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2. 14:25ㆍ관심사
나는 아이들에게 고향이 되어주고 싶다.
나에게서 나고 뒹굴며 자라서
이윽고 성년이 되어
아득한 세상에 나가
삭풍 속에 홀로 있을지라도
고개 돌려 그리워 할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운 영혼의 위안이 되고,
때론 처절하게 절망하여 만신창이가 되어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고향으로 존재하고 싶다......
가슴으로 읽는 박노해님의 글입니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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