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1. 14:43ㆍ정치
청와대홍보수석이 부동산 투기 붐에 대한 의견을 게재한 다음에 봇물처럼 비난이 쏟아져내렸다는 소식이 온종일 포털을 덮더니, 오늘은 전혀 다른 표정으로 ‘매수자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다’이런 소식으로 시작을 한다. 한쪽에서는 경실련을 중심으로 집값을 내리기 위한 국민행동지침이 발표되고 직접 행동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다.
들끓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한바가지 부은 정도여서 잠시 후에 또 부글거리고 끓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만, 집값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 시민단체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좀 더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이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잡히지 않는 다면, 그 다음에는 1가구 1주택만을 소유할 수 있는 주택공공개념의 도입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법으로 정해진 권력 외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통령, 그리고 그 이상의 어떤 강력한 규제와 통제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는 지극히 무능해 보이는 정부, 또 아무 것도 못하게 발목을 징그럽게 잡으면서 비아냥거리는 야당의 비열함, 조폭 찌라시들과 투기세력은 아예 말을 말자. 그들에게 지고지순한 가치는 자기보다 센 놈에게는 빌붙고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자들에게는 사납게 군림하며 등쳐먹는 것이 전부인 것들이니까. 그들에게 공공의 가치는 개발의 편자보다 황당한 것이 아니겠는가.
눈에 보이는 압박이 가능한 것은 정치집단 뿐인데, 그들을 잡아 내릴 수 있는 것은 결국은 국민들뿐인 것이 당연하다. 세력화 되지 않은 개개인으로 남겨진 국민들. 그들이 결국 최종 결정자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가 이미 되어버렸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 니들이...’이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의 이 미친 부동산 값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내가 살고 있는 집, 그것은 값이 올라야 하고, 니가 살고 있는 집 그것은 값이 내려서 나는 좀 돈을 벌고 싶다’이런 욕망들이 통제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재앙이 아닐까?
대통령의 공약대로 지금의 행정복합도시가 정치수도로 이전 할 수 있도록 발목을 잡히지 않았더라면 집값이 지금처럼 이렇게 미친 듯이 뛸 근거가 하나쯤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정치권력의 중심이 이동되는데 당연히 움직여질 인구들이 만만치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것이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소란을 떨더니 이제는 집값을 못 잡는다고 난리법석이다.
지금의 서울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데, 사람이 점점 더 몰리고 있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지방도시는 저 출산으로 텅텅 비어 폐가들이 점점 늘어가도 수도서울은 계속해서 집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들이 그래도 직장을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울로 모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것도 저것도 다 결국은 스스로들이 선택한 결과이다.
독재정권이 물러간 자리에 들어선 문민정부는 정치권력을 조금씩 더 국민들에게 내놓았지만, 이미 그 독재에 길들여져서 자신이 자유민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는 정치적 의존성과 극대화된 자유경제체제의 무한 경쟁이 극명하게 부딪고 있는 자리가 지금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아닐까? 아무 것도 놓을 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는 서울 사람들이 솔직히 가소롭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말이다.
좀 더 치열한 다툼이 우리 사회에 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어느 정도 약속이 새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대선주자들이 내놓을 공약을 실천하려 할 때 위헌소송이니 하는 것으로 뒤통수치지 말고, 그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게 만들만큼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길 바란다. 그래야 지금 지불하는 비싼 수업료를 헛되이 하는 것이 아닐 테니까.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
법으로 무엇을 규제한다고 한들 무엇이 가능할 까? 이미 우리사회는 한 가지 법률로 규제를 하기에는 복잡해진 사회인 것을. 지금의 이 소란스러움이 이 세상이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있음이 분명하게 인식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착각도 깨지길 바란다. 그래서 스스로의 권익을 위해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래서 정치권력을 통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자들이 스스로에게 재갈을 물리는 법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역사의 증언을 똑똑하게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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