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류 행동에서 세상 바라보기

2010. 9. 4. 10:53정치

설치류 행동에서 세상 바라보기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09-03)

 


이른바 ‘8.8 개각’에서 이명박이 밝힌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능력’이란다.(도덕성 이야기도 뇌까린 모양이지만 서로 민망하니까 아예 접어두자) 국무총리 후보를 비롯한 몇몇 장관 후보들이 위장전입, 위장취업 시리즈로 상징되는, 이명박이 한 평생 동안 보여주었던 ‘준법적 삶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 죄 하나로 ‘억울하게’ 자진사퇴의 쓴잔을 들이켰을 때도, 이명박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등용되지 못해서 아쉽다고 탄식했다. 하긴 사퇴한 종자들은 능력부족 맞다. 뻔뻔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사람이 설치류 수준으로 퇴행하여야 가능한 일이니까. 

 

이명박은 능력을 기준으로 개각인사를 선택했단다. 그렇다면 유임된 장관들은 적어도 ‘이명박이 보기에’ 어느 정도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다른 기준들도 유임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명박이 말한 대로 능력이 중요한 기준이라면, 최소한 유임된 장관들은 이명박에게 무능력한 인간으로 찍히지는 않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국방장관 김태영은 8.8 개각에서 유임되었다. 내가 보기에 ‘쒸레기들’이 청문회장에서 ‘전국민 혈압 올려주기 쑈’를 공연한 것보다 더욱 황당한 사건이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야당과 진보진영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어뢰 공격이 아닌, 다른 원인에 기인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김태영은 사건 본질 은폐의 주범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명박과 집권세력은 천안함은 북한의 공격에 의해 격침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우리가 북한에게 당했다는 거다.

 

집권세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면, 대한민국 국군은 경계에 실패하여 적대세력에게 공격당해 귀중한 함선과 병력을 상실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상황 발생 후 상당기간 사태의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지휘계통의 핵심에는 국방장관 김태영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명박에게 최소한 무능력자로 찍히지는 않아 장관 유임의 간택을 받았으며, 본인도 그 유임이 당연한 듯 아직껏 그만두겠다는 의사표명 없이 국방장관 감투 쓴 채로 돌아다니고 있다.

 

결국 국방장관 김태영의 유임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아는 한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이다.(혹 다른 이유를 아시는 서프앙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시길) 

 

1. 이명박은 김태영을 능력자로 보고 있다.(최소한 개각에서 자르지 않을 정도로)

 

2. 이명박이 보기에도 김태영은 한심한 인간이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국방분야 전문가 중 김태영만한 인간이 없다.

 

3. 혹시 이명박은 김태영에게 약점 잡힌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임의 이유가 1번이라면 이명박은 구제불능 바보이거나,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똥고집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이다. 2번이라면 대통령 이명박의 군사분야 인재풀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만에 하나 3번이라면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장관에게 약점 잡힐 만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할 중대 사안이다. 

 

 

DTI 규제 철폐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위기 국면이란다. ‘부동산 광풍’이라던 시절, 미친 듯이 오를 때의 수치와 비교하면 별로 심각해 보이지도 않는데 부동산이 폭락하면 국가경제가 초토화 될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의 ‘서글픈’ 사연들이 언론 보도를 장식하면서 선량한 피해자들인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정부의 소임이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A가 5억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3억이 대출이다. 비슷한 경제력의 B가 그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 역시 3억을 대출 받아야 한다. B가 아파트를 지르려면 최소한 몇 년 후 아파트 가격이 5억 이상 되리라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원금+이자비용 뽑아야 하니까)

 

그런데 5억 이상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매해 줄 사람들의 현찰은 어디서 나올까? DTI 규제 철폐가 정답을 알려주었다. 역시나 은행 빚이다. 여기서 ‘판돈의 비밀’이 드러났다. 현재 국면에서 사람들 빚의 규모를 늘려주는 것 외에 아파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이명박은 자백한 셈이다. 

 

알고 보니 부동산 투기판 인간 중 자기가 피땀 흘려 벌어 모은 현찰 들고 오는 바보는 없는 거다. 모두가 빚이다. 그런데 은행도 돈 찍는 기계는 아니다. 이건희도 아닌 인간에게 무한정 몇 십억씩 빌려줄 수는 없다. 판돈을 키워줄 유일한 젖줄인 은행 빚 창구도 조만간 ‘접수 마감’이 된다는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바로 답이 나온다. 부동산이 너도나도 잡으려 몸을 부딪히는 ‘럭비공’에서 누구나 피해 다니는 ‘폭탄’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DTI 규제철폐? 정부와 은행이 합작해서 돈을 맘껏 빌려줄 테니까 폭탄을 사라고 권하는 양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상황 분석도, 해결책도 꼭 설치류 수준이다. 집 없는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환 능력조차 따지지 않고 부채만 잔뜩 안겨주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잔다. 뭐 그렇다고 빚 갚을 때가 오면 좋은 분위기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이명박은 부동산 투기자들을 배신했다. DTI 규제철폐가 그 배신행위의 정점이다. 이제 판돈의 실체가 드러난 마당에 부동산 시장의 승패는 누가 부채를 오래안고 버틸 수 있느냐로 귀결되었다. 이명박 덕분에 빚의 압박을 못 견디고 개값으로 아파트 토해내는 놈이 죽어 나가는 치킨게임이 되었다. 이명박이 진정한 부동산 업자편이라면 적어도 판돈의 실체를 까발리는 짓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에게 나는 딱 한마디만 묻고 싶다. 가련한 ‘하우스 푸어’들, 만약 오늘날 부동산이 이명박의 대선 당시 허풍처럼 대박을 쳤다면, 그렇게 왜곡된 시장구조로 인해 자신들이 챙겼을 엄청난 불로소득의 10분의 1이라도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소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었겠는가라고.

 

이건 정말 웃기는 코미디이다.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면 나는 현명한 투자자라며 자본주의 영웅으로 행세하고, 지금처럼 ‘하우스 푸어’가 되면 잘못된 경제정책의 선량한 피해자라면서 동정을 구걸한다. 뻔뻔함으로 따지자면 이명박과 막상 막하이다. 정녕 동정을 구걸할 뻔뻔함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명박을 찍은 손가락을 자르던가, 하다못해 설치류의 꼬리라도 잘라 버려라. 행여 그럴 객기라도 있다면 그 구걸에 한줌 빌어먹을 연민이라도 느껴질지 모르겠다.


(cL) 내과의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7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