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노무현 트라우마'로 모든 관계 파괴"

2011. 7. 6. 19:41시민엉아

"두렵다...'노무현 트라우마'로 모든 관계 파괴"
[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3]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11.07.05 15:16 ㅣ최종 업데이트 11.07.06 10:01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우리 모두 초라해진 것 같아. 두려워. 정치적 낭만주의가 사라졌어요.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으로부터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할 수 있을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약 2시간 30분간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자 빨대로 아이스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쭉 빨아들인 뒤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들이켰다. 그리곤 고개를 소파 뒤로 떨어뜨린 채 혼잣말을 했다.

 

유신시절 모두 함께 어깨 걸고 싸웠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상황논리에 치여 손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길고 긴 <오마이뉴스> 인터뷰 끝에 약 7분 동안 고백에 가까운 긴 독백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료 기자는 마치 '유시민의 묵시록'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참여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거치면서 우리 안의 정치적 낭만주의가 다 없어진 것 같다"며 "질풍노도 즉, 열정이 다 사라진 것 같고,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으로부터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연 열정 없는 진보개혁진영이 저 거대한 보수진영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일단 나 자신이 그런 열정에 다시 휩싸이지 못하고 있고, 질풍노도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용기를 못 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특히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두려움, 정치인·지식인·언론인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우리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계와 언론계는 필요하면 언제라도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지리라 생각을 하면서 정치를 하니 열정이 숨 쉴 공간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진보개혁진영의 큰 어려움"이라며 "예민한지 몰라도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 진보개혁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주었고 이것은 우리의 열정을 죽였으며, 이로 파생된 두려움과 경계심이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사람들의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유시민 대표와 나눈 인터뷰 중 세번째 내용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상황이 굉장히,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엉망으로 운영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낙관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낙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만 해도 위축돼 있다. 좀 겁이 난다. 겁이 많아졌다. 참여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거치면서 우리 안의 낭만주의가 다 없어진 것 같다. 낭만주의는 질풍노도 즉, 열정을 의미한다. 그것이 다 사라진 것 같다. 나를 포함해 그 어떤 현실정치인에게서도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위축돼 있다... 겁이 많아졌다"

 

- 왜 정치적 낭만주의가 사라졌다고 보나.

"열정 없는 진보개혁진영이 저 거대한 보수진영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 일단 내 자신이 그런 열정에 다시 휩싸이지 못하고 있고, 질풍노도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용기를 못 내고 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두려움, 정치인·지식인·언론인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졌다.

 

개인적으로는 우리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학계·언론계에서 우리 편이라 생각할 존재가 없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질 것이라 생각하며 정치를 하니 열정이 숨 쉴 공간이 없다. 이것이 진보개혁진영의 큰 어려움이다.

 

예민한지 몰라도 열정 없는 정치가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범 진보개혁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줬다. 이것이 열정을 다 죽였다. 그래서 두려움과 경계심이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사람들의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

 

- 진보 안에 열정이 사라졌다는 지적인가.

"열정이 있다면 시대정신과 대의를 따라 막 몰려가야 한다. 1987년 6월항쟁, 2002년 대선 때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진보 지식인·진보언론 등 모든 관계망이 긴장,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동지애가 없다.

 

열정이 사라지고 난 뒤 이 관계망에는 각자에 대한 경계심, 치열한 수 읽기만 남았다. 비난, 공격에 대한 두려움만 읽힌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낙관과 희망이 있어야 흐름이 보이는데 그렇지 못하다. 현재 진보개혁진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경계심이다."

 

- 왜 경계심이 지배하게 됐다고 보나.

"시대적 분위기 같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이다. '마음이 모이지 않았다'고 밝힐 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나도 굉장히 두렵다. 모든 것이 두렵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어떤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

 

- 진보진영 내부가 오히려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의미하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더 훨씬 근원적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노무현의 서거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트라우마 탓에 모든 관계들이 다 파괴됐다. 노무현을 욕해서 이 관계가 복원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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