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힘은 내면에서 나온다"

2011. 7. 6. 19:35시민엉아

"문재인의 힘은 내면에서 나온다"
[무지개정치모색25-인물편⑦-2]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나는 그런 매파를 만난 적이 없다. 카메라 앞에서는 '참여당은 통합대상'이라고 했다. 야권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밥 먹으며 '같이 해야지' 말하는 건 들은 적 있다. 그러나 이를 '진지한 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나? 손학규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다른 야당 대표들과 야권단일정당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진지하게 대화한 일이 없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야권통합과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에 불쾌한 견해를 밝혔다. 겉으로는 "함께 하자"고 말하지만 구체적이고 진지한 대화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것은 비단 참여당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야권연대) 수준이나 분위기를 보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민주당은 야권연대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선거 환경도 좋아지고 야권연대 없어도 내년 총선에서 50% 이상 의석을 늘릴 것이라 보는 것 같은데, 민주당 또한 야권연대가 안 되면 제1당은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려면 군소정당들이 40개 의석은 확보해야 하는데, 군소정당들이 야권연대 없이 40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나라당이 170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처지에서야 지금 의석수와 비교하면 140석 정도 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약진이기 때문에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작은 당들도 이런 상황을 주어진 환경으로 봐야지 민주당만 욕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자성했다.

 

"참여당 내년 총선 20석 거의 불가능... 당원들에겐 이미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참여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 토론을 통해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론'을 확정했다. 당내 특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통합진보정당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작 진보 쪽에선 갸우뚱한다.

 

유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진보신당이 최종합의문 승인을 끝내 거부하는 등의 문제로 끝내 안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존 민주노동당과 적극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그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펴낸 <문재인의 운명>은 "차분히 정리된 터라 잘 봤고 그분에 대해 잘 모르던 사실까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몰랐던 사실은 "사모님께서 특전사 면회 오면서 안개꽃 사 들고 가신 것"과 "문 이사장이 왜 현실정치에 안 나오려 하시는지 등"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피선거권이 있으나 출마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통합이건 연대건 야권이 힘을 모으는 것이며 현 정치행태나 정치문화, 정당지형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통합과 정치 혁신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그는 "이 판국에 대선 출마 선언?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런 것 할 때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난 당대회 때 참여당 이름으로 20석을 자신했던 그는 4.27 재보선 이후 견해를 바꿨다. 그는 "이미 당원들에게는 참여당의 20석 목표는 어렵겠다고 얘기했다"며 "그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 내부에서는 그 목표가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정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통합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민주당과 대등해지나?"라고 묻고 "대통령 되려면 기호 2번 달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이 국민참여당에 입당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면 그게 제정신인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다음은 유시민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민참여당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뜻을 밝히고 특위도 구성했다. 그러나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 등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한다. 참여당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재 진보정당도 진보진영 통합의 절차적 방식을 '신설합당'으로 하지 않았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참여당이 합쳐지는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는 당에 각자가 모이는 것이다. 단순 합당이 아니다. 또 세세히 따지기 전, 큰 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현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안 돼 있는 것 같다."

 

- 연합정치의 전제조건으로 '마음의 연대'를 강조했었다. 현재 어느 정도나 '마음의 연대'가 진행됐다고 보나.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다만, 이런 얘기가 나오고 시도가 있다는 점도 많은 마음의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새로운 시도를 할 만큼 각자의 마음이 충분히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은 마음의 변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진보신당은 안 됐다는 뜻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서로 내면의 변화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그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 될 수도 있지만…."

 

- 안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 진보신당이 최종합의문 승인을 끝내 거부하면.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참여당을 다 반기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물론 참여당 내부에서도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끝내 안 될 수도 있다. 다만 참여당까지 포괄한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당 집행부의 판단이다."

 

- 세 정당만 아니라 민주당까지 포괄해서 통합할 수는 없나.

"될 수만 있으면 좋은 일이다. 이를 놓고 윤리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치는 원하면 못할 게 없다. 다 된다. 공학적으로도 (야권단일정당이) 정권교체, 의회권력 교체 가능성에서도 유력한 방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긴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정치하는 게 아니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거쳐 정당이 만들어졌고,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에 비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제는 100% 확실치 않아도 열심히 시도한다면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보낸 매파 만난 적 없다"

 

- 지금까지 참여당은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없어 만든 정당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야권단일정당이 가능해지려면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 논의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아무것도 없다. 반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은 진보통합을 위해 연석회의도 한다. 또 당의 주요 인사들이 서로 계속 대화한다. 야권단일정당이 건설되려면 민주당이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의석수, 당 지지율을 볼 때도 민주당이 다른 야당을 압도하지 않나. 그러나 민주당은 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 민주당 쪽에서는 '수차례 매파를 보내 참여당에게 통합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는데?

"그런 매파를 만난 적이 없다. 누구한테 보냈는지 모르겠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 '참여당은 통합대상'이라고 말하거나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단일정당 소신을 밝힌 것은 언론을 통해 봤다. 또 야권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며 '같이 해야지'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은 있다. 그러나 이를 '진지한 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나?"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통합을 원치 않는다고 보나?

