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신의 시간, 인간의 길 - 이승하

2013. 9. 2. 16:00관심사

신의 시간, 인간의 길


                              이승하


밤이 만들어졌다.

신은 지금 피곤하다.

밤에 깨어있는 자를 위하여 별을 만들었다.

신이 역사하지 않아도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별들.

빛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를

신은 알고 있으나 말하지 않는다.


신은 지상에 나타나지 않고

매일 밤 천공에다

자신의 초상을 다르게 그릴뿐.


신이 지금 밤 하늘에서

시간을 빚어 내고 있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멀어지는 별과 별 사이에서

나의 나날은 죽고 죽고

나 또한 죽어서 별과 멀어질 것이다.

저 마디마디 아파서 빛나는 별마다에서

살아있는 것들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나 인간이 아닌것을.


밤에는 신도 쉬어야 한다.

인간의 길은 아침이 오기까지

언제나

너무 길었다, 힘들었다.

 

 

 

출처 :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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