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6. 16:44ㆍ관심사
콩농사를 지어 메주를 쑤고, 띄우고,된장 담고..
드디어 된장을 가르는 작업이 시작되는 날..
경기도에서 태어나 60넘게 평생을 사신 어머니..
40년넘게 장을 담그셨지만 영월로 오신후 연로하신 지권사님에게 여쭌 것이 장담그기였다..
우리교회 지권사님은 교회의 모든 음식을 총괄하는 수랏간 상궁쯤 되시는 분이다~ㅎㅎ
영월 토박이므로 아무래도 지역의 기후나 여건에 맞는 장담그기에 능통하지 않으시겠냐고..
권사님에게 이것저것 챙겨 묻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잡은 일정이 4월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좋은 일기를 봐가며 장을 가르는 것..
우리가족 1년여 동안의 정성에 응답하듯~하늘도 맑고 쾌청한 날을 허락했다..
메주 가른다는 연락을 받고 시다바리의 임무를 위해 급히 집으로 왔더니 이미 메주를 모두 항아리에서 건져 낸 상태..
숯,고추따위를 먼저 건져낸후 퉁퉁~불은 메주를 건져냈으니 된장과 간장이 탄생한 순간이다..
염도계 없이 맛으로 염도를 측정하며 소금을 촤악~뿌려 놓는 어머니..
도대체 저런 내공이 되려면 얼마나 장을 담가야 할까 싶다..
된장이 겉은 퉁퉁 불어 있어도 속은 뻑뻑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간장물을 부어가며 질척하게 된장을 주물럭거리며 모두 치대놓았다..
딱딱한 덩어리들을 잘 풀어준다..
(나는 사진을 찍기가 번거로워 맨손으로 된장을 주물럭거렸었다..
미끈거리는 콩단백때문인지 돼지기름을 만졌을때처럼 나중에 손이 얼마나 미끄덩거리던지..
덕분에 앞발 같던 양손이 촉촉한 섬섬옥수로 변했지만..ㅎㅎ)
바람과 햇살속에서 숙성되는 과정에 수분이 증발되므로 약간 질척하게 풀어놓아야 한다..
맞춤한 항아리에 담는 작업..
햇볕에 쫄아들어 딱딱해지지 않도록 재차 덧장을 부어 가면서..
맨윗부분까지 담지 않고 10여센치쯤 공간을 남겨두는데 된장이 익어가면서 '일어났다~앉았다~'한단다..ㅎㅎ
이렇게 덧장을 질척하게 부어 놓으면 굳이 소금을 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된장이 짜면 구더기가 슬지 않고, 곰팡이도 안 피며 관리도 쉽겠지만 대신 맛이 없고..
짜지 않은 된장을 위해서는 윗부분을 자주 살피면서 뒤적거려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
이번엔 간장을 걸러내는 작업..
간장을 많이 빼면 된장맛이 덜하다고 한다..
우리집도 집간장이 넉넉하게 있는터라 간장을 많이 빼지는 않았다..
(장 담글때 소금물을 많이 잡지 않았다는 것..)
1차로 걸러내긴 했지만 체를 받치고 고운 베를 덮어 재차 걸러내는 작업이다..
미세한 침전물들때문에 걸러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분의 삼베천을 대기해 놓고 수시로 바꿔 가면서 해야 한다..
물걸레와 마른 행주를 이용해 항아리를 깨긋하게 닦아놓고..
갱물과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잘 갈무리하며 자리를 잡아 주었다..
콩 1가마로 메주 쑤어 만든 우리집 장항아리들..
...........
어머니의 내림 손맛을 배우기 위해 시다바리로 참여한 올해, 감회가 남다르다..
시골살이에 뭐 대단히 많이 아는 것 처럼 똥폼은 잡으며 살아왔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40중반이 되도록 된장가르는걸 한번도 해 보지 못했다..
그런건 늘 어머니의 몫일뿐..
나는 그저 이건 밤된장~이건 호박된장~하면서 퍼주는 각종 된장을..
공치사 같은 감사함을 날리며 당당하게 챙겨오면 그만이었던 싸가지..
정작 시골에 살면서 배우고자 할때는 누구 하나 가르쳐 주는 이 없고 기회도 없었다..
이런저런 책을 보며 소경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식이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40넘은 큰 딸년..
친정 엄마랑 함께 시골살이의 가장 기초적인 장담기를 차근차근 배우던 날,
허리는 끊어질듯 아프지만 어머니의 살림살이 노하우와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햇살속에서 2차발효와 숙성을 거칠 장항아리들..
우리집에서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아줌으로서..
이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여기까지가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기본원칙대로' 만든 것..
후에 어머니 특유의 감칠맛 나는 된장을 만들어 내는건 장이 익은 후에 해야 된단다..
깨긋한 공기와 바람과 햇살, 자연의 선물 3종세트가 장을 맛있게 익혀줄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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