"평가를 할 수 없다. 지난 9~10개월 동안 손 대표와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손 대표가 당대표 취임 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하더라. 당 대표가 다른 야당대표들과 (단일정당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진지한 대화 시도가 없었다면 우리가 판단할 근거는 없다. 야권단일정당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기초가 없다고 보면 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3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쓴 <문재인의 운명> 봤나.

"잘 쓰셨더라. 차분히 잘 정리했고. 그분에 대해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됐다."

 

- 모르던 사실은 뭔가.

"사모님께서 특전사 면회 오면서 안개꽃 사 들고 가신 것? 일찍이 사모님의 소녀취향에 대해서는 전해 들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또 문 이사장이 왜 현실 정치에 안 나오려 하시는지 그 이유를 잘 알게 됐다."

 

- 일각에서는 이 책을 두고 문 이사장의 '출사표'로 읽던데?

"일각이 아니라, 기자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웃음)"

 

- 문 이사장이 정치 외곽에 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나.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살아보면 안다. 그분의 인기는 정치 바깥에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분이 정치를 시작한다면…. 물론 반대 방향(정치를 안 할)일 가능성도 있지만."

 

- '문재인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4.27 재보선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 4.27 김해을 재보선 패배를 두고 친노의 분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보나.

"아니다. 당과 후보의 역량이 부족해서 진 것이다. 누가 안 도와줘서 지는 선거가 어딨나. 근본적으로 당과 후보의 책임이다."

 

- 당대표로서 정말 총력을 다 하지 않았나.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성공하던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심히 해도 성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후자에 우리가 속한 것이다."

 

- 선거 끝나고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기자들 때문에 힘들었다. 기사로 반 죽였잖아요.(웃음)"

 

- 2012년 대선에는 출마할 생각인가.

"피선거권이 있는데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그런 얘기할 계제?"

 

- 계제?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내려간 것 때문에 그런가.

"지지율은 전에도 높지 않았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권교체가 제일 중요하다. 그와 더불어 정치 혁신도 중요하다."

 

-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유시민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다. 통합이건, 연대건 야권이 힘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현 정치행태나 정치문화, 정당지형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야권의 통합과 연대, 그 속에서 정치혁신의 가능성을 좀 더 키워야겠다. 정권교체는 당장 내년의 과제이고 정치혁신은 장기적 과제다. 둘 사이의 균형과 절충이 필요하다. 참여당 대표로서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과 연대에 노력하고, 정치혁신을 위해 참여당의 발전과 대중적 진보정당을 다른 정당과 함께 도모하겠다. 이 판국에 대선 출마 선언?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그런 것 할 때가 아니다."

 

- 그래도 유 대표는 박근혜 의원에 견줄 만한 야권의 대표 대선주자로 평가되지 않았나.

"주변에 와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믿지 않았다.(웃음)"

 

- 현재 유 대표는 거론 중인 야권 대선주자 중 어느 정도에 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사실 참여당의 지지율에 더 관심이 많다."

 

- 권영길 의원은 통합진보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내년 20석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유 대표도 당대표 수락연설 때 20석을 참여당의 총선 목표로 상정했었는데 변함없나.

"이미 당원들에게는 참여당의 20석 목표는 어렵다고 얘기했다. 야권의 연대와 연합이 매우 협력적인 형태로 됐을 때의 목표다. 그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20석 목표가) 어렵다고 인지하고 있다. 사실 국민은 참여당 의석수보다 내년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도 의회권력 교체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참여당이 좀 더 의석을 얻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야권연대 없으면 민주당 제1당 어렵다"

 

- <조선일보>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정권교체로 보는 인식도 있다. 정말 내년 대선, 정권교체 가능할까.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낼까를 고민한다. 앉아서 될까, 안될까 평가하는 것은 평론가가 할 일이다. 정치인들은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 슈퍼스타K 방식으로 후보를 뽑자는 이해찬 전 총리의 제안은 어떻게 보나.

"그런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에 본령을 둔 주장이라 생각한다. 정당이 아이디어를 내서 국민이 좋아할 수 있는 후보를 뽑으라는 취지 아니겠나.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야권연대) 수준이나 분위기를 보면 무슨 얘기가 될 수 있을까 싶다.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야권연대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환경도 좋아지고 있고 야권연대 없어도 내년 총선에서 50% 이상 의석을 늘릴 것이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안 된다면 민주당은 제1당이 되지 못할 것이다."

 

- 제1당이 안 된다?

"군소정당이 40개 의석 정도를 확보해야 민주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 없이도 약 140석 정도를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군소정당은 야권연대 없이 40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170석을 확보할 것이다. 현재 민주당도 이런 계산을 할 것이다. 다만, 지금 의석수에 비교하면 (140석도) 어마어마한 약진이기 때문에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다. 작은 당들도 그것을 주어진 환경으로 보고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을 욕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 진보정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맞나.

"통합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민주당과 대등해지나? 대선후보를 놓고 겨룰 수 있을 만큼 대등해지나? 어렵다. 대통령 되려면 기호 2번 달아야 한다. 대통령을 꼭 하고 싶다면 민주당 가서 정치하는 게 빠르다. 그게 상식이다. 대통령을 하고 싶은데 국민참여당에 입당하고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냉정하게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