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5 / 삶
김용택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에 가물기물 살아나 밤 깊어질수록 그리움만 남아 빛나는 별들같이 눈떠 있고, 짜내도
짜내도 기름기 하나 없는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데 박고 날릴 불티 하나 없이 새벽같이 버티는 마을 등불 몇
등같이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새벽 강물에 눈곱을 닦으며, 우리 이렇게 그리운 눈동자로 살아 이 땅에
빚진 착한 목숨 하나로 우리 서 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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