로 보면 우리의 포스가 한참 딸린다.

포로 교환 문제로 가면 이건 아프칸 정부를 넘어 미국 정부와(표면상으로는 나토와) 협상을 해야한다.
자국 이익에 충실한 국제외교 관례에 따르자면 우리 정부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그것도 국민 모르게 밀실 협약을 해야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우리 국민은 그런 조건을 내용도 모르고 그저 짐작만 하면서도 모르는 척 수용할수 있는가?

미국과 EU와 FTA협상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서 완전히 미국의 요구에 따르는 양보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쩌면 그 이상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분쟁 지역에 전투병 파병이라는 조건 말이다.

그걸다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결정지을때 이를 순순히 수긍할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자 피납 당사자와 그 주변인을 빼고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23명이 모두 죽더라도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훌쩍 커버렸다. 전투병은 아니지만 세계 분쟁 지역 곳곳에 이미 파병이 되어있다. 경제력 또한 막강해져만 간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운신에 더 이익이 될 뿐더러 세계가 그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상옥이 인삼에 불을 질러버렸다. 놀란 청나라 상인들을 애걸복걸한다.

임상옥은 인삼을 팔 생각이 있었다. 따라서 해결 가능하다. 탈레반은 인질을 팔 생각이 있는가? 있어도 그게 우리가 수용 가능한 조건인가?

수용 가능한 조건이란 돈의 다소를 말하는게 아니다. 국격(國格)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격은 앞으로도 높아만 갈 것이다. 세계에서 한국인을 납치했을때의 상품 가치는 높아져 간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된다. 비유컨데 평범한 중국인이 납치되었다면 중국 정부는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국격이 높아져가는 만큼 세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피를 더 원할 것이다. 좋건싫건 앞으로 몇 년안에 분쟁 지역에 전투병이 파병될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의 책무가 되어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동네조폭에 불과한(한나라의 정부도 아닌) 집단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도 딱 그만한 수준이 되고 만다. 즉 동네 양아치 중에서 좀 잘나가는 축이 되고 말거란 거다. 대표적으로 잘나가는 양아치 나라가 일본이란거 알고 계실게다. 그들은 과거사를 통해 그렇게 자신들을 양아치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이번 납치사건에 대한 대한민국의 해결 방식은 우리가 어떤 국격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시련이다. 성장통이다. 더 앞으로, 더 큰 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 의례다.

23인이 모두 희생되더라도 국익을 바라보고 희생을 감내하자는게 아니다. 20여명 남짓의 인질을 구해내는데 최선을 다하되 그 해결 방식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해결해야할 수많은 국제 문제에 대한 전범이 되리란걸 되새기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앞으로는 맨땅에 헤딩식의 저돌적인 자세는 우리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개신교계에 대한 촉구가 아니라 경제계를 비롯한 우리사회 전반에 대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촉구하는 것이다.

남은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정부의 현명한 협상력을 기대한다.

 

 

 

                                                          by 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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