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산가족이 된 딱새가족..

2009. 7. 14. 09:49관심사

아침이면 안부인사를 나눈답시고 딱새둥지를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정수리에 솜털도 모두 벗어지고 덩치가 커지면서 둥지가 비좁아 보인다 싶었더니..

어느날 갑자기 지푸라기로 만든 둥지가 짜부러져 있고 녀석들이 안 보였다..

아니 이 녀석들이 벌써 독립을 해 버렸나 싶은게 야속하기도 하면서..

한켠으론 뱀에게 모두 잡혀먹은건 아닌가 싶은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지난 주말..

폭우가 쏟아지면 뒤란에 작은 폭포가 생기는 석축 주변 단도리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삐~삐~삐~삐~..중저음의 단발마 휘파람 소리같은 딱새 새끼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길애 눈여겨 보다가 찾아낸 것이다..

 

 

가슴이 덜컹했다..

웬 소도둑 같은 여자가 틈만나면 둥지를 들여다보니 에미가 위험을 느껴서 새끼들을 옮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원래 돌틈사이에서도 잘 사는 딱새들이지만 아마도 먼 비행을 못하는 새끼들인지라 ..

둥지 주변에 있는 이 석축틈새에 새로운 거처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장마가 시작되자 그 물벼락을 미처 피하지 못한 새끼들 네 마리가 남아 있던 모양이다..

한 배에 낳은 강아지도 아롱이, 다롱이, 쌀강아지, 보리강아지가 있다더니..

여섯마리 새끼중에서 어쩜 비행이 약한 네 마리만 남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아하니 낙숫물에 쓸려 내려갈 위험지경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애처롭던지..

그렇다고 인간이 서툰 구명운동을 해 봤자 별로 득이 될게 없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어느 주변에서 보고 있을 에미,애비도 속이 여간 탈 것이고..

살다보면 소똥도 밟고 동전도 줍는 날이 인생인것처럼..

느그들도 앞으로 오뉴월 햇살속에서만 살긋냐 폭우도 일찌감치 경험해 봐라 싶은게..

냅둬도 되지 싶어 발길을 돌렸다..

 

 

오늘 아침 녀석들이 궁금해서 뒤란으로 가보니 다행히 세 마리가 그대로 있었다..

조금후에 어미새와 새끼들이 새소리로 교신을 나누더니 한마리씩 석축틈새를 벗어나 날아 올랐다..

아직 날개에 힘이 실릴 때도 아닐테니 비행거리는 고작해야  2-3미터쯤이었지만..

그렇게 한마리, 한마리씩 석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일 늦게 석축을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아기딱새..

 

 

그러나 녀석은 정말 약골 막내동이였는가..

고작 1미터 남짓 날다가 근처에 착지하고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던 어미딱새는 계속 수신(?)을 보내고 있고..

몽구녀석이 아기딱새를 쫒아가 해찰을 부리지 않도록 단속을 하는 사이.. 

우여곡절끝에 세마리의 아기 딱새가 제각각 뒤란 밤나무쪽으로 날아갔다..

 

 

아침을 먹고 나니 녀석들의 동태가 궁금해 다시 밤나무근처로 가 보았다..

세 마리가 제각각 풀섶으로 숨어 버렸고..

어미가 여기저기 날라다니며 아무리 교란작전을 피우며 경계를 하지만..

먹이를 문 어미새를 끝까지 주목하고 있으면 녀석들의 위치는 곧 파악된다..

 

시간 가는줄 모른채 녀석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으려니까..

예사롭게 들었던 새소리에도 분명한 구분이 있었던 것이다..

 

특이한 건 먹이를 물고 온 어미새가 따닥따닥따닥~하는 소리를 내고 나면..

삑~삑~삑~삑~(낮은 중저음의 ㅂ과 ㅃ의 중간음 정도..소리)

이 소리는 아기딱새가 에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소리이다..

곧이어 휘~휘~휘~휘~(소프라노쯤 되는 ㅎ과 'f'에 가까운 발음소리)..하는 소리를 낸다..

이건 어미새(혹은 아부지)가 아기딱새의 위치를 묻는 소리이다..

 

녀석들이 나누는 소리를 듣다가 그 지점에 가 보면 거 참 신기하게도 정말 딱새가 숨어 있었다..

 

..........

만약 딱새들이 이런 유사한 과정을 거쳐 독립을 하는 것이라면 녀석들의 생존여부를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그동안 딱새가족에게 보였던 인간들의 미련한 관심이 도리어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해야 했던 위기상황이 되었다면..

정말 딱새가족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할 터..

어쨌거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딱새들이 잘 자라주었으면 싶다.. 

 

내일은 큰 비가 온다는데..

비행이 서툰 딱새들이 오늘의 풀섶대신 안전한 피신처로 몸을 피할 수 있기를..

 

 

출처 : 내 마음의 외갓집
글쓴이 : 샛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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