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 17:28ㆍ관심사
인터넷에서 메주쑤기에 대한 이런저런 자료를 보며 공부해 보지만..
대부분 피상적이라 이해가 잘 안되고 직접 경험만한 것도 없는터..
다행히 어머님께서 메주 쑤고 장 담그는데 일가견이 있어 눈동냥을 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메주를 쑤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콩을 준비해야 되는 것..
원래 유기농으로 농사 지은 콩은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아 몇날 몇일 골라냈다..
골라낸 콩을 잘 씻어 일궈서 통상은 하룻밤 물에 불리는데..
어머니는 청국장을 끓일때도, 메주를 끓일때도 콩을 불리지 않으신다..
불려봐야 맛있는 콩물이 다 빠진다는게 어머니의 지론이라 대신 불 조절을 통해 콩물을 다스린다..
콩물은 밥 물 짓는것보다 약간 많게 손등을 넘어 손목까지 올라왔다..
(콩을 불릴때 물 잡는 것도 같은 방법)
너무 오래 끓여 콩을 지나치게 익히면 콩단백질 분해에 지장을 준다고 한다..
뭉근히 끓이면서 콩물이 넘치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 보며 불을 땠다..
우리집 가마솥은 차솥이라 밑바닥이 일반 가마솥보다 두 배쯤 두껍다..
100℃에서 김이 오른 후 3∼4시간 불을 땠으니 총 거의 다섯시간여~
어느순간 노오란 콩이 발그레해지면서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덜 익은 콩으로 메주를 쑤면 여러가지 분해 효소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 장맛이 떨어진다고 하므로..
손으로 비벼보아 쉽게 뭉그러질때까지 충분히 뜸을 들인 후..
남편이 만든 메주틀이다..
메주는 너무 커도 잘 안마르니까 적당한 크기로 만드는데 보통 콩 한되로 메주 두장을 만든다고 한다..
익힌 콩은 식기 전에 찧어야 메주 만들기가 수월하다..
옛날처럼 절구에 찧어보자고 했지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콩 한 말하는 메주쑤기도 아니고 우리는 콩1가마를 쑤기 때문에 비상사태 돌입~
절구에 빻다가 힘들다고 바꾸오라이~~
효소창고에 있는 믹서기를 등장시켰더니 어쩜 이리 수월한지~~ㅎㅎ
한켠에선 콩을 빻고 한켠에선 메주틀에 꾹꾹 채워넣어 메주를 만든다..
메주틀이 있으면 이 작업이 수월하다..
틀안에 보자기를 깔고 뚜껑을 덮어 마무리를 한 후 뒤집어 빼내면 된다..
메주 한덩어리를 완성하면서 곁에서 주워먹는 콩짜기가 평균 두어숟가락 분량은 되는 것 같다..
어릴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메주를 쑤는 날이면..
콩짜기를 부지런히 주워 먹다가 꼭 한밤중에 설사를 하던 기억이 난다..ㅎㅎ
꾹꾹 발로 디뎌 만든 메주가 들러 붙지 않도록 잘 마른 볏자리를 마련해 두고..
우리집은 남향집이라 햇살이 좋아 실외에서 말렸는데
저녁이면 메주가 얼지 않도록 보온을 해 주며 표면이 꾸덕꾸덕해질때까지 말렸다..
왜 메주를 못생겼다고 하는 걸까..
얼마나 이쁜데..ㅎㅎ
성형이 뭉개지지 않을 만큼 1차로 말린 후에는..
양파자루에 담아 처마밑에 걸어 말린다..
농가의 살림다운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메주 겉면의 수분이 마를때까지 걸어 두었다가..
나중에 따듯한 방안에서 짚을 요 삼아 곰팡이가 번식하도록 띄우는 과정이 남아 있다..
김장이 끝난 후 올해의 마지막 농가월령가는 메주쑤기이다..
농가살림살이라고 그런대로 이런것 저런것 쑤셔 보며 거의 모든 것을 해 보았지만..
내가 제일 배우고 싶은게 메주쒀서 장 담가보는 것이었다..
남편은 나름대로 시골살이 대선배여서 못하는게 없는 사람이라 결혼한 첫해 둘이 메주를 한번 쑨 적이 있었다..
절구에 빻자니까 남편은 대충 씻은 장화를 신고 삶은콩을 질겅질겅 밟아대는 것..
땟국물이 나오는것 같아서 성질을 버럭내며 두엄더미에 갖다 버린게 그해 메주쑤기의 끝이었다..--^
......
숙원대로 어머니 곁에서 보조를 하며 배워보는 메주쑤기..^^
메주가 잘 뜨면 내년봄 소금과 만나 된장과 간장이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우리 조상들은 정말 어떻게 이런 지혜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을까..
앞으로 기대가 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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