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전에 ‘희망의 노래’를 헌사하다

2009. 10. 6. 20:14사람 사는 세상

그의 영전에 ‘희망의 노래’를 헌사하다
조회수 : 2082
등록일 : 2009.10.05 18:53

그의 영전에 ‘희망의 노래’를 헌사하다


프로젝트밴드 <사람사는 세상> 첫 연습 (오마이TV 제공)

추석 연휴가 막 끝난 10월 5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

모르는 장소를 어렵게 물어물어 달려온 여섯 명의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씩 차례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20여명의 기자들이 이미 기다리는 가운데, 연습장소인 녹음실은 벌써 취재열기로 덥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건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 다들 어색해 합니다. 카메라 플래시에 새삼 낯가릴 분들은 아니지만, 익숙지 않은 일로 취재 세례를 받으려니 아무래도 부끄러운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노래와 무관합니다. 대부분 공?사석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들 합니다. 스튜디오 같은 곳도 난생 처음입니다.

그저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리는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에 특별무대를 장식해 달라는 공연 연출자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니, 이리 모인 것이 아주 쑥스러운가 봅니다. 오긴 했지만 난감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당초 여섯 분 모두 ‘난 노래실력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는데,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이곳까지 오게 한 동인은 연출자(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의 한 마디.

"시민들은 재단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아주 잘 하길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저 시민들을 위해 무대에 오르고, 그냥 열심히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그게 이번 공연의 컨셉입니다."




이날 연습할 곡은 70년대를 풍미했던 한대수씨의 노래 ‘행복의 나라로’. 젊은 시절 잘 알던 노래이지만 가사도 다 까먹은 상태입니다. 악보를 들고 첫 시도를 해 봅니다. 첫 호흡은, 말 그대로 불협화음입니다.

연출자가 혼성합창을 몇 번씩 반복시키면서 소절별로, 개인별로 거의 ‘지도’를 합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들이 자리를 비켜준 가운데, 거의 두 시간여 십 수번을 반복해 연습이 이뤄집니다.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쉬지 않고 ‘자율연습’까지 합니다. 마지막 연습에선 연출자의 박수까지 받습니다. 합창 중간에 들어갈 하모니카 반주를 맡은 한 멤버는 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하모니카를 다시 잡았다고 하는데, 앞으로 며칠간 글 쓰는 일을 유보하고 연습에 전념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이런 대답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노무현 재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싶다.”

대통령 서거 이후 미디어에 비친 그들의 얼굴은 충격과 슬픔과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입니다. 이제 슬픔을 이기고 대통령 영전에 희망의 노래를 헌사하려 합니다.

9일 공연에서 이들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틀림없는 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란 점입니다.

참, 그들의 이름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정연주 전 KBS사장,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배우 문성근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기숙 교수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무대는 9일 저녁 7시30분, 성공회대학교입니다.


[관련 글] 명사6인 밴드를 만들다-유시민·정연주 등 프로젝트밴드, 노래로 ‘입맞춤’


※ 이번 공연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서프라이즈, 시사인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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