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2. 00:49ㆍ정치
역시나, 오늘 노 대통령의 발언을 기사화시킨 제목은 “고건, 실패한 인사”가 되고 거기에 김근태와 정동영을 슬쩍 곁들여 세력 다툼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렇다면 오늘의 발언의 맥이 그것인가? 전혀 아니다. 그 세 사람의 역할은 미안하지만 오늘의 화두에서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배치되었다.
늘 그랬듯이 노 대통령의 화술은 점증적으로 발전한다. 의외의 곳에 한 수를 두고 거기서부터 전단을 확대해 나가 상대의 대마를 잡는 스타일이다.
많은 정치인들, 하다 못 해 정치9단이라는 DJ조차 먼저 그림을 크게 그리는 세력 작전을 펼치고 곳곳에서 전투를 벌여 판을 이끄는 스타일이지만 노 대통령은 세력을 크게 괘념치 않는 스타일이다.
어떤 스타일이 유효한가 여부는 일단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의 정치 스타일과 화법은 확실히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흡인력과 감성적 어필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하여간 오늘 서두에서 고건을 등장시킨건 참여정부가 기득 수구권과의 관계 설정과정을 위해 나온 말이다.
물론, 살짝 터치하고 지나가면 될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든 것은 또 다른 노림수라 할만 하지만, 일단 오늘의 주제에서는 제외시켜 보자.
사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고건의 한계가 뻔한데 굳이 확인사살할 까닭이 어디 있었을까.
“실패”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쪽과의 다리”에 방점을 찍어 보면 안다. 평화개혁 세력에서 갑자기 저 쪽 진영으로 보내버린 셈이다.
‘임기 발언’부터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오늘 발언까지 일련의 흐름이 있다. 먼저 대통령 자신을 화두로 삼고, 다시 여당 내부문제를 화두로 삼고 이제는 방향을 더 큰 외부 전선으로 돌렸다.
일단 자신의 임기 중 가장 곤혼스러웠던 두가지 문제, 대북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문제를 언급하고 의식적으로 속어를 섞어가며 격한 톤으로 외교, 국방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특히 자주국방의 문제에 대한 수구 진영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지지자들은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는 사안들이지만 대통령 자신이 직접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뭘까? 다음 대선 1년이 채 안 남은 시점의 대통령이 계가하고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야 할 시점에 또 다시 중앙으로 뛰어들어 착점을 하는 이유가.
일단 두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 임기 중 곳곳에 둔 돌이 막판에 들어서 서서히 세력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즉, 4년 동안 준비한 작업이 끝나가고 향후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직 미완성된 것이 더 많겠지만 물리적 시간의 한계상 다음 정부로 넘어가더라도 물리적 한계 내에서 할 일은 다 했다는 말이다.
둘째, 평화개혁 세력이니 하는 추상적 수사를 남발하며 두텁지도 않은 세력 작전을 펼치지 말라는 말이다.
정치면으로 좁게 해석하면 반 한나라당 연대가 의미가 있겠지만 정권 차원에서는 더 크게 그림을 그리되, 아직은 열세이니 단타로 치고 들어가라는 이야기다.
국민의 정부를 만들었던 반 한나라당 연대를 반 수구 연합으로 확대해서 더 큰 싸움으로 발전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죽는 길로 들어가는 것이 사는 것이고, 자신을 버리면 이긴다는 아주 기초적인 진리... 이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누가 과연 그 작업의 깃발을 올릴 것일까. 다음 대선은 바로 그의 손에 달린 것이다.
말로만 평화개혁 세력이라고 신선노름하지 않고, 평화개혁 세력이 아닌 자, 또는 그렇게 의심되는 자를 골라내고 밀어내서 순수 혈통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통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진실해지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세력을 의식해 이놈 저년 껴안는 것이 아니라 “네 생각은 무엇인가” 물어보고 “어려운 길을 함께 갈 수 있는가” 요구를 해야 한다.
“자주국방”이라는 추상적인 말보다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사 먹었느냐 , 옛날에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니에요.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 한거지요?”라는 말이 더 분명한 방향 제시다.
노 대통령, 하여간 독종이다. 그런 독종이 개혁 진영에 있다는 것이 천행인지 역사적 필연인지...
거의 그로기 상태인줄 알았던 상대가 다시 가드를 올리고 펀치를 내뻗을 때 느끼는 그 전율이 흐른다.
이제 저 쪽도 체력이 다 고갈되어 가는데.
다음 선수!! 이제 감이 좀 오나? 전선을 더 넓혀라. 그리고 링 바깥으로만 돌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펀치 좀 날려라. 한 대 씩 얻어맞는 것 겁나거든 아예 고향 앞으로!!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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